• 최종편집 2024-05-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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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서 낚시를 하는 주민들도 보인다.
뿌연 먼지를 뚫고 드디어 참빠삭에 도착했다. 트럭기사아저씨는 내가 트럭에서 내리자마자 한 게스트하우스로 밀어넣는다. 요금도 현지인들보다 더 많이 받는다. 어벙한 나는 선택권도 없이 이름도 생각 안 나는 게스트하우스에 강제로(?) 투숙하게 되었다. 아마 이 트럭기사와 게스트하우스 주인간의 거래가 있는 것 같다. 뭐 평소 같으면 기분이 나쁠 상황이였지만 이전까지 고난을 통해 해탈해버린 나는 너그럽게 그들을 용서했다.

어쩌면 너무 피곤해서 실랑이 할 기운도 없어 그냥 수긍했을지도 모른다. 뭐 다행히도 주인집 내외분은 아주 친절하셨다, 영어도 꽤하시고 항상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으셨다. 웃음이 많은 라오스인들 중에서도 그만큼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분들은 본적은 없는 듯하다. 방을 배정받자 마자 나는 샤워부터했다. 온 몸이 흙먼지로 덮혀 완전 거지 꼴이였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까올리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였으니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알것이다. 샤워를 끝낸 후 게스트하우스 뒤편에 있는 테라스에 있는 의자에 기대어 휴식을 취했다.

메콩강을 배경으로 한 테라스는 정말 환상적인 공간이였다. 가만히 메콩강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시간이 멈쳐버린듯 내 심장소리는 고요해지고 마음은 편안해 졌다. 그때 반바지만 입은 백인 아저씨가 알콜냄새를 풍기며 다가온다. 그리고는 쉴새없이 영어로 떠들어 되시는데 도무지 그의 대답에 답을 할 능력이 없어서 무조건 YES라 해줬더니 흥이 올라 목소리가 더 커지셨다. 대략 스마트폰에 대한 얘기를 하셨는데.... 자세한건 모르겠다. 내가 한국에서 전자공학과를 다닌다고 해서 IT관련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다. 쉴새없는 영어 러쉬에 일점사 당해 피곤해진 나는 게스트하우스를 나섰다.

참빠삭은 아주 단순한 구조의 마을이다. 그냥 한길로 쭉 집들이 들어서 있어 정갈한 느낌을 주었다. 노을이 지는 참빠삭의 아름다운 광경에 넉을 잃은채 정처없이 앞만 보고 걸었다. 오직 한길 밖에 없었기에 길을 헤멜 필요도 없었다. 신선한 바람과 정겨운 시골풍경.. 그리고 해맑은 아이들의 미소....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마을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기분 좋게 걸으니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난생 처음 가본 참빠삭... 그 곳에서 고향의 향기를 느낄수 있었다.-

   

아마 이강이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의 지류일 것이다.

   
내게 끊임없는 영어 일점사를 날리시던 뉴질랜드 아저씨

 

 

   
참빠삭에 서서히 어둠이 내려 앉는다.
참빠삭에는 가로등이 없기 때문에 해가 지면 금새 어두어져서 게스트하우스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라...근데... 라오스의 집들이 다 비슷하게 생겨서 인지...내가 어벙한건지.... 게스트하우스를 못 찾겠다. 분명 이 어디쯤인 것 같은데... 도무지 게스트하우스를 찾을 수가 없다. 설상가상 게스트 하우스의 이름도 모르는 상태였다.(강제로 투숙당하는 바람에 ㅠ) 날은 점점 어두워 지고 난감한 상황이였다. 그때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길을 걸어오면서 찍은 카메라에 저장된 사진들을 되돌려 보며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자는 생각이었다. 곧바로 사진을 되돌려보며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워낙 사진을 많이 찍은 터라 충분히 게스트 하우스 근처까지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어라... 게스트하우스 주변 부분을 찍은 사진이 없다. 건물은 안 찍고 온통 하늘만 찍힌 사진 뿐이었다. 사방은 칠흙같이 깜깜하고 길가엔 사람은 커녕 개마저 없었다. 그렇게 어이없게 길을 잃었다. 역시 어벙하게 생각없이 돌아다니면 고생을 하는구나!

-그 어둠속에서도 심하게 두렵지는 않았다. 드디어 무대뽀 정신 장착 완료?-

   
야자수 나무 뒤로 지는 노을이 신비로움을 더한다.

   
참빠삭의 노을

   
이길이 참빠삭의 시작이자 끝이다. 참빠삭은 이 길 하나로 어디든 통하는 구조이다.

 어둠으로 가득 찬 참빠삭에서 오직 빛이 머무르는 곳은 사원이었다. 왠지 모르게 묘한 느낌을 자아내는 불상 앞에 하염없이 앉아있었다. 몇 십 분이 흘렀을까? 사원으로 하얀 전등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오직 전등 빛만 보였고 그 실체는 잘 보이지 않았기에 쉽게 다가가기가 무서웠다. 오히려 나는 가만있는데 그 전등 빛이 점점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전등 빛의 실체가 마침내 드러났을때,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건 오토바이였다. 마을 주민이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다가 나를 보고 다가온 것이다. 나는 온갖 바디 랭귀지로 게스트 하우스를 표현했고 얼마 후 주민은 내 의도를 알아채고 내를 오토바이에 태웠다. 그리고 마을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를 돌아다니며 내가 머물렀던 게스트를 하우스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줬다. 마을에 게스트하우스나 호텔이 별로 없어서인지 금방 나의 게스트 하우스를 찾을수 있었다. 흘러넘치는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으리.... 말도 안 통하는데... 나는 거의 눈물이 나올듯한 표정을 지으며 눈과 마음으로 고마움을 전하였다.

(아저씨 지금도 고마워 하고 있어요.ㅠ ㅠ)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자 온몸이 힘이 풀리며 정신이 혼미해졌다. 아마도 긴장을 엄청 많이 한듯하다. 정말 이 멀고도 낯선 나라 라오스에서 하마터면 노숙을 할뻔했다. 그것도 묘한 느낌의 사원에서... 샤워를 마치고 게스트 하우스 뒷 마당에 위치한 테라스에 앉아 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게 내입에서 “사기다”라는 말이 세어나왓다. 그만큼 라오스는 밤하늘도 아름다웠다. 시간이 멈춰 버린 듯한 그 순간 아무런 고민도 걱정도 없이 나는 나를 놓아버렸다. 너무 편안하고 고요한 참빠삭의 밤이었다. 그런데.....이놈의 도마뱀들이 내 방을 점령하는 바람에 도마뱀을 피해 쪼그려 누워서 선잠을 자야 했다.

-힘든 고난을 끝내고 돌아오니 내게 선물이 도착해있었다. 그것은 참빠삭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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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몽상가, 순수의 땅 라오스에 가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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