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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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자동차도 별로 없는 조용한 거리
그래 잊자... 잊어버리자 생각하면 할수록 열은 받지만 잊자... 이제 여행의 시작이다. 지금부터 생각이 부정적으로 변하면 내 여행을 망칠 것이다. 나는 얼마동안 이렇게 나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곧 다시 힘을 내고 호텔 밖으로 나갔다. 내가 성수기에 빡세에 온것이 아니라서인지 외국인 관광객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카오산 로드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것이었나? 아니 라오스 자체에 사람이 너무 없었다. 현지인들도 별로 없었다.)

일단은 빡세의 지리부터 알 필요가 있을것 같았다. 예초에 별다른 정보를 가지고 시작한 여행이 아닌지라 번듯한 빡세 지도가 없어 카운터에서 지도 하나를 얻었다. 그리고 잃어버릴까봐 아이폰카메라로 지도를 찍고 지도는 호텔에 남겨 두었다. 그리고 호텔 바로 옆 자전거방에서 1달러를 주고 하룻동안 자전거를 빌렸다. 정말 쉬지 않고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를 타고 빡세를 달리는 그 상쾌함이 좋았고 빡세의 아름다움이 좋았다. 프랑스풍 건물들과 아름다운 자연의 환상적인 앙상블... 빡세에 흐르는 진흙빗깔 강물에 햇빛이 비쳐 반짝였다. 라오스의 정말 형용할수 없을 정도로 예쁜 하늘은 나를 미치도록 감성적이게 만들었다. 정말 그 어느곳을 보아도 자연이 만든 예술작품이었다. 또 강변에 파는 생과일주스와 주인 아주머니의 미소는 방금 전의 아픔을 깨끗히 지워 주었다.

-책에서 보았던 라오스를 직접 내눈으로 보았다. 그제서야 확신했다. 순수의 땅이라는것을..-

   
아름다운 하늘 만큼이나 아름다웠던 라오인들...

 반나절을 그렇게 돌아다니니 몸은 온통 땀 천지였고 머리는 열사병 증세 때문인지 너무 아팠다. 그래서 호텔로 돌아가 좀 쉬기로 결정하고 자전거 머리를 돌렸다. 그때 저 건너편으로 대형마트가 보였다.(아무리 라오스가 빈국이지만 대형마트가 있더라.. 빡세가 라오스에서 대도시이기는 한듯) 음료수라도 좀 마셔야 겠다는 생각에 도로를 건너는데...도로를 다 건넜을쯤 “툭” 하는 불길한 소리가 내 뒤에서 울렸다. 놀라서 뒤 돌아보니 내 아이폰이 ....아이폰이 도로 한가운데 떨어져있는것이었다.

그때 도로를 달리던 차가 내 아이폰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셨다. 충격적이였다. 아이폰을 다시 주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여 살펴보니... 액정 박살ㅠㅠㅠ 열사병증세+아이폰박살의충격으로 나는 한동안 멍 때릴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더 문제인것은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빡세 시내 지도를 아이폰에 넣어 두었는데.... 아이폰 액정이 박살 난것... 아후 재수 더럽게 없네..절망이였다. 머리는 아프고 몸은 안 움직이고 지도도 없고...뭐 별수 있나... 일단을 기억을 더듬어 호텔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한참을... 정확히 2시간 반을 헤매서 돌아왔다. 아마 그 작은 빡세시내 구석구석을 다 휘젓고 다녔을것이다. 뭐 덕분에 빡세지리는 왠만한 가이드 수준에 도달했다.(이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하나) 호텔에 도착하자 바로 쓰러졌다. 돈 아낀다고 에어컨이 없는 방을 택해 방이 너무 더웠다. 천장에서 곧 분리되어 내 얼굴로 떨어질듯한 낡은 팬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더위에 약한 나는 그때 진짜 잠결에 저세상으로 가는 줄 알았다. 정말 죽은 듯이... 영혼이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 듯이...

-라오스의 아름다움을 탐한 댓가인가...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내가 머울렀던 랑캄 호텔에서 바라본 빡세..
   

빡세는 라오스에서 대도시에 속하나 아파트와 같은 고층 건물이 거의 없다. 있단한들 거의다 중국인들에 의해 지어진 관광호텔들이다.

 얼마나 잤을까... 시간 개념이 없다. 일단 깊은 잠에서 깨어나 창밖을 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라오스에 도착한 뒤 과다한 땀 배출 때문에 갈증만 나서, 오로지 물만 죽어라 먹은 나는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뭔가를 먹어야 겠다고 생각하여 빡세의 밤거리로 나섰다. 더운 나라여서 그런지 낮보다 밤에 사람들이 더 활발했다. 낮에는 조용하던 거리에 이야기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게나마 솔솔 불어오는 강바람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빡세에 대하여 아는게 별로 없어서 대충 아무 식당에나 들어갔다. 그리고는 내가 아는 오직 한가지 메뉴... 쌀국수를 먹었다.

식당 구석의 tv에서는 월드컵 8강 하이라이트가 방송되고 있었고 식당 주인 아들이 방송에 몰두 하고 있었다. 만약 한국대표팀이 8강 이상에 진출하였더라면 라오스에서 붉은 악마의 대찬 기운을 보여주었을 텐데,.... 아쉽지만 16강에 진출한 한국 축구가 자랑스럽기도 했다. 그 라오스의 소년들은 월드컵에서 자신의 조국을 볼 수 없지만 우리는 언제나 볼 수 있으니깐... 그런 생각에 빠져있다 불연듯 주위를 돌아보니... 역시나 라오스 할머니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고정되어 있다. 나는 자랑스레 “사바이디 까올리”라고 외쳤다. 할머니들은 밝은 미소로 맞아주셨다. 그러나 그 이상의 대화는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라오스어를 모르니깐 ㅠㅠ 그렇게 라오스에서... 빡세에서의 첫날을 마무리 하였다. 솔직히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니간 사람들이 다 자러 가드라.... 여기는 상당히 일찍 자는 듯하다. 낮잠을 잔 탓인지 밤에 잠이 잘오지 않아 오랫동안 뒤척였다. 외로웠다. 애석하게도 호텔방의 침대는 더블...

-라오스의 밤은 고요하고 정겨웠다. 그들은 말이 아닌 눈으로 말하는 듯 했다.-

   
라오스에서의 쉽지않은 첫날이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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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몽상가, 순수의 땅 라오스에 가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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