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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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대에서 내려다본 하회마을

지난 8월1일, 우리나라에 큰 경사가 있었다.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로는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중 안동 하회마을은 마을을 감싸고 낙동강 물줄기가 한 바퀴 휘돌아 나가는 물돌이 마을로, 이 아름다운 하회마을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부용대 이다.

부용대 450보. 부용대에 올라가기 위해 주차장을 나서니 산 입구에 부용대 까지 450보라는 팻말이 서 있다. 450보라고? 겨우? 하회마을에서 올려다본 부용대는 꽤 높아 보였기 때문에 450보만 가면 부용대에 올라갈 수 있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무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 무게가 천근만근 이었는데, 450보라는 팻말을 본 순간 갑자기 발걸음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부용대로 오르는 호젓한 숲길

부용대로 올라가는 숲길은 호젓하고 아늑했다. 초록이 가득한 길은 경사도 급하지 않아, 동네 나지막한 산길을 산책 하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450보인지 세어보진 않았지만, 불과 10분도 안 걸려 부용대 제일 높은 곳에 도착했다. 숲속 길을 걸어 갈 땐 바람 한 점 없던 길이 꼭대기에 올라오니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눈앞에 펼쳐진 거칠 것 없이 확 트인 시야는 몸뿐만 아니라 눈까지 시원하게 만들었다.

 안동은 대부분이 산으로 이루어진 도시지만, 이 하회마을은 낙동강물이 유일하게 태극문양으로 반대로 흐르며 감싸 안고 있는, 평평한 들판으로 이루어진 평야지대 이다. 78개의 종가가 있고, 오래된 고택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옛 법도와 질서가 존중되는 마을. 그 마을이 바로 발아래 펼쳐져 있다. 부용대가 '부용을 내려다보는 언덕'이란 뜻이고, 부용은 연꽃을 뜻하는 하회마을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부용대 에서 내려다 본 하회마을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한 송이 연꽃과 같다하여 마을 지형을 '연화부수형'이라고도 한다.

   
하회마을과 부용대 사이를 왕래하는 나룻배

밑을 내려다보니 까마득하게 보이는 낙동강 위에 나룻배 한 척이 보인다. 하회마을과 부용대로 오가는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나룻배 이다. 알록달록한 파라솔이 나룻배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니 꽃 한 송이가 오가는 듯 했다. 그 나룻배가 실어 나른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부용대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기 전에 서둘러 부용대를 내려와 산자락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화천서원과 옥연정사를 둘러보기로 했다.

화천서원은 서애 류성룡 선생의 형이신 경암 류운룡 선생을 제향 하는 곳이다. 위패를 모시고 제향을 하는 곳이지만 이곳에서 고택체험을 할 수 있다. 서원 안쪽에 세워져 있는 지산루에 오르면 낙동강 변 하회마을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경치 좋은 곳이다.

화천서원에서 나와 낙동강을 바라보며 백 미터쯤 내려가다 보면 옥연정사가 나온다. 옥연정사는 안동이 낳은 인물 서애 류성용 선생께서 거처하던 공간이다. 서애 선생은 하회마을 내 종택과 떨어진 이곳 옥연정사 에서 학문을 연마하기도 하고 벗을 맞이하며 우애를 나누기도 하였다. 선생의 나의 45세 때 지은 이 옥연정사에 기거한지 4년 후 임진왜란이 일어났고, 그 후 벼슬길에서 임진왜란과 권위적인 왕조, 수많은 권력싸움에 심한 시달림을 당할 때 이곳 옥연정사에서의 생활을 많이 그리워했다고 한다. 담장 너머로 내려다 보이는 낙동강은 그 긴 세월을 변함없이 흐르건만 그곳을 그리워하던 선생은 58세가 되어서야 하회마을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옥연정사와 옥연정사 앞에서 바라본 낙동강변

옥연정사에서도 고택체험을 할 수 있다. 화천서원과 옥연정사. 그 건물에 어려 있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알고 나면 똑같은 고택체험을 하더라도 느껴지는 감흥이 조금은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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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 역사의 숨결 흐르는 비밀스러운 곳 '부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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