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5(일)
  • 전체메뉴보기
 

   
 
   
 
많이 피곤하긴 했으나 어둡고 후덥지근한 방에서 더 이상은 잠을 잘 수가 없어 아직 깊은 잠속에 빠져 있는 일행을 두고 밖으로 나왔다. 강변엔 많은 사람들이  긴 제방에 앉아 따사로운 아침햇살을 받으며 제각각의 무리를 지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진한커피 한잔과 두 장의 토스트 빵 사이에 달걀을 넣고 압축 팬에 구워낸 빵으로 제방의 틈새를 비집고 앉아 아침을 먹는다. 그런 나에게 몇몇의 사공인 듯 한 사내들이 다가와선 강을 건널 거냐고 물어온다. 말없이 고개만을 저었다. 그리고는 눈부신 아침햇살을 받으며 약한 바람에 일렁이는 황토색의 강물을 한 가득 시야에 담아 바라다본다.
 
강폭은 어림잡아 1km는 넘을 듯 보였다. 건너편으로는 가이아나의 정글 숲이 짙은 남초록 빛으로 빼곡하다. 이쪽의 강변엔 몇 척의 강을 떠다니며 생활하는 원주민들의 하우스 보트들이 평화로이 떠있다. 보트의 아낙들은 강의 붉은 황톳물을 떠서는 큼지막한 썰지 않은 고기를 넣은 아침준비를 하는 솥으로 그대로 쏟아 붇고 있었다. 가장으로 보이는 사내들은 강물에 들어서서 양치질이며 아침세수를 한다. 그 옆에선 조무래기들이 발가벗은 채로 강물 속으로 연신 자맥질을 해가며 즐거워들 하고 있었다.
 
아침햇살에 부딪히는 아이들의 물젖은 살갗이 아름답게 반짝인다. 아이들은 정말 아무런 걱정 없이 행복해 보인다. 인도의 어머니강인 갠지스처럼 이들에겐 이강이 생명줄인 것이다. 그대로 요리하고 마시고… 새삼스럽게 바라보는 내가 이상 한 것이다.
 
   
 
   
 
느지막이 일어나 밖으로 나온 프랑스청년과 함께 읍내의 경찰서로 향한다. 여권에 출국 도장을 찍기 위해서이다. 마을 중심가의 비포장인 폭넓은 황톳길을 걷는 도중에 열대정글의 이른 스콜을 만난다. 스콜은 밤낮으로 쏟아지는 모양이다. 좀 전까지의 화창했던 날씨는 간곳없고 장대비가 흙길을 파고들어 흙물을 마구 튕겨낸다. 손바닥으로 머리만을 가리고는 언덕위에 보이는 경찰서까지 냅다 뛰었다. 급정거를 하듯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 비를 떨어내는 우리를 향하여 경찰관들이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
 
얼굴 한번 보고는 여권에 시원스럽게 도장을 꽝꽝 소리 내며 눌러 찍어준다. 물론 나는, 이 순간에도 여권에 도장 받을 장소를 손으로 짚어 보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여권의 한 페이지 페이지에 차근차근 도장을 받아야지만 여권을 새로 만들지 않고서도 보다 많은 나라의 출 입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도장과 도장 사이의 빈틈을 막기 위해 가능하면 직접 손으로 도장 찍을 곳을 짚어준다. 보통 한 페이지당 4개 이상의 출입국도장이 찍히도록 유도 한다.
 
인근에 오토바이경기장이 있는지 남녀, 연령대 구분 없이 뒤섞인 형광색 번호판 옷을 입은 사람들이 흙탕물을 뒤집어쓰며 오토바이를 타고선 어디론가 한쪽방향으로 몰려들 가고 있었다. 오토바이들은 경기용이라기보다는 평소 집에서 타고 다니는 스쿠터 종류에서부터 시작하여 그 종류가 다양했다. 작은청년은 그 경기장에서 일을 한다고 했다. 직장으로 나가야 한다는 청년을 배웅한다. 경기장으로 놀러 오라는 말을 남기곤 청년은 마중 나온 사람의 오토바이 꽁무니에 올라타고는 멀어져 갔다.
 
함께 움직인 것은 비록 사흘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이 들었다. 그는 가장 왜소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트럭을 타고 올 때도 자신이 가장 힘든 곳을 골라 자리를 잡았었다. 피할 길 없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입술이 새파래져선 달달 떨어대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작달막하지만 당차고 정의로운 청년의 행복을 빌어준다.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신화의 땅 라틴아메리카일주-프렌치 가이아나로(1)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