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4(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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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의 해변에서 아이와 엄마 그리고 할머니가 잡은 조개들을 세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한 번은 집 옆의 바위를 정리하다가 왜정 때 일인들이 문화말살정책과 더불어 풍수사상에 따라 한국지맥의 기운을 받아 앞으로 큰 인물들이 태어날 것이라는 말에 그것이 두려운 나머지 한국 산맥의 혈을 끊기 위해 백두대간 전체 지맥에 박았던 쇠말뚝중의 하나를 찾아냈다. 그것은 백두대간의 지류를 따라 흐르다가 뒤쪽에 장수봉, 앞으로 시루봉을 두고 있으며 몸은 마르지 않는 맑은 물이 샘솟는 웅덩이에 앉아있는 거북을 닮은 바위의 정수리 한가운데에 꽂혀 있었다. 검은 녹이 슨 쇠말뚝은 쉽게 빠지지 않게 하려고 끝부분이 나사식으로 돌려 파여져 있었다. 적어도 70년에서 100년은 된 것으로 보였다. 지금도 사람구경하기 어려운 이 산간 오지까지를 어찌 일인들이 찾아내었는지가 의아스럽다. 아마도 친일적 한인 풍수학자들을 사주 한 것으로 생각 된다.

반나절이상을 땀 흘리며 어렵게 그것을 뽑아낸 다음 그곳에 작은 정자를 짓기로 마음먹고 삽과 괭이로 땅을 고르다가 땅속에서 눈을 반짝이며 똬리를 틀고 있는 뱀을 만났다. 똬리를 튼 몸 가운데에는 알이 수북이 쌓여있고.

너무 놀라 흙을 한 삽 떠서 다시 그 위를 덮고 그놈을 향해 소리쳤다.

“3일 동안 시간을 주겠다. 그 안에 알이든 새끼든 다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거라. 만약 3일 뒤에도 이 자리에서 눈에 띄면 나는 너를 죽일 수밖에 없다.”

그 후 사흘 동안은 그 근처를 얼씬도 하지 않다가 사흘이 지난 뒤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파보았다. 오! 놀랍게도 그 자리에는 뱀이 남긴 휑한 빈 구멍만 있을 뿐 알들과 뱀은 어디론가 모두 떠나고 없었다. 뱀은 3일간 알들을 모두 어디론가 물어 날랐을 것 이었다. 뱀이 내 소리를 알아들었을까! 아니면 그냥 성가시게 구는 사람을 피해 간 것일까?

바다로 내려가니 깨끗한 해안에는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일명 ‘부기’라고 부르는 4륜구동 모래차를 부릉거리며 백사장을 달리는 사람들도 있다.

한쪽 바다에서는 10여 명의 어부들이 커다란 뜰채에 가까운 그물로 고기를 잡는다. 여럿이 힘을 합해 그물을 물속에 집어넣었다가 다시 끌어 올린다. 그러면 그 안에는 하얀 숭어들이 햇살에 은빛비늘을 반짝거리며 파닥인다.

다시 돌아와 백사장 의자에 앉았으나 또다시 알 수 없는 외로움이 밀려온다. 유명한 피서지에 나 혼자 앉아있는 것이 서글퍼진다. 역시 피서지는 내 체질에 맞지 않나보다. 다시 떠나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산호초가 무성한 얕은 바다에서 가방과 옷을 벗어 물위로 나온 바위에 걸쳐두고는 홀로 밀려오는 파도를 맞으며 수영을 한다.

주인 부부에게 어제와 같은 음식을 주문했더니 그들은 냉장고를 열고 생선을 몇 가지 보여준다. 그중 붉은 색이 도는 돔 종류를 택했더니 포르투갈식이라면서 요리를 한다. 나중에 나도 한 번 해보려고 곁에서 노트까지를 펼쳐들고서 요리법을 유심히 지켜다.

여기에 잠시 소개를 한다.

①다진 마늘과 양파에 올리브오일을 넣고 충분히 볶는다. 매운 걸 좋아하면 고추도 썰어 넣는다.
②토마토를 썰어 넣고 물을 부어 충분히 끓인다.
③토마토가 완전히 죽이 되면 소금간과 마늘양념을 한다. 마늘양념은 다진 마늘에 약간의 식초를 친 것이다.
④토마토 죽에 생선과 볶은 양파를 넣고 소스가 자잘해질 때까지 졸인다.

접시에 옮겨 담고 신선한 샐러드 약간으로 장식을 하면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다.

조리법이 간단하면서도 그 맛이 우리입맛에도 잘 맞는다.
 

   
 
아마존으로 떠나겠다고 하자 주인아저씨가 농담을 하신다.

“아마존에서는 시계가 필요 없어요.”

“왜요?”

“스콜이 매일 같은 시간에 쏟아지니까. 사람들은 몇 시에 만나자고 하지 않고 비가 오고 난 뒤에 만나자고 하죠.”

스콜은 열대성 소나기를 말한다. 사람 좋은 부부는 내가 만약 이곳에 더 머문다면 방값을 안 받겠다는 말까지 한다. 그들은 정말로 방값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자녀들은 성장해 다들 집을 떠나고 부부 둘이서만 살다보니 늘 외로우셨던 것 같다.

‘이참에 잠시 여기서 쉬어갈까?’

전망도 좋고 불편한 것 없는 이곳이 쉬어가기에는 더없이 좋다고 할 수 있지만 우선은 착한 두 분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게다가 유명관광지의 해안을 홀로 어슬렁거릴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민박집을 나오는데 두 분이 매우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손으로 적은 주소가 적힌 쪽지를 내손에 쥐어 주시며 꼭 한번 다시 오라고 하신다. 배낭을 메고 언덕길을 내려오며 뒤를 돌아다본다. 부부는 그때까지도 나를 내려다보고 계신다. 두 분의 내려다보는 시선에 코끝이 찡하게 울려와 배낭의 어깨끈을 괜스레 한 번 더 추스른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며칠 만에 정이 들었다. 두 분의 건강하심과 행복하심을 속으로 다시 한 번 빌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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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땅 라틴아메리카 - 브라질 나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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