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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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새로운 나를 만나길 원한다면 여행을 떠나라! 그리고 기억해라! 우리는 현지 사람들의 세계를 잠시 빌려 쓰는 이방인임을, 그래서 그들의 세계를 아끼고 감사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그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충분히 책임여행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새로운 곳에서 만나는 색다른 경험. 그래서 여행은, 일상에 지쳐 있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비타민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을 보다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면? 답은 가까이에 있다. 현지의 문화를 존중하고 그들의 환경을 보호하는 것. 그리고 가능하면 그들이 직접 만든 물건을 소비하는 것.  

- 글ㆍ사진 : 채지형 / 여행작가, <지구별 워커홀릭> 저자

 뉴욕에 가면 꼭 들르는 북카페가 있다. 예술의 거리라고 불리는 소호 구석에 자리 잡은 중 책 서점 '하우징 웍스 유즈드 북 카페(Housing Works Used Book Cafe)'가 그곳이다.

책을 사고파는 서점이지만, 아늑한 맛이 꼭 사랑스러운 도서관 분위기다. 오래된 책이 건네는 안정감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책을 찾는 재미도 특별하다. 그러나 내가 그곳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커피를 마실수록, 머핀을 하나 더 먹을수록, 왠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묘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하우징 웍스가 공정무역을 실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커피들은 모두 남미의 커피농장에서 정당한 값을 주고 사 온 것들이다. 우리가 공정무역 제품을 사면 전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제3세계의 노동력과 원료를 값싸게 사들이는 대형 업체들과 달리,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하는 회사들은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줄 수 있는 가격을 매긴다. 기본적으로 이익이 일어나기 힘든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과 이익이 발생하면 공동체에 다시 투자한다.   

  

그 북카페도 그렇다. 생글생글 웃는 직원들은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이고 여기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대부분 에이즈를 앓고 있는 뉴욕의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해 쓰인다. 작은 카페에서 일어나는 얼마 안 되는 소비일 뿐이지만, 이 소비는 두루두루 세계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씨앗이 되는 것이다. 조금 더 돈을 내더라도 현지인이 운영하는 항공사를 이용한다거나, 다소 불편하더라도 다국적 체인 호텔을 이용하지 않고 현지 호텔에서 머무르는 것들도 공정무역 제품을 소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런 일들의 바탕은 지구라는 별에 함께 살고 있는 이들에 대한 매너에 있다. 현지 사람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것이 '책임여행'이다.  

 여행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다양한 방식으로 여행을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책임여행의 개념도 넓게 퍼지고, 한편으로는 구체화되고 있다. 2001년 책임여행을 기치로 내걸고 문을 연 영국여행사 '리스판서블트래블닷컴(www.responsibletravel.com)'이나 '에티컬이스케이프(www.ethicalescape.co.uk)', '투어리즘컨선(www.tourismconcern.org.uk), 그린글로브(www.greenglobeglobal.com) 등의 단체들은 새로운 캠페인을 꾸준히 벌이면서 전 세계에 책임여행을 알리고 있다.

여러 단체에서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모든 책임여행의 기본은 '예의'에서 출발한다. 인간에 대한 예의이자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예의이다.온두라스의 한 유스호스텔에서 2층 침대를 나눠 쓰던 스텔라는 하루에 30분씩 스페인어를 공부하곤 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냐고 물었더니 "기본적인 언어를 익히는 것은 그 나라를 여행하는 여행자로서 지켜야 할 예의라고 생각해. 너도 알겠지만 현지어를 하면 사람들이 더 반갑게 맞아 주잖아. 그들과 마음을 더 나눌 수 있어 좋아" 라고 답했다.인사말과 숫자, 간단한 문장 몇 개를 익히는 것도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책임여행이라고 하면 무척이나 거창하게 들리지만,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이 수도 없이 많다.   

 

여행지에서 쇼핑할 때도 그렇다. 흥정이 여행의 색다른 재미이기는 하지만, 흥정을 할 때도 상황과 나라를 잘 고려해야 한다. 무조건 깎으려고 들지 말자. 바가지를 쓰는 것도 피해야겠지만, 현지 물가를 고려하지 않고 흥정을 하는 것은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멸종 위기에 있는 동물이나 식물로 만든 기념품을 사지 않는 것도, 기념품을 너무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는 것도, 현지 사람들이 직접 만든 기념품을 사는 것도, 현지 사람들이 운영하는 음식점과 숙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모두 책임여행을 실천하는 중요한 방법들이다.


비행기 안 타기, 기차여행하기, 순례길 걷기, 트레킹 하기…

쉽진 않지만 해볼 만한 또 다른 책임여행으로는 '비행기 타지 않고 여행하기'나 공정무역의 원산지를 찾아 떠나는 '공정무역 여행'이 있다.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해외로 나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야만 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다른 대륙을 여행할 때 기억해 둘 만한 것이 비행기를 타지 않는 여행이다. 왜냐고? 비행기는 너무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비행기 대신 기차여행을 한다거나 자전거여행을 하는 것이다. 걸어서 가는 여행도 책임여행을 실천하는 훌륭한 방법이다. 도보 사파리를 하거나 순례길을 걷거나 트레킹을 하는 것들도 책임여행의 한 부분이다.해외에서 시도되고 있는 '공정무역 여행' 또한 책임여행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다.

공정무역 여행이란 공정무역의 원료를 만드는 원산지를 찾아가는 것으로, 커피가 생산되는 중앙아메리카의 니카라과공화국(Nicaragua)의 커피 농장에 가서 그 나라 사람들과 함께 살아 보는 여행이다. 공정무역 여행에 참여하다 보면, 겉에서만 보던 현장의 모습을 직접 체험하고 나누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보다 적극적으로 책임여행에 참여하기 위해서 자원봉사 여행을 떠나 보는 것도 좋다.

인도 콜카타(옛 캘커타) 마더 테레사의 집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어려운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를 해본다던가, 과테말라의 몬테리코에 가서 거북이들에게 먹이를 주며 보호하는 자원봉사를 하는 것도 인생에 오랫동안 기억될 경험이 될 것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예의

올 여름 휴가로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라스베이거스를 계획했거나 지중해의 푸른 바다에 빠지기 위해 산 토리니 여행을 하기로 했다고 난감해 할 필요는 없다. 언제 어디에서든 책임여행은 실천할 수 있으니까.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신발이 없어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미소와 뉴욕 5번가에서 마주치는 뉴요커에게 보내는 미소가 다르지 않으면 된다. 세계에 펼쳐진 수만 가지의 다양한 삶들을 존중하고 함께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여행자인 우리는 그곳에서 잠시 그들의 세계를 나누고 있는 이방인일 뿐이라는 것, 그래서 감사하고 아껴야 한다는 것, 그것만 마음에 담고 있다면 당신도 지금부터는 책임여행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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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씨앗, 이제는 ‘착한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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