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호주 붉은 대지 한가운데, 어둠이 내리면 사막은 별빛보다 먼저 빛난다. 2016년 임시 설치작품으로 첫선을 보였던 브루스 먼로의 ‘필드 오브 라이트(Field of Light)’가 어느덧 10주년을 맞았다. 울루루 인근 사막에 조성된 이 작품은 축구장 7개에 달하는 면적 위에 5만 개의 태양광 조명 줄기를 심어 놓은 대형 설치미술이다. 비가 내린 뒤 사막에 피어나는 토종 야생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호주 울룰루에 설치된 작품 브루스 먼로의 ‘필드 오브 라이트(Field of Light)’(제공=Ayers Rock Resort)
빛은 해가 지면 서서히 고개를 든다. 붉은 흙 위로 보랏빛, 황금빛, 푸른빛이 물결처럼 번진다. 관람객은 낮의 울루루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마주한다. 수만 년간 문화적 의미를 이어온 아난구의 땅 위에 조심스럽게 자리한 이 작품은, 자연과 예술, 그리고 원주민 문화에 대한 존중을 전제로 한다. 75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으며 먼로의 최장기 전시로 기록됐다.
울루루는 이 개념이 처음 구현된 ‘영적 고향’이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 센소리오, 펜실베이니아 롱우드 가든, 뉴욕 맨해튼 프리덤 플라자, 영국 살콤 등지로 확장됐지만, 원형의 감동은 이곳에서 가장 깊다. 사막의 침묵과 광활함이 빛의 호흡과 맞물릴 때, 작품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하나의 풍경이 된다.
10주년을 맞아 에어즈 록 리조트는 다채로운 기념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아난구 예술가 발레리 브럼비와 우룬제리 벽화 작가 알렉스 커가 공동 제작한 신규 벽화가 공개되고, 현장에서는 브루스 먼로와의 VIP 이브닝과 질의응답 세션이 열린다. 호주 원주민 소유 기업 쿠이 네이티브 인그리디언츠 오스트레일리아의 자생 식재료를 활용한 다이닝 체험도 마련됐다. 빛을 보고, 맛보고, 이야기를 듣는 입체적 여정이다.
리조트를 운영하는 보야지스 인디지너스 투어리즘 오스트레일리아 측은 “당초 1년 예정이던 전시가 10년을 이어왔다”며 “자연과 문화적 이야기를 함께 기념하는 시간”이라고 밝혔다. 작가 브루스 먼로 역시 울루루를 “아이디어가 처음 생명을 얻은 장소”라 표현했다.
몰입형 체험도 주목된다. 아난구와 협업해 고대 창조 설화를 드론과 조명으로 구현한 ‘윈지리 위루’, 여성 예술가들이 주도한 레이저·라이트 쇼 ‘선라이즈 저니즈’가 밤과 새벽을 채운다. 빛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이 땅의 이야기를 전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된다.
울루루의 밤은 여전히 진화 중이다. 사막 위에 심긴 5만 개의 불빛은 예술의 수명을 넘어, 자연과 공존하는 관광의 미래를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