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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층석탑·석조불비상과 어우러진 산사 풍경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남도의 봄은 언제나 한 발 먼저 온다. 전남 순천 낙안면 금전산 서쪽 기슭, 고즈넉한 산사에 분홍빛 기운이 번지기 시작했다. 매서운 한파가 채 가시지 않은 시기, 금둔사 경내에서 ‘납월 홍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며 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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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금둔사 납월 홍매화(제공=순천시 천명귀 작가 2025)

 

금둔사의 홍매는 음력 12월, 이른바 ‘납월’에 피는 희귀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매화보다 1~2개월 이르게 개화해 남도 봄소식의 전령사로 불린다. 선홍빛 꽃잎이 기와지붕과 어우러지면 산사는 한층 깊은 색을 띤다.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번지는 매화 향은 계절의 문턱을 넘어섰음을 알리는 신호다.

 

이곳 매화는 한국불교 태고종 제20세 종정을 지낸 지허 큰스님이 가꾼 120여 그루의 홍매·백매·청매에서 비롯됐다. 오랜 세월 정성으로 보살핀 나무들은 겨울 끝자락에서 가장 먼저 꽃을 올린다. 설 연휴를 지나 2월 말이면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매년 전국의 사진작가와 상춘객들이 이 시기를 맞춰 찾는 이유다.

 

금둔사는 단순한 꽃 명소에 그치지 않는다. 후백제 시기 ‘동림사’로 창건된 선종 사찰로, 사자산문을 개창한 철감국사의 제자 징효대사 절중이 터를 닦은 유서 깊은 도량이다. 전남 동부지역에 선종을 전파한 중심 사찰로 역사적 의미가 깊다. 경내에는 보물로 지정된 금둔사지 삼층석탑과 석조불비상이 남아 있어 매화와 함께 문화유산을 감상할 수 있다. 석탑의 단정한 비례와 겨울 하늘 아래 피어난 매화는 묘한 대비를 이룬다.

 

최근 순천시는 문화유산 보존과 관람 환경 개선을 위해 정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삼층석탑으로 향하는 진입 교량을 보수하고 범종루 단청을 손보는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봄맞이 방문객이 늘어나는 시기에 맞춰 안전하고 쾌적한 관람 동선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금둔사는 낙안읍성과도 가까워 함께 둘러보기 좋다. 읍성의 돌담길을 걷고, 산사로 올라 매화를 마주하면 순천의 봄을 한층 깊이 느낄 수 있다.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산길을 오르면,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 사이로 햇살이 내려앉는다. 겨울을 견딘 나무가 가장 먼저 피워 올린 꽃은 인내와 고결함의 상징처럼 보인다.

 

봄은 늘 조용히 시작된다. 금둔사의 납월 홍매는 그 시작을 가장 먼저 알리는 존재다. 추위를 뚫고 피어난 꽃 한 송이가 새 계절의 희망을 전한다. 순천 금전산 자락에서 만나는 이른 매화는 올봄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가장 따뜻한 초대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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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금둔사 ‘납월 홍매’ 꽃망울 터뜨린 희귀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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