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3-1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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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위에 이름을 붙이다...시설 대신 이야기, 이벤트 대신 해석
  • ‘문학 지질해설’이 만든 로컬 관광의 반전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지방소멸, 관광 피로도, 획일화된 체험 콘텐츠. 전국의 지역 문화 정책이 동시에 마주한 과제 앞에서 강원 고성군의 선택은 이례적이다. 더 많은 시설이나 화려한 이벤트 대신 자연·과학·문학을 결합한 ‘이야기 중심의 체험’에 집중했다. 그 결과 고성군 국가지질공원 탐방센터의 ‘문학 지질해설’은 관광 프로그램을 넘어, 지역이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지속 가능한 로컬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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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파대(제공=고성군)

 

최근 문화·환경 정책의 공통 키워드는 분명하다. 체류형 관광, 교육 연계, 기후·생태 감수성, 그리고 지역 고유성이다. 학교 현장과 가족 여행, 중장년 학습 수요가 동시에 늘면서 여행의 기준도 달라졌다. 무엇을 보았는가보다 무엇을 느끼고 이해했는가가 중요해졌다. 고성의 해설은 이 변화에 정확히 호응한다. 지질학이라는 과학 자산을 문학적 언어로 풀어내며, 바위와 파도를 배움의 교실이자 감정의 매개로 전환한다. 자연은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존재가 된다.

 

성과는 수치로 증명된다. 11명의 전문 해설사가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2021년 3,577명이던 탐방객을 2023년 2만1,250명으로 끌어올렸고, 2025년에는 3만 명을 돌파했다. 단순 방문이 아닌 수학여행, 가족 체험학습, 단체 인문 답사로 확장되며 ‘경험해야 할 지역 인문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일회성 홍보가 아닌, 재방문력과 교육적 확장성이 만든 성과다.

 

차별점은 해설 방식에 있다. 시인의 시집 ‘바위시 분단시’를 도입해 ‘손가락 바위’, ‘웃는 물고기’처럼 암석에 이름과 이야기를

부여한다. 지층의 형성과 연대를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인간은 자연을 어떻게 불러왔는지를 함께 묻는다. 과학적 정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감각과 기억에 오래 남는 이유다. 이는 최근 교육 현장의 STEAM 융합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고성의 실험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고유 자원에 개인의 창작과 전문 해석을 결합하면, 대규모 투자 없이도 모방 불가능한 킬러 콘텐츠가 된다. 지층 위에 수억 년의 시간이 흐르듯, 고성의 해설은 자연 위에 인간의 언어를 조심스럽게 얹는다. 속도보다 깊이, 소비보다 해석. 고성 해안에서 시작된 이 인문학적 여정은 로컬 관광이 나아갈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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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의 해안에서 시작된 인문학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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