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은 끝나지 않았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영화 [겨울소풍-땅끝에 선 사람들]의 마지막 촬영은 ‘엔딩’이라기보다 ‘건너감’에 가까웠다. 병오년 새해를 하루 앞둔 2025년 12월 31일, 배우들과 제작진은 해남 송지면 대죽해변에 섰다. 체감온도 영하 8도. 바닷바람은 살을 에는 듯 매서웠고, 숨을 내쉴 때마다 입김은 곧바로 하얗게 흩어졌다. 스태프들은 장갑 위에 다시 장갑을 끼고 장비를 점검했고, 배우들은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체온을 나눴다. 이곳에서 영화는 마지막 ‘해넘이’ 장면을 먼저 담아냈다.
수평선이 붉게 물들 무렵, 법사 김홍기 배우의 징과 북소리가 울렸다. 둔중한 울림은 파도를 향해 곧장 달려갔다가, 물살에 부딪혀 되돌아왔다. 소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밀려갔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바다 위를 가로질렀다. 사북탄광에서 시작된 진혼의 첫 울림, 광주 망월동과 진도 팽목항에서 이어진 침묵의 시간, 해남 5일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노래까지—그 모든 여정이 이 소리 안에 겹쳐졌다.
영화는 이곳에서 ‘끝’을 기록하고 있었다.
몸빼 유진규 배우는 바람의 방향을 가늠하듯 한지를 꺼내 들었다. 손끝에서 놓인 지전은 곧바로 바람을 타고 날아올랐다.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잠시 흔들리던 한지는 이내 바다 쪽으로 흩어졌다. 지나간 시간과 억울하게 스러진 주검을 위로하는 몸짓은 말보다 느렸고, 그래서 더 깊게 남았다. 배우들은 그 장면을 바라보며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카메라는 멀찍이서 그 침묵을 지켜봤다.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자 기타늘보 서창원 배우의 기타와 하모니카가 울렸다. 금속의 숨결과 나무의 울림이 겹치자, 파도는 잠시 리듬을 늦춘 듯 고요해졌다. 해남 장터에서 시작된 노래가 끝내 바다에 닿는 순간이었다. “컷” 사인이 나왔지만, 현장은 쉽게 흩어지지 않았다. 배우들은 모래 위에 그대로 서서 바다를 바라봤고, 스태프들 역시 장비를 정리하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대죽해변에서의 일몰 촬영을 마친 뒤, 겨울소풍 팀은 곧바로 해남 땅끝마을로 이동했다. 한반도의 끝이자 시작점인 이 작은 마을은 자정을 앞두고 이미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은 두꺼운 외투에 몸을 웅크린 채 카운트다운을 기다렸고, 골목과 전망대 곳곳에서 기대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배우들과 스태프는 군중 속에 섞여 카메라를 들었다. 영화는 이 순간을 관찰자로서 담아냈다.
자정이 되자 카운트다운이 울렸고, 곧이어 밤하늘을 가르는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약 10분간 이어진 불꽃은 화려했고, 동시에 몽환적이었다. 검은 바다 위로 터지는 빛의 잔상은 이 영화가 지나온 어둠과 겹치며 또 하나의 장면이 됐다. 배우들은 불꽃을 가까이서 바라보며 새로운 시작을 노래했다. 누군가는 웃었고, 누군가는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새해를 맞이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그 자리에 함께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해 보였다.
불꽃놀이 촬영을 마친 이들은 잠시 몸을 눕혔다. 마지막으로 남은 장면은 새해의 첫 빛이었다. 몇 시간 뒤인 2026년 1월 1일 오전 7시, 다시 카메라가 돌아갔다. 땅끝마을 앞바다 수평선 위로 해가 고개를 내밀자, 배우들과 감독, 스태프는 자연스럽게 같은 방향을 바라봤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땅이 아니라,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된다는 사실을 서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말은 필요 없었다. 하나의 소리와 하나의 몸짓이면 충분했다. 짧은 호흡과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희망을 약속했다.
겨울소풍-땅끝에 선 사람들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해는 저물고 다시 떠올랐지만, 이들이 남긴 길은 사라지지 않았다. 끝에 선 사람들 곁에서, 영화는 비로소 자신의 시작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이제, 관객의 시간 속으로 천천히 건너갈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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