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남 5일장에서 만난 노래가 길이 되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해남의 아침은 장터의 소리로 완성된다. 영화 겨울소풍-땅끝에 선 사람들 네 번째 촬영 날, 카메라는 해남 5일장 한복판에 섰다. 좌판이 열리고, 비닐이 펄럭이며, 상인들의 목소리가 길을 채웠다. 오늘의 촬영은 계획보다 현장에 가까웠다. 배우들이 장을 구경하듯 걷는 사이, 시장 한쪽에서 기타 선율이 흘러나왔다. 기타늘보(서창원)와 시월나비(정덕현), 서울에서 내려온 부부 음악가의 버스킹이었다.
“신청곡 있으세요?” 시월나비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장터를 가르자, 사람들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기타늘보의 기타가 리듬을 잡는 동안, 오정옥 촬영감독은 장터의 결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손수레 사이를 비켜 지나고, 좌판 너머로 앵글을 낮췄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시장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도 함께 바빠졌다.
“어디 영화 찍는당가?”
“저기 봐라, 카메라 왔다잉.”
수군거림은 곧 웃음으로 바뀌었고, 장터는 스스로 무대가 됐다.
이를 지켜보던 최일순 감독과 배우들, 스태프는 자연스럽게 원을 만들었다. 연출은 없었다. 음악이 먼저 사람을 묶었고, 사람들이 장면을 완성했다. 그렇게 부부 음악가는 영화 속으로 스며들었다. 땅끝마을까지 이어질 동행의 시작이었다.
해산물을 팔고 있던 99세 할아버지 앞에서 시월나비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제 어머니도 예전에 장에서 장사를 하셨는데 얼마 전에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남편과 함께 이렇게 전국의 장터를 돌며 노래를 하고 있어요.” 할아버지는 잠시 손을 멈추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라제, 그라제. 사람 사는 건 다 노래여.”
기타늘보의 연주가 다시 흐르자, 새해에 백 살이 된다는 할아버지는 구성진 가락을 뽑아냈다. “얼쑤!” 장단이 붙고, 배우들도 손뼉으로 호응했다. 카메라는 그 웃음과 주름을 같은 프레임에 담았다.
촬영은 장터의 숨결을 따라 이어졌다. 품비타령을 외치는 엿장수, 산낙지와 조기구이, 민어와 홍어, 간재미, 생굴과 꼬막, 장어, 메생이와 감태, 보리싹까지—해남의 특산물을 내놓은 상인들의 얼굴에는 고단함과 환한 웃음이 함께 있었다.
“추운데도 고생이 많으세요.”
“에이, 살아있응께 웃는 것이지라.”
사투리는 삶의 기록이었고, 카메라는 그것을 덮지 않았다.
해남 5일장은 무대가 아니었다. 살아 있는 삶의 현장이었고, 영화는 그 틈으로 몸을 낮췄다. 음악은 애도의 여정을 이어온 이 영화에 잠시 숨을 돌릴 자리를 내주었고,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서로를 알아봤다. 해가 기울 무렵, 겨울소풍 팀은 장터를 뒤로하고 땅끝마을로 향했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에서, 이 동행은 어떤 노래로 이어질까. 궁금증이 바람처럼 따라붙는 밤, 여정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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