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계천에서 광화문까지… 빛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겨울 산책
- 108만 명이 찾은 도심형 겨울 축제, 전통과 미디어가 만나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12월의 광화문광장은 해가 지면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광장 중앙에 세워진 높이 15m의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불을 밝히고, 인근 청계천 물길 위로는 한지로 만든 빛 조형물 수백 점이 은은한 빛을 흩뿌린다. 서울관광재단의 ‘서울빛초롱축제’와 ‘광화문마켓’이 동시에 열리면서 서울 도심은 새해 초까지 이어지는 초대형 겨울 축제의 무대로 전환됐다. 특히 광화문마켓은 12월 31일 자정까지 운영되며, 연말 분위기를 더해 시민과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광화문마켓과 서울빛초롱축제를 찾은 방문객은 약 108만 명으로 집계됐다. 축제는 광화문광장과 청계천, 우이천 등 서울 도심 6곳을 연결하는 ‘서울 윈터 페스타’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입장료없이 누구나 저녁 시간대에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높다.
광화문광장, ‘도심형 크리스마스 마켓’의 실험
광화문마켓은 서울 도심형 크리스마스 마켓의 성격을 분명히 보여준다. 광장은 산타마을 입구와 마켓 빌리지, 놀이광장 등으로 나뉘어 동선이 설계됐고, 대형 트리와 함께 올해 처음 선보인 루돌프 회전목마가 중심 공간을 차지한다.
이 외에도 호두까기 인형의 집, 진저브레드 쿠키 하우스, 곰돌이 사진관 등 10여 개의 포토존이 광장 곳곳에 배치됐다. 스탬프 투어를 완료하면 회전목마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크리스마스 기간에는 산타클로스와의 무료 촬영, 소원 엽서 이벤트도 진행된다.
광화문마켓에는 약 100여 팀의 소상공인이 참여했으며, 올해 입점 경쟁률은 약 7대 1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행사 기간 164만 명이 방문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역시 비슷한 수준의 유동 인구가 예상된다.
광화문 마켓은 연말 장터를 넘어, 머무는 축제 공간으로 설계됐다. 시즌별로 구성되는 소상공인 마켓과 체험 프로그램, 글로벌 브랜드 협업 콘텐츠는 방문 시기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는 “광화문 마켓은 서울의 중심에서 시민과 소상공인이 함께 만드는 축제”라며 “판매에 그치지 않고, 체험과 이야기가 결합된 공간으로 발전시켜 서울 겨울 관광의 핵심 콘텐츠로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광화문광장이 가진 상징성과 개방성이 축제의 스케일을 키우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광화문마켓이 현대적인 전시와 체험 중심이라면, 서울빛초롱축제는 전통적 감성과 서사를 앞세운다. 청계천에는 53세트, 496점의 전통 한지 등과 LED 작품이 물 위에 설치됐다. 모전교에 조성된 ‘시등의 순간’은 조선시대 경복궁 건청궁에 처음 전등이 켜졌던 역사적 장면을 모티브로 삼아 관람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올해 처음으로 전시 구간이 확장된 우이천에는 약 50여 점의 추가 작품이 설치됐다. 광통교와 광교, 장통교, 삼일교를 따라 이어지는 조명 구간은 도심 속에서도 비교적 고요한 야간 산책 환경을 제공한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가족 단위 방문객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전시는 포켓몬 코리아와 협업한 ‘I LOVE 잉어킹’ 조형물이다. 70m 구간에 설치된 100마리 잉어킹 포토존 앞에는 평일 저녁에도 20~30분가량 대기 줄이 형성된다. 현장에서 만난 한 20대 방문객은 “SNS에서 보고 일부러 찾아왔다”며 “청계천이 이렇게 놀이 공간처럼 느껴진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왔다는 관광객 안나 슈미트 씨는 “유럽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많지만, 서울은 전통과 현대를 빛으로 동시에 보여주는 방식이 인상적”이라며 “특히 한지로 만든 조형물은 다른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장면”이라고 말했다.
서울빛초롱축제의 의미에 대해 서울관광재단 길기연 대표이사는 “빛초롱축제는 단순한 조명 전시가 아니라, 서울의 역사와 감성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콘텐츠”라며 “빠르게 소비되는 이벤트가 아니라, 시민과 관광객이 걸으며 기억을 쌓아가는 ‘서울다운 겨울 풍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계천이라는 공간이 가진 서정성과 한지 등 특유의 따뜻함이 만나, 서울만의 겨울 정체성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관광재단은 이번 축제를 단일 행사로 보기보다, 도시 전체를 하나의 무대로 연결하는 실험으로 접근했다는 입장이다. 서울빛초롱축제는 2009년 시작돼 올해로 17회를 맞은 서울 대표 야간 축제로, 올해는 ‘나의 빛, 우리의 꿈, 서울의 마법’을 주제로 청계천과 우이천 일대에서 운영되고 있다.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는 “빛초롱축제는 단순한 조명 전시가 아니라 서울의 역사와 공간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콘텐츠”라며 “광화문마켓과 결합해 시민과 관광객이 걷고 머무는 방식의 겨울 축제로 확장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광화문마켓은 12월 31일까지 매일 오후 5시 30분부터 10시까지 운영되며, 31일에는 자정까지 연장된다. 서울빛초롱축제는 내년 1월 4일까지 매일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이어진다. 두 축제를 함께 관람하려면 오후 6시 이후 방문이 적합하다.
입장료와 주차비가 없는 점도 이번 축제의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다만 주말과 크리스마스 전후에는 포토존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어 평일 저녁 방문이나 대중교통 이용이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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