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포천이 지닌 깊은 역사와 인문정신을 새롭게 조명하는 전시가 문을 열었다. 포천시는 11일 포천문화원 대강당에서 2025년 포천역사문화관 기획전시 ‘포천의 명문가, 대구 서씨’ 개막식을 열고, 지역을 대표한 사대부 가문의 삶과 흔적을 시민에게 처음으로 공개했다.
2025년 포천역사문화관 기획전시 ‘포천의 명문가, 대구 서씨’ 개막식 개최(제공=포천시)
국가 보물로 지정된 초상화를 비롯한 귀중한 자료들이 한자리에 모이며 포천 문화의 뿌리를 확인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본문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포천에 정착해 학문과 정치 양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대구 서씨 가문을 집중 조명하는 첫 기획전이다. 포천역사문화관이 2026년 개관을 앞두고 선보이는 사전 기획전 성격을 갖고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전시는 내년 4월 30일까지 약 5개월간 이어진다. 대구 서씨 가문은 고려 말 대구에서 활동하다 조선 초 중앙 정계 진출과 혼인을 계기로 포천에 터를 잡았다. 이후 300여 년 동안 세 명의 정승과 한 명의 대제학을 배출하며 조선 사회의 핵심 가문으로 성장했다. 조선 후기 사대부 가문의 정체성과 포천 지역 문화의 상호작용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2016년 국가 보물로 지정된 서경우·서문중 초상화다. 예술성과 역사성을 두루 갖춘 작품으로 평가받지만 그동안 대중에 공개된 적은 거의 없었다. 두 초상화는 조선 후기 사대부의 인물 표현 방식, 복식과 초상화 기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시민과 만난다.
2025년 포천역사문화관 기획전시 ‘포천의 명문가, 대구 서씨’ 개막식 개최(제공=포천시)
전시장에는 규장각과 대구서씨 종중이 대여·기탁한 족보, 간찰, 가문의 주요 문헌 등 15점의 유물도 함께 전시됐다. 가문의 혈연 구조를 기록한 족보를 비롯해 관직 생활에서 주고받은 간찰은 대구 서씨 가문이 어떤 네트워크 속에서 조선 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는지 보여준다.
관직 기록, 문집 자료, 시대별 생활 유물은 당시 사대부 가문의 학문적 태도와 일상 문화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포천시는 이번 전시가 단순히 지역 명문가를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포천의 정체성을 구성해 온 근본적 문화자원을 되짚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포천은 조선시대부터 경기 북부의 전략적 요충지였으며, 주변 지역과 학문·정치적으로 활발히 교류한 만큼 다양한 문화·역사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대구 서씨 가문은 그 중심에 자리한 가문 가운데 하나다. 전시장 구성은 관람객이 가문의 이동 경로와 시대적 역할을 따라가며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초기 정착 과정과 정치적 성취를 보여주는 1부, 가문의 학문적 전통과 인문정신을 담은 2부, 후대에 남긴 유산을 살펴보는 3부로 나뉜다. 초상화와 서책뿐 아니라 디지털 안내 콘텐츠도 더해져 젊은 세대가 가문의 역사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포천시 관계자는 “대구 서씨 가문은 포천의 정신문화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며 “보물 초상화의 첫 공개는 포천 문화유산의 품격을 널리 알리는 상징적 순간”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이어 “이번 전시는 포천시립박물관 건립의 필요성을 환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시민이 일상적으로 문화유산을 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마무리 한 가문이 걸어온 300년의 시간은 곧 한 지역의 역사이기도 하다.
‘포천의 명문가, 대구 서씨’ 전시는 잊혀 가던 기록을 다시 꺼내 지역 문화의 깊이를 확인하는 자리다. 국가 보물이 처음으로 시민 앞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포천이 가진 문화적 잠재력과 앞으로의 박물관 비전까지 함께 보여준다. 조선의 명문가를 따라가는 이번 여정은 겨울철 포천을 찾는 여행자에게도 뜻깊은 문화 체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