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전남 구례군 매천도서관이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황정은 작가를 초청해 인문학 특강을 열었다. 지난 6일 열린 이번 행사는 작가의 신작 에세이 『작은 일기』를 중심으로 작품의 배경과 집필 과정, 그리고 독자와의 문학적 교류가 깊이 있게 이어지며 큰 호응을 얻었다.
_‘구례군매천도서관, 황정은 작가 초청 인문학 특강 성황리 개최’)(제공=구례군)
황정은 작가는 강연에서 『작은 일기』가 태어난 시대적 배경을 먼저 설명했다. 에세이는 2024년 12월 3일 계엄령 선포 이후의 혼란스러운 시기를 기록한 책으로, 사회적 격랑과 개인의 일상이 뒤엉키던 시간을 작가가 매일의 글로 붙잡아 두었다. 거리에서는 시민들이 탄핵을 외치고, 가정 안에서는 불안한 하루가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작가는 “쓰는 일만은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하며 당시의 정서를 솔직하게 풀어냈다.
강연 참석자들은 책 속에서 묘사된 삶의 균열—흔들리는 일상, 공포와 무기력, 다시 이어가는 연대—에 공감하며 질문을 던졌다. 작가는 “매일의 글이 결국 나를 버티게 한 힘이었다”며, 혼란의 시대를 지나가는 작가로서의 책임과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날 특강에서는 소설집 『아무도 아닌』도 함께 논의됐다. 이 작품은 계약직 노동자, 층간소음 갈등, 치매 노인, 가족의 죽음과 실종, 감정노동 등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날카롭지만 담담하게 다룬다. 참여자들은 평범한 인물들의 상실과 박탈감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황정은 작가 특유의 문체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이어갔다. 특히 “사회적 약자의 흔들리는 삶을 포착하는 방식이 탁월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황정은 작가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작가에게 시대는 피할 수 없는 배경이고, 그 시간을 정직하게 기록하는 일은 문학의 본질적인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책을 매개로 독자와 이렇게 직접 만날 수 있어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매천도서관은 이번 특강이 단순한 작가 강연을 넘어, 문학을 통해 사회와 일상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도서관 관계자는 “참여자들이 문학이라는 창을 통해 지금을 살아가는 감정과 현실을 함께 나누는 경험을 했다”며, 앞으로도 지역 주민을 위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가와 독자가 같은 공간에서 시대를 이야기하고 마음을 나누는 순간—구례의 작은 도서관에서 시작된 이 대화는, 문학이 여전히 우리 삶을 정리하고 위로하고 확장하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다시 확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