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바닷물 위에 떠오른 붉은 도리이는 언제 보아도 현실보다 꿈에 가까웠다.
히로시마현 미야지마. 일본의 3대 절경으로 꼽히는 이 섬을 찾은 여행자는 누구나 처음보다 더 조용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조수가 밀려올 때, 오토리이(大鳥居, O-Torii)는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바다에 내려놓는다.
물결은 조용히 흔들리며 마치 오래된 기도를 되새기듯 문지르듯 스쳐 간다.
그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 안쪽까지 차오른다. 아마도 ‘머물러 있지 않아도 머무는 것들’에 대한 생각 때문일지 모른다.
섬 안쪽으로 길을 옮기면, 숲 사이에서 고주노토(오층탑)가 붉은 기둥을 드러낸다.
하늘로 쌓아 올린 다섯 개의 지붕이 마치 시간의 층을 겹겹이 쌓아 둔 것처럼 보인다.
바람이 스치고, 햇빛이 기울고, 사람들이 오르내리던 발자국 소리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탑은 그 모든 흔적들을 조용히 품은 채 서 있다.
미야지마는 풍경으로 기억되는 섬이 아니다. 걸음을 멈추는 방식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사진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어딘가의 정적, 바람의 간격, 물빛의 온도 그 모든 것이 이곳을 떠난 뒤에도 마음 한편에 남아 문득문득 생각을 깨운다.
돌아오는 배 위에서 뒤돌아본 오오토리이는 아직도 물 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여행이 끝나는 순간은 항상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 ‘남겨진 풍경을 마음속에서 다시 바라보는 순간’이라는 걸.
그날의 미야지마는 아직 나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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