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푸르른 발리의 하늘 아래, 집집마다 가지런히 세워진 펜조르(penjor)가 바람에 흔들릴 때면, 대지와 영혼이 숨소리로 하나가 된다.
갈룽안(Galungan)이 열리는 날, 발리 사람들은 조상의 영혼이 이 땅을 잠시 찾아온다고 믿는다. 그들은 정성스레 제물을 바치고, 향을 피워 맞이하며 흰 옷을 갖춰 입고 사원과 마당을 오간다. 이 축제는 ‘의(義, dharma)’가 ‘무질서(adharma)’를 이긴다는 상징을 품고 있다.
축제는 10일간 이어지고, 마침내 꾸닝안(Kuningan)에 이르면 조상들은 다시 하늘로 돌아간다. 꾸닝안 당일엔 아침부터 정오까지 의식이 이어지고, 노란 밥(ajengan kuning)과 다양한 바탕(banten)을 바친다.
강한 햇살 아래, 발리 마을의 거리는 향기와 색으로 가득 차고, 흰 옷차림의 주민들이 제물을 머리에 이고 걸어가는 행렬은 마치 영혼의 축제 같다. 사원 앞에서 조용히 기도하는 아이와 노인, 손을 맞잡고 제단 앞에 머리 숙이는 부부의 모습은 마음속에 오래 머문다.
갈룽안과 꾸닝안은 축제를 넘어, 삶과 죽음을 잇는 다리가 된다. 조상들은 와서 축복을 남기고, 다시 돌아가며 그 순환은 이어진다. 인간은 그 사이에서 선(善)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매 반복은 삶에 대한 감사와 결의를 다지는 시간이다.
나는 이 축제의 순간을 렌즈로 좇으며, 그 ‘보이지 않는 존재’를 느끼고 싶었다. 향기와 빛과 마음의 울림이 모여 하나의 서사로 기록된다. 축제를 마주한 이 순간, 나도 잠시 그 고요한 순례의 일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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