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만 개 사원과 매일 이어지는 축제의 섬, 발리의 심장을 걷다
- “구름 사이 드러난 신비로운 순례길, 삶과 기도가 만나는 자리”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발리의 아침은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함께 시작된다.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바나나 잎 위에 정성스럽게 올려진 공양물이 집집마다 놓여 있다. 갓 꺾은 프랑지파니 꽃, 바삭한 비스킷, 쌀알 몇 톨이 어울려 작은 제단을 이루고, 그 위로 향 냄새가 은은히 퍼진다. 머리에 바구니를 이고 가는 여인들의 걸음마다 종소리가 따라붙고, 아이들은 웃음 섞인 목소리로 기도를 하며 꽃잎을 뿌린다. 이렇게 신과 함께 살아가는 섬의 일상이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발리에는 무려 2만 개가 넘는 사원이 있다. 마을마다 최소 세 개의 수호신 사원을 두고, 그 사원마다 기념일이 있으니 축제는 멈출 새가 없다. 길모퉁이를 돌 때 가믈란 연주의 청아한 소리가 들리고, 사원 마당에서는 화려한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팔을 들어 올리며 신에게 춤을 바친다.
이 순간 여행자는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종교의 향연 속에 초대받은 손님이 된다.
그중에서도 아궁산 기슭에 자리한 버사킷 사원은 압도적이다. 구름 사이로 드러나는 사원의 실루엣은 마치 하늘을 향해 뻗은 거대한 신전 같다. 수백 개의 계단을 오르며 숨이 차오를 즈음, 현지인들의 행렬이 눈에 들어온다. 흰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전통 의상을 입은 남녀노소가 손에 꽃과 향을 들고 차례차례 신전 안으로 들어선다. 북소리와 노랫소리가 계단 사이를 메아리치며, 그들의 발걸음을 더욱 경건하게 만든다.
버사킷 사원은 발리인들이 반드시 찾아야 하는 ‘어머니 사원’이다. 아이의 첫 걸음을 이곳에서 축복받고, 성인이 되면 가족과 함께 다시 오르며, 노년에는 삶의 마무리를 기도한다. 그들의 얼굴에 어려 있는 평온함은 여행자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이정표이자 영혼의 고향이다.
사원의 마지막 계단에 서서 뒤돌아보면, 푸른 계단식 논과 마을의 지붕들, 그리고 저 멀리 반짝이는 바다가 겹겹이 펼쳐진다. 바람에 흩날리는 향내와 축제의 북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며, 발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사원이다. 여행자는 그 풍경 속에서 묵묵히 속삭이는 듯한 섬의 숨결을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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