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도, 일자리도 경남에서 만든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이제 경남은 게임을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직접 만드는 곳이 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경남도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2026년 경남 게임 제작 지원사업’ 참여 기업 모집에 나서면서다. 올해 공모의 가장 큰 변화는 문턱을 낮췄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경남글로벌게임센터 입주기업 중심으로 추진했지만, 올해는 입주 여부와 관계없이 경남 소재 게임 기업으로 대상을 넓혔다. 지원의 폭을 키워 더 많은 기업을 경쟁에 끌어들이고, 지역 안에서 실제 출시 가능한 게임을 발굴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번 사업은 경남글로벌게임센터가 추진하는 대표 제작 지원 프로그램이다. 공모 심사를 통해 10개 기업을 선정하고, 총 6억7600만원 규모의 사업비를 차등 지원한다. 기업별 지원액은 4000만원에서 9000만원 사이다. 선정된 기업은 협약 기간 안에 신규 인력을 채용해야 하며, 게임 콘텐츠 1건을 정식 출시하거나 최소 베타테스트 이상 단계까지 완성해야 한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응원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결과물과 고용을 함께 요구하는 구조다. 지원금 4000만원당 신규직원 1명을 채용하도록 설계한 점도 지역 게임 일자리 확대를 겨냥한 장치로 읽힌다.
접수는 3월 26일 오후 4시까지 e나라도움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공모 안내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경남글로벌게임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홈페이지에는 관련 공고가 게시돼 있고, 경남글로벌게임센터는 별도 플랫폼을 통해 프로그램과 입주기업 현황, 각종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경남이 지역 콘텐츠 산업을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상시 육성 체계로 가져가려 한다는 점은 이런 운영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눈에 띄는 건 이번 공모가 단독 사업이 아니라 더 큰 판의 일부라는 점이다. 경남도는 올해 경남글로벌게임센터 운영 3년 차를 맞아 게임 제작 지원·인큐베이팅, 유통 지원, 인재 양성, 문화 확산 등 4개 분야 12개 사업으로 50여 개사 지원 체계를 꾸렸다고 밝혔다. 제작 지원 역시 이번 공모 10개사 외에 인디게임 제작 8개사 지원, 퍼포먼스 마케팅, 글로벌 전시 참가 지원, 출시 직전 게임을 위한 고도화 지원 등으로 촘촘히 이어진다. 한 번의 제작비 지원에 그치지 않고 개발, 테스트, 유통, 해외 진출까지 연결하려는 구조다.
경남글로벌게임센터 자체도 지역 게임 산업의 허브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센터는 창의적 게임 개발과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설립됐으며, 교육 프로그램과 시설 지원을 통해 지역 개발자와 스타트업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현재 센터에는 모바일·PC·VR 등 다양한 분야의 개발사가 입주해 있고, 캐주얼 게임부터 RPG, 비주얼노벨, VR FPS까지 장르도 넓다. 지역에서 게임 회사를 시작해도 고립되지 않도록, 공간과 네트워크, 제작 기회를 함께 붙여주는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흐름은 전국적인 게임 지원 경쟁 속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역시 올해 236억원 규모의 게임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수도권과 중앙 단위 지원이 큰 규모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지역 거점이 살아남으려면 단순한 보조금보다 지역 맞춤형 제작 생태계를 얼마나 촘촘히 만드는지가 중요하다. 경남이 이번에 지원 대상을 입주기업 밖으로 확대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경남 안에 있는 기업이라면 더 넓게 기회를 열고, 그 안에서 경쟁력 있는 결과물을 뽑아내겠다는 방향 전환이다.
문화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게임은 이제 주변 장르가 아니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게임의 존재감은 여전히 크고, 지역 입장에서는 청년 일자리와 디지털 콘텐츠 수출, 기술 인력 양성까지 함께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실제 경남도의회 회의록에서도 국내 게임 산업이 매출과 수출, 종사자 규모 면에서 큰 산업이라는 점이 언급된 바 있다. 경남이 게임 제작 지원을 단순한 창업 지원이 아니라 산업 기반 만들기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두 개 흥행작을 넘어,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개발사와 인력이 자라고 남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공모는 돈을 나눠주는 행정 절차라기보다, 경남이 어떤 콘텐츠 산업을 미래 축으로 삼을 것인지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지원을 받는 기업은 결과물을 내야 하고, 사람도 뽑아야 한다. 행정은 그 과정에서 제작비와 인프라, 성장의 발판을 제공한다. 지역 게임 산업의 실력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서류 한 장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출시 화면과 채용 공고, 그리고 다음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성과가 된다.
경남의 이번 게임 제작 지원사업은 규모보다 방향이 더 분명하다. 입주기업만 챙기던 방식에서 벗어나 도내 기업 전체로 문을 열었고, 제작과 고용, 출시를 한꺼번에 묶었다. 지역에서 만든 게임이 지역의 일자리를 만들고, 다시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선순환을 노리는 셈이다. 3월 26일 마감되는 이번 공모가 경남 게임 산업의 판을 한 단계 넓히는 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