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종합Home >  여행종합 >  테마여행
-
‘네오 40’, 전남 1월의 전통주 선정… 작은 양조장의 큰 도전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여행의 맛은 지역의 술에서 완성된다. 전남 곡성의 한 양조장이 빚어낸 증류주가 지역을 넘어 세계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전통과 실험, 협업이 만나 탄생한 술 한 병이 남도의 겨울을 달군다. 전남 곡성군은 관내 농업회사법인 시향가의 신작 증류주 네오 40이 ‘전라남도 1월의 전통주’로 선정됐다고 22일 밝혔다. 지역의 원료와 기술, 이야기를 담은 술이 남도의 대표 전통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네오 40은 지난해 열린 남도 우리술 품평회에서 새술마루상과 증류주 부문 최우수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품질을 입증했다. 특히 곡성 지역 농산물 기업과 협업해 세계 최초로 ‘가루미(바로미 2)’ 쌀을 원료로 사용한 점이 주목받았다. 쌀의 입자를 가루 형태로 가공해 발효 효율을 높인 이 원료는 증류주의 질감을 한층 깔끔하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이 술의 탄생에는 요리와 전통주의 만남도 있었다. ‘흑백요리사2’ 우승자인 최강록 셰프와의 협업을 통해 음식과 어울리는 증류주로 방향을 잡았다. 지역의 식재료와 술, 요리가 하나의 식문화로 이어지는 실험이었다. 제조 방식 역시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네오 40은 조선 시대 발효 이론서로 알려진 ‘고사촬요’를 현대적으로 복원해 적용했다. 전통 발효의 원리를 살리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잡미를 줄여 맑은 풍미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오늘의 기술로 다시 빚어낸 셈이다. 시향가는 올해 도수를 낮춘 ‘네오25 화이트’를 선보이며 선택의 폭을 넓혔다. 또 ‘흑백요리사’ 출연으로 이름을 알린 심성철 셰프와는 토란막걸리 마리주를 출시해 전통주와 음식의 결합을 이어가고 있다. 전남 곡성 삼기면의 작은 양조장이 한국 전통주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해외 시장을 향한 준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향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과 수출 절차를 마쳤고, 미국 현지 법인과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세계 진출에 나섰다. 남도의 술이 글로벌 테이블에 오를 준비를 마친 셈이다. 군 관계자는 “설 명절을 앞두고 1월의 남도 전통주로 선정된 지역 술에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네오 40은 곡성몰과 카카오톡 선물하기, 전통주 플랫폼 ‘우리술 한잔’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지역의 한 잔이 여행의 기억으로, 다시 세계의 취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
순천만국가정원, 휴식과 업무를 잇는 ‘정원 워케이션’의 실험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일하는 공간이 달라지면 삶의 리듬도 바뀐다. 전남 순천의 정원은 이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머물며 일하는 장소로 확장되고 있다. 자연 속에서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정원 워케이션’이 순천만국가정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근무 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이 자연을 향유하는 공간을 넘어 휴식과 업무가 공존하는 워케이션 공간, 이른바 ‘머무는 일터’로 진화하고 있다. 정원 인프라를 활용한 정원 워케이션은 기존의 콘크리트 중심 업무 환경을 자연으로 확장하며 체류형 근무 모델을 제시하고, 생활 인구 증가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만들어내고 있다. 순천시는 2024년 4월부터 정원 워케이션을 본격 운영한 결과, 현재까지 1천여 개 기업·기관에서 1천750여 명이 참여하는 성과를 거뒀다. 참여 대상은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을 비롯해 스타트업, 프리랜서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지역별로는 경기권과 경상권 참여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이용 만족도 역시 눈에 띈다. 2025년 가을 실시한 조사에서 참여자의 96%가 업무 효율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고, 재방문 의향은 96.7%에 달했다. 평균 2~3일 이상 순천에 머무르며 근무와 휴식을 병행한 참여자들은 숙박과 외식, 교통, 관광 등 지역 소비로 이어져 체류 효과를 높였다. 반복 참여 기업과 재방문 인원이 늘어나며, 정원 워케이션은 일회성 체험이 아닌 ‘다시 찾는 근무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정원 워케이션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과의 연결이다. 지역 소상공인과 연계한 로컬 콘텐츠 체험, 정원 해설 투어 등을 통해 참여자들이 자연스럽게 순천의 일상과 마주하도록 설계했다. 정원에서 도심으로 이어지는 마을 숙박 프로젝트 ‘쉴랑게’와의 연계는 체류 범위를 넓히는 역할을 한다. 일부 참여자는 프로그램 종료 후 개인 여행이나 가족 동반 방문으로 순천을 다시 찾고 있다. 한 참여 기업 관계자는 “정원이라는 공간이 직원들의 긴장을 완화하고 소통을 자연스럽게 만든다”며 “회의와 업무 후 바로 지역을 경험할 수 있어 워크숍 효과도 컸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정원 워케이션을 지방 소멸 대응과 근무 문화 혁신을 동시에 실현하는 전략 사업으로 보고, 향후 도심 전반으로 단계적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수도권 대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사전 체험 상품을 통해 기업 이전과 투자 유치로 연결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일하는 방식이 바뀌는 시대, 순천의 정원은 더 이상 ‘보는 풍경’에 머물지 않는다. 사람이 머무는 경험이 지역과 연결되는 이 실험은 지방 시대의 또 다른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동진강으로 보내는 눈물
겨울의 동진강은 지나치게 고요하다. 김제와 부안을 가로지르는 강물 위로 하늘은 옅은 푸른빛을 풀어놓고, 갈대는 말라붙은 몸을 세운 채 바람에만 반응한다. 나뭇가지들은 모두 잎을 내려놓고, 강둑에 서 있는 풍경은 오래된 사진처럼 시간을 멈춘다. 물은 차갑고, 빛은 낮다. 이곳에서는 어떤 감정도 크게 소리 내지 않는다. 2018년 1월 3일 아침 8시 3분, 막내동생은 마흔셋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화장장에서 꺼낸 동생의 몸은 믿기지 않게 뜨거웠다. 살아 있을 때보다 더 뜨거운 체온을 안은 채, 나는 이 차디찬 동진강 앞에 섰다. 그리고 흘려보냈다. 죽어서라도 자유롭게, 서해로 나아가 지구를 여행하라고. 그게 내가 해줄 수 있었던 유일한 여행이었다. 생전 우리는 한 번도 함께 여행하지 못했다. 밥 한 끼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병원 옥상에 한 번만 데려가 달라는 마지막 부탁도, 약물 파우치와 소변주머니가 거추장스럽다는 이유로 외면했다. 나는 형이었지만 끝내 가장 비겁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해마다 1월 3일이 되면 이 강으로 온다. 사죄하듯 서서, 눈물처럼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동진강은 오늘도 말없이 서해로 흘러간다. 강은 바다로 가지만, 후회는 아직 이 자리에 남아 있다. 다만 나는 매년 이 풍경 앞에서 같은 말을 반복한다. 미안하다고, 너무 늦었다고.
-
겨울에 비는 기숙사, 세계 청년을 부르다…정읍의 ‘역발상 관광’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겨울이면 한산해지는 지방 관광지의 고민을 정읍이 ‘공간’으로 풀었다. 정읍시는 농한기에 비어 있는 농업 근로자 기숙사를 활용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정읍 글로벌 청년 겨울캠프’를 처음 가동한다. 지역의 대표 명소를 둘러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참가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며 정읍을 세계에 알리는 ‘체류형 홍보’ 모델을 겨울 한복판에 세웠다. 정읍시가 내놓은 해법은 단순하다. “겨울에 비는 곳을 겨울에 채운다.” 농업계절근로자가 입국하지 않는 시기, 텅 빈 공공기숙사를 참가자 숙소로 제공했다. 방치되기 쉬운 유휴시설을 관광의 기반으로 바꾼 셈이다. 관광 비수기를 “사람이 머무는 시간”으로 전환하려는 목적도 분명하다. 캠프는 1월 19일부터 2월 14일까지 4주간 진행된다. 2주씩 두 기수로 운영되며, 기수마다 외국인 유학생 30명과 한국인 서포터즈 10명이 함께 움직인다. 총 80명이 정읍에 머물며 지역의 겨울을 ‘여행’이 아닌 ‘생활’의 리듬으로 경험한다. 정읍은 이들을 단발성 방문객이 아니라,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확산을 일으킬 ‘글로벌 홍보대사’로 설정했다. 동선은 정읍의 대표 자산을 고르게 엮었다. 내장산 국립공원은 겨울 정읍의 첫 장면이다. 완만한 코스부터 난도 있는 능선 코스까지 선택지가 넓고, 케이블카로 사계절 풍경을 압축해 만날 수도 있다. ‘눈이 오면 더 아름다운 산’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곳이다. 구절초 지방정원은 ‘겨울 정원’의 묘미를 보여준다. 가을의 이름값이 크지만, 겨울에는 사람 대신 바람과 나무가 풍경을 정리한다. 동절기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안내돼, 짧은 일정에도 담기 좋다. 정읍이 가진 ‘역사’도 캠프의 축이다. 동학농민혁명 유적지는 사건의 무게를 체감하게 한다. 황토현 전적지 일대에 조성된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은 상설전시와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현장형 역사’로 기억을 환기한다. 여행자에게는 사진보다 오래 남는 장면이 된다. 이 캠프의 핵심은 결국 ‘콘텐츠 제작’이다. 참가자들은 겨울 농촌 체험과 전통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개인별 SNS 콘텐츠와 팀 프로젝트를 통해 정읍을 자신들의 언어로 재해석한다. 정읍은 홍보를 “내가 찍은 것, 내가 느낀 것”에서 시작시키려 한다. 여행지가 스스로를 설명하는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방문자가 도시의 문장을 만들어낸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유휴 공공시설을 활용한 겨울 관광 콘텐츠가 정읍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는 운영 성과를 분석해 체류형 관광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읍의 겨울은 ‘없는 것을 새로 짓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다르게 쓰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비어 있던 기숙사에 청년이 들어오고, 조용했던 계절에 이야기가 생긴다. 이 역발상이 성공한다면, 정읍의 겨울은 더 이상 비수기가 아니라 ‘가장 잘 머무는 계절’이 될지도 모른다.
-
텐트에서 차박까지, 캠핑의 현재가 부산에 모인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캠핑과 레저차량의 흐름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무대가 부산에 열린다. 부산·경남권 최대 규모의 캠핑 & 레저차량 전문 전시회 ‘2026 부산 캠페어(CAMFAIR)’가 3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벡스코에서 개최된다. 캠핑카와 카라반부터 차박·아웃도어 용품까지, ‘사는 전시’로 설계된 이번 박람회는 2026년 캠핑 트렌드를 앞당겨 제시한다. 올해로 6회를 맞는 **부산 캠핑&레저차량 박람회**는 캠핑 라이프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박람회다. 캠핑카·카라반·캠핑 트레일러를 중심으로 텐트, 차박용품, 아웃도어 장비, 차량용 디바이스, 감성 소품과 피크닉 아이템, 캠핑 먹거리까지 폭넓은 라인업이 전시장에 들어선다. 국내외 주요 브랜드가 대거 참가해 최신 제품과 기술을 선보인다. 이번 행사의 키워드는 ‘체험’과 ‘실구매’다. 실제 캠핑 환경을 고려한 전시 구성으로 동선과 사용감을 직접 확인할 수 있고, 현장 상담과 즉시 구매·계약이 가능하다. 다수 브랜드가 박람회 기간에만 적용되는 한정 특가와 할인 판매를 예고해, 온라인 가격과 비교해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하다. 입문자에게는 첫 장비를 고르기 좋은 길잡이가 되고, 숙련 캠퍼에게는 시즌 교체와 업그레이드의 기준점을 제시한다. 제품군 역시 2026년 트렌드를 반영한다. 경량화와 설치 편의성을 강화한 텐트, 사계절 대응 차박 솔루션, 전력 효율을 높인 전기·배터리 시스템, 차량 연동 디바이스 등 ‘현장형 개선’이 눈에 띈다. 캠핑과 일상을 잇는 디자인 소품과 식문화 콘텐츠도 강화돼, 라이프스타일 박람회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한다. 관람객 혜택도 크다. 사전 등록 시 입장권 할인 혜택이 제공돼 접근성을 높였고, 일반 관람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행사 관계자는 “단순 전시를 넘어, 캠핑의 실제 사용 장면을 보여주는 체험형 구성으로 세대와 숙련도를 아우르겠다”며 “올해의 흐름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기회”라고 전했다. 캠핑은 더 이상 취미의 변두리가 아니다. 이동과 휴식, 소비와 체험이 결합된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2026 부산 캠페어는 그 변화를 압축해 보여주는 현장이다. 텐트에서 차박까지, 선택의 기준을 찾는다면 답은 부산에 있다.
-
[우리술여행] 삼산주조장 해남막걸리, 두륜산 지하수가 빚은 깊은 맛의 계보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전남 해남 삼산면, 두륜산 자락 아래 자리한 삼산주조장의 막걸리는 한 모금보다 그 뒤가 더 오래 남는다. 이유를 묻자 이곳 사람들은 한결같이 “물”이라고 답한다. 6개월마다 수질 검사를 받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도 3대, 이제는 3대째 같은 지하수를 고집하는 이유다. 해남막걸리의 깊은 맛은 그렇게 물에서 시작돼, 시간으로 완성된다. 술은 결국 물의 또 다른 얼굴이다. 삼산주조장은 이 단순한 진리를 가장 오래, 가장 성실하게 지켜왔다. 1950년 조부가 터를 닦은 이후, 발효에 쓰인 물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두륜산에서 내려오는 지하수는 미네랄 밸런스가 안정적이고, 발효 과정에서 잡맛을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이곳의 막걸리는 첫맛보다 뒷맛이 좋고, 마신 뒤 몸이 편안하다. 현재 양조장을 이끄는 이는 한홍희 대표다. 하지만 삼산주조장은 한 사람의 이름보다 가족의 시간으로 설명되는 공간에 가깝다. 고령의 부모를 대신해 가업을 잇기 전, 30여 년 동안 금융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던 한 대표보다 아내가 먼저 고향으로 내려와 제조 비법을 배우고 전통주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대표작 ‘해남 찹쌀 생막걸리 9도’는 해남산 찹쌀과 햅쌀, 누룩만으로 720시간 이상 장기 발효·숙성한 무감미료 술이다. 도수가 높아질수록 알코올의 날카로움은 사라지고, 쌀 본연의 깊이가 살아난다는 이곳의 믿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실제로 9도는 부드러운 목 넘김과 은은한 누룩향, 청량한 마무리로 “술은 요리와 함께 완성된다”는 철학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2024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고도탁주 부문 대상은 그 결과였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삼산주조장의 또 다른 얼굴은 12도 막걸리다. 흔히 도수가 높으면 거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 술은 정반대다. 첫 모금에는 찹쌀의 단맛이 천천히 올라오고, 이어지는 질감은 놀랄 만큼 둥글다. 알코올의 존재감은 앞서 나서지 않고, 발효가 만든 구조 속에 조용히 녹아 있다. 향은 9도보다 농밀하다. 누룩의 고소함 위에 곡물의 단향, 당귀에서 비롯된 잔잔한 한방 향이 겹겹이 쌓인다. 목을 넘긴 뒤에도 자극보다 여운이 길다. 한홍희 대표는 12도를 이렇게 설명한다. “도수를 올린 게 아니라, 시간을 더 준 술입니다.” 주정을 섞어 도수만 높인 술이 아니라, 발효를 충분히 기다린 결과라는 뜻이다. 그래서 애주가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6도 막걸리보다 편하다”는 말이 나온다. 음식과의 궁합도 분명하다. 9도가 일상의 반찬과 잘 어울린다면, 12도는 홍어회무침이나 묵은지, 기름기 있는 전처럼 남도의 맛과 만나 힘을 얻는다. 술이 안주를 밀어내지 않고, 안주 또한 술의 향을 가리지 않는다. 삼산주조장의 풍경에는 시간이 쌓여 있다. 1935년에 지어진 옛 건물은 원형 보존이 어려워 신축했지만, 그 모습은 그림으로 남아 사무실 벽을 지킨다. 1970년대까지 쓰이던 커다란 술독은 마당의 테이블이 됐다. 자전거에 막걸리 통 여덟 개를 매달고 배달을 다녔다는 이야기도, 이곳에서는 전설이 아니라 기억이다. 그 기억 위에 지금은 네 번째 세대의 손길이 더해지고 있다. 해남 삼산주조장의 막걸리는 빠르게 변하지 않는다. 대신 물을 지키고, 사람을 잇는다. 6개월마다 검사받는 지하수, 720시간을 기다리는 발효, 4대가 이어온 손길. 그 수고 덕분에 해남막걸리는 오늘도 믿고 마실 수 있는 술이 된다. 물에서 시작된 한 사발의 막걸리, 그 깊은 맛은 그렇게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
‘2025 광화문 마켓’ 역대 최고 흥행...357만 명이 만든 마켓의 기록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서울의 겨울이 가장 빛난 자리, 광화문광장이 다시 기록을 썼다. 서울관광재단은 지난해 12월 12일부터 31일까지 20일간 열린 ‘2025 광화문 마켓’이 총 357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118% 증가한 수치로, 2022년 첫 개최 이후 최고 흥행이다. 올해 마켓은 ‘겨울동화 속 산타마을’을 주제로 꾸며졌다. 개막과 동시에 인파가 몰리며 운영시간은 매일 밤 10시까지 연장됐고, 마지막 날인 31일에는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특별 운영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크리스마스 시즌(12월 21~25일)에만 100만 명 이상이 찾으며 성탄 시즌 최고의 축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장은 참여형 콘텐츠로 살아 움직였다. 크리스마스 소원 분수대, 무료 네컷 사진, 산타클로스와의 사진 촬영, 소망 편지 보내기 등 체험 프로그램이 연일 이어졌다. 가장 큰 인기를 끈 것은 4곳의 포토존 스탬프 투어를 완료하면 탑승할 수 있는 ‘루돌프 회전목마’. 요정의 집, 산타마을 동화책, 행운의 목마, 거울 포토존 등 10곳이 넘는 포토존이 소셜 미디어를 달궜다. 경제적 성과도 뚜렷했다. 45개 부스에서 3개 시즌으로 운영된 135개 소상공인 팀과 기획부스는 하루 평균 약 4시간의 운영에도 총 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부스 규모가 줄었음에도 부스당 평균 매출은 54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87% 이상 증가했다. 축제가 지역 상권과 상생하는 모델임을 입증한 셈이다. 파트너십 역시 확장됐다. 월트 디즈니 코리아의 영화 ‘아바타: 불과 재’, 바버, 네스프레소 등 3개 브랜드가 협업해 특별 포토존과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방문객과의 직접 소통으로 브랜드 가치를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유엔난민기구, 옥스팜 코리아, 소상공인진흥공단, 해남문화관광재단, 안동시 등 민간·공공 파트너 부스도 참여해 공익과 지역 홍보를 동시에 펼쳤다. 올해는 ‘산타마을 초대전’이 확대돼 먹거리와 굿즈의 완성도를 높였다. 독일 전통 소시지와 비프파이를 선보인 ‘블루메쯔’, ‘웅파이’, 지역 농가와 협업한 ‘서로장터’, 초청 작가들의 콜라보 굿즈까지 더해져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성했다. 길기연 대표이사는 “357만 명이라는 역대 최고 방문객으로 축제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광화문 마켓이 서울을 대표하는 겨울 축제로 더 성장하도록 다방면의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겨울동화가 현실이 된 광화문, 그 장면은 내년을 다시 기다리게 한다.
-
[우리술여행] 가평에서 만난 1인 양조가 정의현의 국도막걸리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가평 연인산과 명지산 자락, 물 맑은 하천을 끼고 자리한 국도양조장에는 유난히 고요한 시간이 흐른다. 이곳에서 정의현 대표는 지금도 혼자 막걸리를 빚는다. 쌀을 고르고, 네 번의 담금을 거쳐 술을 완성하는 전 과정이 그의 손을 거친다. 사람을 늘리기보다, 속도를 높이기보다, 그는 끝까지 ‘혼자 책임지는 방식’을 선택했다. “술은 결국 누가 어떻게 빚었는지가 남습니다. 손이 많아질수록 맛은 평균으로 가더라고요.” 정 대표의 말에는 지난 시간이 응축돼 있다. 가평산 멥쌀과 찹쌀, 우리밀로 만든 전통누룩, 토종 효모만을 사용하는 사양주. 인공감미료와 첨가물은 배제한다. 국도막걸리는 그렇게 가장 원초적인 방향으로만 나아간다. 11.5°는 요거트처럼 진득하고 농익은 단맛이 깊다. 9°는 균형과 매끄러움이 편안하고, 6°는 우유처럼 부드럽다. “얼음을 넣으면 술의 결이 또렷해집니다.” 이 고집은 우연에서 시작됐다. 스물넷, 고문헌을 바탕으로 빚은 전통주 연구가의 동동주 한 잔. 그날 이후 그는 15년을 전통주에 바쳤다. 민간 교육기관에서 전통주 공부를 시작해 전국의 술대회를 2년동안 섭렵한 그는 국립농업과학원에 들어가 전문연구원으로 8년간 전통주와 전통발효제, 한국와인연구에 매진했다. 또한 동시에 전북대 식품공학과에 진학해 석사학위를 받고 졸업했다. 정 대표는 그 시간 동안 전국의 술과 쌀을 몸으로 익혔다. “ 전문 연구원으로 일하며 대학을 다닐때에도 양조장과 제품의 구상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쌀의 양조적성을 연구하면서 삼광쌀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국도의 뼈대가 된 쌀이죠.” 본격적으로 양조장을 시작하기 위해 2019년 말에 연구원을 그만두고 가평으로 올라와 양조장을 준비한 정대표는 1년여간 직접 공사, 시공하며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만든 국도양조장을 21년 8월 오픈했다. 그렇게 시작한 국도막걸리는 가평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입소문을 타며 알려졌다. 그 결과 23년도 경기술페스타-경기주류대상에서 탁주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상을 목표로 하진 않았어요. 다만 그간의 노력이 인정받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 그 수상은 국도막걸리가 취향이 아닌 ‘완성도’로 인정받았다는 증명이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정 대표는 양조장의 시작부터 술을 빚는 양조가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상품화를 시작했다. 국도(麴稻)라는 이름의 의미를 정리하고 로고 디자인을 기획하고, 병 라벨과 패키지 굿즈의 디자인까지 모두 직접했다. “술이 소비자에게 닿는 순간까지가 양조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려면 직접 할 수밖에 없었어요.” 가평군청과 가평농업기술센터의 지원으로 꾸준히 설비를 확장하고 지자체가 성심껏 준비한 지역 축제의 농민 장터를 통해 폭넓은 소비자와 만났다. 국도양조장의 성장에 지자체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정 대표는 말했다. 국도막걸리를 꾸준히 찾는 이들 대부분은 가평을 여행하다 우연히 이 술을 만난 사람들이다. 로컬의 시간과 손맛이 전국으로 퍼져나간 셈이다. 정 대표는 앞으로 체험 양조장, 막걸리와 어울리는 스모크 하우스, 가평의 자두와 사과로 확장하는 증류주 구상까지 하고 있다. “막걸리는 아직 보여줄 게 많습니다. 이 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끝까지 보고 싶어요.” 정의현 대표는 마지막으로 조용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2024년에 결혼한 아내의 도움이 정말 큽니다. 혼자 술을 빚고, 브랜드를 지켜오는 과정이 쉽지 않았는데 곁에서 묵묵히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큰 힘이 됩니다.” 1인 양조가의 고된 일상 뒤에는 이제 든든한 동반자가 함께하고 있다. 새해를 맞은 그는 또 하나의 목표를 밝혔다. “지금까지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천천히 왔다면, 이제는 국도막걸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생산량을 조금씩 늘리고, 유통도 단계적으로 확장해볼 생각입니다.” 혼자서 빚어온 술, 혼자서 지켜온 철학. 그리고 이제는 함께 나아갈 시간. 국도막걸리는 그렇게 또 한 번의 담금을 준비하고 있다.
-
도심에 눈이 내리다…울산 성남동, 겨울 축제로 거리를 채우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울산 중구 성남동 일대가 겨울이면 눈꽃으로 물든다.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 사이 열리는 울산 성남동 눈꽃축제는 인공눈 연출과 체험형 프로그램, 공연을 결합해 도심 속 겨울 풍경을 만들어온 지역 대표 축제다. 거리와 상권이 함께 호흡하는 이 축제는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게 하는 생활형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성남동 눈꽃축제의 중심은 ‘거리 경험’이다. 상점가와 보행로를 따라 조성된 트리숲과 인공눈 연출은 평소의 도심을 잠시 다른 공간으로 바꾼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참여하는 눈사람 만들기 체험은 축제의 가장 직관적인 장면이다. 손에 쥔 눈덩이가 완성될수록 거리에는 웃음과 사진 셔터 소리가 늘어난다. 무대 프로그램도 축제의 결을 단단하게 만든다. 크리스마스 합창대회와 지역 예술 공연은 성남동의 밤을 채우며, 지나치던 방문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공연은 전문성과 생활성이 공존한다. 동네 예술가의 무대와 참여형 합창이 이어지며, 관객은 자연스럽게 축제의 일부가 된다. 상권 연계는 성남동 눈꽃축제를 지속시키는 동력이다. 플리마켓과 푸드존은 거리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겨울철에 어울리는 먹거리는 축제의 감각을 완성한다. 지역 상점과 임시 부스가 함께 구성되며, 소비가 곧 지역 응원이 되는 구조다. 이는 단기 이벤트를 넘어 지역경제와 맞물린 축제 운영의 전형을 보여준다. 울산 도심의 접근성 역시 장점이다. 대중교통으로 쉽게 닿는 성남동은 외지 방문객에게도 부담이 적다. 낮에는 체험과 시장을, 밤에는 조명과 공연을 즐기는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계절 축제가 도심 일상과 분리되지 않고 스며드는 방식이다. 최근 국내 도시들이 겨울철 관광 콘텐츠를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성남동 눈꽃축제는 ‘인공 연출’의 장점을 현실적으로 활용한다. 눈이 귀해진 겨울에도 안정적인 연출로 분위기를 만들고, 프로그램의 밀도를 높여 반복 방문을 유도한다. 화려함보다 지속성을 택한 선택이다. 성남동 눈꽃축제는 멀리 떠나지 않아도 겨울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거리 위에 내려앉은 눈과 음악, 먹거리와 체험이 이어지며 도심은 잠시 여행지가 된다. 계절이 남긴 흔적을 생활 속으로 끌어들인 이 축제는, 울산 겨울의 한 장면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
안성 살구나무책방에서 하룻밤, 책이 여행이 되는 순간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12월은 1년 중 책이 가장 많이 팔리는 달이다. 독서는 이동하지 않아도 떠날 수 있는 여행이고, 문장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멀리 갈 수 있다. 그래서 독서는 ‘가장 조용한 여행’이라는 말이 붙는다. 경기관광공사도 연말을 맞아 붐비는 관광지 대신, 사색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조용한 여행지’를 12월 추천 코스로 제안했다. 자연과 문화,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공간들이다. 경기도 안성에 자리한 살구나무책방은 그런 추천 취지와 맞닿아 있는 장소다. 시골마을 한켠에서 책을 읽고, 하룻밤을 머물며 시간을 천천히 되감는 공간. 독서가 여행이 되고, 여행이 다시 일상이 되는 풍경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한때 동네마다 몇 곳씩 있던 책방은 어느새 기억 속 풍경이 됐다.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일상이 된 시대지만, 최근 들어 작은 책방을 일부러 찾아 나서는 이들이 다시 늘고 있다. 안성 금광면에 자리한 살구나무책방도 그런 흐름 속에서 탄생했다. 살구나무책방은 분주한 도심과 거리가 멀다. 차를 타고 굽이굽이 시골길을 지나 도착하면, 한때 허물어질 뻔했던 폐가가 조용히 손님을 맞는다. 4년 전 책방으로 다시 태어난 이 공간은 옛 집의 골격을 그대로 살렸다. 삐뚤빼뚤한 서까래와 낮은 천장은 일부러 손대지 않았다. 새로 꾸민 공간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시간이 이곳에 흐른다. 책방의 이름은 실제로 마당 옆에 서 있는 살구나무에서 따왔다. 봄이면 꽃이 피고, 계절마다 창밖 풍경이 달라진다. 책을 읽다 고개를 들면 보이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준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것은 새 책이 아닌 중고책이지만, 책방에서는 이를 ‘지난책’이라 부른다. 누군가의 시간을 품고 건너온 책이라는 의미다. 살구나무책방의 가장 큰 특징은 ‘북스테이’다. 책방 안쪽 작은 방에서 하룻밤 머물 수 있다. 휴대전화와 일상에서 잠시 떨어져, 조용한 밤을 책과 함께 보내는 경험이다. 소음도, 일정도 없다.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만 남는다. 다만 겨울철에는 북스테이가 잠시 쉬어가니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책방을 찾았다면 주변 여행지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차량으로 10여 분 거리의 안성맞춤랜드는 산책하기 좋은 공원과 문화시설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는 안성팜랜드가 제격이다. 계절마다 다른 풍경과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조금 더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서운산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완만한 산세 덕분에 겨울에도 부담 없이 걷기 좋다. 살구나무책방은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다. 대신 책 한 권이 여행이 되는 순간을 선물한다. 빠르게 소비하는 여행이 아니라, 오래 남는 시간을 찾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곳이다. 책을 품고 떠나는 하룻밤, 안성의 조용한 시골에서 문장이 길이 되는 경험을 만나볼 수 있다. [살구나무책방 정보] 주소: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신양복길 47-5 전화: 0507-1354-3798 운영: 사전 예약제(당일 예약 가능) 이용요금: 1만 원(음료 포함) SNS: 인스타그램 @salgunamu_books
-
트리 따라 걷는 연말 산책, 시흥의 밤이 반짝인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연말을 맞아 경기 시흥시 전역이 크리스마스트리 조명으로 물들었다. 거창한 축제 대신 시민들의 일상 가까이에서 만나는 빛의 풍경은 겨울밤을 한층 따뜻하게 만든다. 공원과 광장, 역 주변과 쇼핑 공간까지 이어진 트리 조명은 시흥의 겨울을 걷는 여행으로 바꾸고 있다. 해가 지면 시흥의 풍경이 달라진다. 거북섬별빛공원을 시작으로 은계호수공원과 은계그랑트리, 목감중앙광장까지 크리스마스트리 조명이 차례로 불을 밝힌다. 낮에는 익숙했던 생활 공간이 밤이 되면 연말 분위기를 품은 산책길로 변한다. 신천역과 오이도역 광장에도 대형 트리가 설치돼 퇴근길 시민과 여행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특히 바다를 품은 오이도 일대는 겨울밤의 조명과 어우러지며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신세계 시흥 프리미엄 아울렛 주변 역시 트리와 장식 조명으로 연말 쇼핑과 야간 산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트리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멈춘다. 연인들은 서로의 사진을 남기고, 가족들은 아이 손을 잡고 불빛 아래서 잠시 시간을 보낸다. 특별한 무대나 공연이 없어도, 조명 하나만으로도 연말의 기분은 충분히 전달된다. 시는 이번 트리 조명이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겨울의 정취를 느끼고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크리스마스트리는 내년 1월 중순까지 운영돼 연말은 물론 새해 초까지 겨울 풍경을 이어간다. 화려함보다 가까움이 먼저인 풍경이다. 시흥의 크리스마스트리는 관광지를 만들기보다, 일상의 공간을 여행처럼 바꾼다. 불빛을 따라 걷는 짧은 산책만으로도 연말의 온기가 전해진다. 올겨울 시흥의 밤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빛나고 있다.
-
연말 감성 풀충전, 홍콩 하버시티에 켜진 사랑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홍콩의 대표 쇼핑몰 하버시티가 올 연말, 사랑과 따뜻한 감성을 테마로 한 아트 프로젝트로 겨울 분위기를 채운다. 전 세계 200만 명 이상의 팬을 보유한 태국 인기 일러스트 듀오 ‘선대 키즈(Sundae Kids)’와 협업한 《스레즈 오브 러브(Threads of Love)》가 오는 11월 29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열린다. 쇼핑과 예술, 연말 감성이 어우러진 하버시티의 겨울 풍경이 여행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선대 키즈는 아티스트 커플 포이시안과 카빈이 결성한 일러스트 듀오로, 일상의 사랑과 관계를 4~6컷 만화 형식으로 풀어내며 아시아 전역에서 큰 공감을 얻어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들의 따뜻한 시선을 대형 인스톨레이션과 전시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행사의 중심에는 거대한 분홍빛 선물 하우스 《디스 이즈 포 유(This is for You)》가 자리한다. 관람객은 신작 대형 아크릴 회화 4점과 축제 분위기를 담은 12점의 일러스트를 감상할 수 있다. 복도형 전시 공간인 ‘윈터 오브 러브 갤러리’에서는 선대 키즈 특유의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이 이어진다. 하버시티 곳곳에는 4미터 높이의 ‘클라우드 키스드’ 크리스마스트리와 사진 명소로 꾸며진 ‘V-러브’ 벤치가 설치됐다. ‘포스트 유어 하트’ 우체통 이벤트를 통해 방문객들은 메시지를 남기며 연말의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다. 한정판 굿즈를 만날 수 있는 팝업 스토어도 운영돼 기념품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스레즈 오브 러브》는 화려함보다 공감과 연결에 초점을 맞춘 연말 프로젝트다. 하버시티는 이번 행사를 통해 예술과 나눔이 공존하는 겨울 풍경을 완성했다. 쇼핑을 넘어 감성을 여행하는 공간, 홍콩의 연말은 지금 하버시티에서 가장 따뜻하다.
-
-
‘네오 40’, 전남 1월의 전통주 선정… 작은 양조장의 큰 도전
-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여행의 맛은 지역의 술에서 완성된다. 전남 곡성의 한 양조장이 빚어낸 증류주가 지역을 넘어 세계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전통과 실험, 협업이 만나 탄생한 술 한 병이 남도의 겨울을 달군다. 전남 곡성군은 관내 농업회사법인 시향가의 신작 증류주 네오 40이 ‘전라남도 1월의 전통주’로 선정됐다고 22일 밝혔다. 지역의 원료와 기술, 이야기를 담은 술이 남도의 대표 전통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네오 40은 지난해 열린 남도 우리술 품평회에서 새술마루상과 증류주 부문 최우수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품질을 입증했다. 특히 곡성 지역 농산물 기업과 협업해 세계 최초로 ‘가루미(바로미 2)’ 쌀을 원료로 사용한 점이 주목받았다. 쌀의 입자를 가루 형태로 가공해 발효 효율을 높인 이 원료는 증류주의 질감을 한층 깔끔하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이 술의 탄생에는 요리와 전통주의 만남도 있었다. ‘흑백요리사2’ 우승자인 최강록 셰프와의 협업을 통해 음식과 어울리는 증류주로 방향을 잡았다. 지역의 식재료와 술, 요리가 하나의 식문화로 이어지는 실험이었다. 제조 방식 역시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네오 40은 조선 시대 발효 이론서로 알려진 ‘고사촬요’를 현대적으로 복원해 적용했다. 전통 발효의 원리를 살리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잡미를 줄여 맑은 풍미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오늘의 기술로 다시 빚어낸 셈이다. 시향가는 올해 도수를 낮춘 ‘네오25 화이트’를 선보이며 선택의 폭을 넓혔다. 또 ‘흑백요리사’ 출연으로 이름을 알린 심성철 셰프와는 토란막걸리 마리주를 출시해 전통주와 음식의 결합을 이어가고 있다. 전남 곡성 삼기면의 작은 양조장이 한국 전통주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해외 시장을 향한 준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향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과 수출 절차를 마쳤고, 미국 현지 법인과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세계 진출에 나섰다. 남도의 술이 글로벌 테이블에 오를 준비를 마친 셈이다. 군 관계자는 “설 명절을 앞두고 1월의 남도 전통주로 선정된 지역 술에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네오 40은 곡성몰과 카카오톡 선물하기, 전통주 플랫폼 ‘우리술 한잔’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지역의 한 잔이 여행의 기억으로, 다시 세계의 취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
- 여행종합
- 테마여행
-
‘네오 40’, 전남 1월의 전통주 선정… 작은 양조장의 큰 도전
-
-
순천만국가정원, 휴식과 업무를 잇는 ‘정원 워케이션’의 실험
-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일하는 공간이 달라지면 삶의 리듬도 바뀐다. 전남 순천의 정원은 이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머물며 일하는 장소로 확장되고 있다. 자연 속에서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정원 워케이션’이 순천만국가정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근무 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이 자연을 향유하는 공간을 넘어 휴식과 업무가 공존하는 워케이션 공간, 이른바 ‘머무는 일터’로 진화하고 있다. 정원 인프라를 활용한 정원 워케이션은 기존의 콘크리트 중심 업무 환경을 자연으로 확장하며 체류형 근무 모델을 제시하고, 생활 인구 증가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만들어내고 있다. 순천시는 2024년 4월부터 정원 워케이션을 본격 운영한 결과, 현재까지 1천여 개 기업·기관에서 1천750여 명이 참여하는 성과를 거뒀다. 참여 대상은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을 비롯해 스타트업, 프리랜서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지역별로는 경기권과 경상권 참여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이용 만족도 역시 눈에 띈다. 2025년 가을 실시한 조사에서 참여자의 96%가 업무 효율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고, 재방문 의향은 96.7%에 달했다. 평균 2~3일 이상 순천에 머무르며 근무와 휴식을 병행한 참여자들은 숙박과 외식, 교통, 관광 등 지역 소비로 이어져 체류 효과를 높였다. 반복 참여 기업과 재방문 인원이 늘어나며, 정원 워케이션은 일회성 체험이 아닌 ‘다시 찾는 근무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정원 워케이션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과의 연결이다. 지역 소상공인과 연계한 로컬 콘텐츠 체험, 정원 해설 투어 등을 통해 참여자들이 자연스럽게 순천의 일상과 마주하도록 설계했다. 정원에서 도심으로 이어지는 마을 숙박 프로젝트 ‘쉴랑게’와의 연계는 체류 범위를 넓히는 역할을 한다. 일부 참여자는 프로그램 종료 후 개인 여행이나 가족 동반 방문으로 순천을 다시 찾고 있다. 한 참여 기업 관계자는 “정원이라는 공간이 직원들의 긴장을 완화하고 소통을 자연스럽게 만든다”며 “회의와 업무 후 바로 지역을 경험할 수 있어 워크숍 효과도 컸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정원 워케이션을 지방 소멸 대응과 근무 문화 혁신을 동시에 실현하는 전략 사업으로 보고, 향후 도심 전반으로 단계적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수도권 대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사전 체험 상품을 통해 기업 이전과 투자 유치로 연결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일하는 방식이 바뀌는 시대, 순천의 정원은 더 이상 ‘보는 풍경’에 머물지 않는다. 사람이 머무는 경험이 지역과 연결되는 이 실험은 지방 시대의 또 다른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
- 여행종합
- 테마여행
-
순천만국가정원, 휴식과 업무를 잇는 ‘정원 워케이션’의 실험
-
-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동진강으로 보내는 눈물
- 겨울의 동진강은 지나치게 고요하다. 김제와 부안을 가로지르는 강물 위로 하늘은 옅은 푸른빛을 풀어놓고, 갈대는 말라붙은 몸을 세운 채 바람에만 반응한다. 나뭇가지들은 모두 잎을 내려놓고, 강둑에 서 있는 풍경은 오래된 사진처럼 시간을 멈춘다. 물은 차갑고, 빛은 낮다. 이곳에서는 어떤 감정도 크게 소리 내지 않는다. 2018년 1월 3일 아침 8시 3분, 막내동생은 마흔셋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화장장에서 꺼낸 동생의 몸은 믿기지 않게 뜨거웠다. 살아 있을 때보다 더 뜨거운 체온을 안은 채, 나는 이 차디찬 동진강 앞에 섰다. 그리고 흘려보냈다. 죽어서라도 자유롭게, 서해로 나아가 지구를 여행하라고. 그게 내가 해줄 수 있었던 유일한 여행이었다. 생전 우리는 한 번도 함께 여행하지 못했다. 밥 한 끼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병원 옥상에 한 번만 데려가 달라는 마지막 부탁도, 약물 파우치와 소변주머니가 거추장스럽다는 이유로 외면했다. 나는 형이었지만 끝내 가장 비겁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해마다 1월 3일이 되면 이 강으로 온다. 사죄하듯 서서, 눈물처럼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동진강은 오늘도 말없이 서해로 흘러간다. 강은 바다로 가지만, 후회는 아직 이 자리에 남아 있다. 다만 나는 매년 이 풍경 앞에서 같은 말을 반복한다. 미안하다고, 너무 늦었다고.
-
- 여행종합
- 테마여행
-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동진강으로 보내는 눈물
-
-
겨울에 비는 기숙사, 세계 청년을 부르다…정읍의 ‘역발상 관광’
-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겨울이면 한산해지는 지방 관광지의 고민을 정읍이 ‘공간’으로 풀었다. 정읍시는 농한기에 비어 있는 농업 근로자 기숙사를 활용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정읍 글로벌 청년 겨울캠프’를 처음 가동한다. 지역의 대표 명소를 둘러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참가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며 정읍을 세계에 알리는 ‘체류형 홍보’ 모델을 겨울 한복판에 세웠다. 정읍시가 내놓은 해법은 단순하다. “겨울에 비는 곳을 겨울에 채운다.” 농업계절근로자가 입국하지 않는 시기, 텅 빈 공공기숙사를 참가자 숙소로 제공했다. 방치되기 쉬운 유휴시설을 관광의 기반으로 바꾼 셈이다. 관광 비수기를 “사람이 머무는 시간”으로 전환하려는 목적도 분명하다. 캠프는 1월 19일부터 2월 14일까지 4주간 진행된다. 2주씩 두 기수로 운영되며, 기수마다 외국인 유학생 30명과 한국인 서포터즈 10명이 함께 움직인다. 총 80명이 정읍에 머물며 지역의 겨울을 ‘여행’이 아닌 ‘생활’의 리듬으로 경험한다. 정읍은 이들을 단발성 방문객이 아니라,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확산을 일으킬 ‘글로벌 홍보대사’로 설정했다. 동선은 정읍의 대표 자산을 고르게 엮었다. 내장산 국립공원은 겨울 정읍의 첫 장면이다. 완만한 코스부터 난도 있는 능선 코스까지 선택지가 넓고, 케이블카로 사계절 풍경을 압축해 만날 수도 있다. ‘눈이 오면 더 아름다운 산’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곳이다. 구절초 지방정원은 ‘겨울 정원’의 묘미를 보여준다. 가을의 이름값이 크지만, 겨울에는 사람 대신 바람과 나무가 풍경을 정리한다. 동절기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안내돼, 짧은 일정에도 담기 좋다. 정읍이 가진 ‘역사’도 캠프의 축이다. 동학농민혁명 유적지는 사건의 무게를 체감하게 한다. 황토현 전적지 일대에 조성된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은 상설전시와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현장형 역사’로 기억을 환기한다. 여행자에게는 사진보다 오래 남는 장면이 된다. 이 캠프의 핵심은 결국 ‘콘텐츠 제작’이다. 참가자들은 겨울 농촌 체험과 전통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개인별 SNS 콘텐츠와 팀 프로젝트를 통해 정읍을 자신들의 언어로 재해석한다. 정읍은 홍보를 “내가 찍은 것, 내가 느낀 것”에서 시작시키려 한다. 여행지가 스스로를 설명하는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방문자가 도시의 문장을 만들어낸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유휴 공공시설을 활용한 겨울 관광 콘텐츠가 정읍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는 운영 성과를 분석해 체류형 관광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읍의 겨울은 ‘없는 것을 새로 짓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다르게 쓰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비어 있던 기숙사에 청년이 들어오고, 조용했던 계절에 이야기가 생긴다. 이 역발상이 성공한다면, 정읍의 겨울은 더 이상 비수기가 아니라 ‘가장 잘 머무는 계절’이 될지도 모른다.
-
- 여행종합
- 테마여행
-
겨울에 비는 기숙사, 세계 청년을 부르다…정읍의 ‘역발상 관광’
-
-
텐트에서 차박까지, 캠핑의 현재가 부산에 모인다
-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캠핑과 레저차량의 흐름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무대가 부산에 열린다. 부산·경남권 최대 규모의 캠핑 & 레저차량 전문 전시회 ‘2026 부산 캠페어(CAMFAIR)’가 3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벡스코에서 개최된다. 캠핑카와 카라반부터 차박·아웃도어 용품까지, ‘사는 전시’로 설계된 이번 박람회는 2026년 캠핑 트렌드를 앞당겨 제시한다. 올해로 6회를 맞는 **부산 캠핑&레저차량 박람회**는 캠핑 라이프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박람회다. 캠핑카·카라반·캠핑 트레일러를 중심으로 텐트, 차박용품, 아웃도어 장비, 차량용 디바이스, 감성 소품과 피크닉 아이템, 캠핑 먹거리까지 폭넓은 라인업이 전시장에 들어선다. 국내외 주요 브랜드가 대거 참가해 최신 제품과 기술을 선보인다. 이번 행사의 키워드는 ‘체험’과 ‘실구매’다. 실제 캠핑 환경을 고려한 전시 구성으로 동선과 사용감을 직접 확인할 수 있고, 현장 상담과 즉시 구매·계약이 가능하다. 다수 브랜드가 박람회 기간에만 적용되는 한정 특가와 할인 판매를 예고해, 온라인 가격과 비교해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하다. 입문자에게는 첫 장비를 고르기 좋은 길잡이가 되고, 숙련 캠퍼에게는 시즌 교체와 업그레이드의 기준점을 제시한다. 제품군 역시 2026년 트렌드를 반영한다. 경량화와 설치 편의성을 강화한 텐트, 사계절 대응 차박 솔루션, 전력 효율을 높인 전기·배터리 시스템, 차량 연동 디바이스 등 ‘현장형 개선’이 눈에 띈다. 캠핑과 일상을 잇는 디자인 소품과 식문화 콘텐츠도 강화돼, 라이프스타일 박람회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한다. 관람객 혜택도 크다. 사전 등록 시 입장권 할인 혜택이 제공돼 접근성을 높였고, 일반 관람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행사 관계자는 “단순 전시를 넘어, 캠핑의 실제 사용 장면을 보여주는 체험형 구성으로 세대와 숙련도를 아우르겠다”며 “올해의 흐름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기회”라고 전했다. 캠핑은 더 이상 취미의 변두리가 아니다. 이동과 휴식, 소비와 체험이 결합된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2026 부산 캠페어는 그 변화를 압축해 보여주는 현장이다. 텐트에서 차박까지, 선택의 기준을 찾는다면 답은 부산에 있다.
-
- 여행종합
- 테마여행
-
텐트에서 차박까지, 캠핑의 현재가 부산에 모인다
-
-
[우리술여행] 삼산주조장 해남막걸리, 두륜산 지하수가 빚은 깊은 맛의 계보
-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전남 해남 삼산면, 두륜산 자락 아래 자리한 삼산주조장의 막걸리는 한 모금보다 그 뒤가 더 오래 남는다. 이유를 묻자 이곳 사람들은 한결같이 “물”이라고 답한다. 6개월마다 수질 검사를 받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도 3대, 이제는 3대째 같은 지하수를 고집하는 이유다. 해남막걸리의 깊은 맛은 그렇게 물에서 시작돼, 시간으로 완성된다. 술은 결국 물의 또 다른 얼굴이다. 삼산주조장은 이 단순한 진리를 가장 오래, 가장 성실하게 지켜왔다. 1950년 조부가 터를 닦은 이후, 발효에 쓰인 물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두륜산에서 내려오는 지하수는 미네랄 밸런스가 안정적이고, 발효 과정에서 잡맛을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이곳의 막걸리는 첫맛보다 뒷맛이 좋고, 마신 뒤 몸이 편안하다. 현재 양조장을 이끄는 이는 한홍희 대표다. 하지만 삼산주조장은 한 사람의 이름보다 가족의 시간으로 설명되는 공간에 가깝다. 고령의 부모를 대신해 가업을 잇기 전, 30여 년 동안 금융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던 한 대표보다 아내가 먼저 고향으로 내려와 제조 비법을 배우고 전통주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대표작 ‘해남 찹쌀 생막걸리 9도’는 해남산 찹쌀과 햅쌀, 누룩만으로 720시간 이상 장기 발효·숙성한 무감미료 술이다. 도수가 높아질수록 알코올의 날카로움은 사라지고, 쌀 본연의 깊이가 살아난다는 이곳의 믿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실제로 9도는 부드러운 목 넘김과 은은한 누룩향, 청량한 마무리로 “술은 요리와 함께 완성된다”는 철학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2024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고도탁주 부문 대상은 그 결과였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삼산주조장의 또 다른 얼굴은 12도 막걸리다. 흔히 도수가 높으면 거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 술은 정반대다. 첫 모금에는 찹쌀의 단맛이 천천히 올라오고, 이어지는 질감은 놀랄 만큼 둥글다. 알코올의 존재감은 앞서 나서지 않고, 발효가 만든 구조 속에 조용히 녹아 있다. 향은 9도보다 농밀하다. 누룩의 고소함 위에 곡물의 단향, 당귀에서 비롯된 잔잔한 한방 향이 겹겹이 쌓인다. 목을 넘긴 뒤에도 자극보다 여운이 길다. 한홍희 대표는 12도를 이렇게 설명한다. “도수를 올린 게 아니라, 시간을 더 준 술입니다.” 주정을 섞어 도수만 높인 술이 아니라, 발효를 충분히 기다린 결과라는 뜻이다. 그래서 애주가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6도 막걸리보다 편하다”는 말이 나온다. 음식과의 궁합도 분명하다. 9도가 일상의 반찬과 잘 어울린다면, 12도는 홍어회무침이나 묵은지, 기름기 있는 전처럼 남도의 맛과 만나 힘을 얻는다. 술이 안주를 밀어내지 않고, 안주 또한 술의 향을 가리지 않는다. 삼산주조장의 풍경에는 시간이 쌓여 있다. 1935년에 지어진 옛 건물은 원형 보존이 어려워 신축했지만, 그 모습은 그림으로 남아 사무실 벽을 지킨다. 1970년대까지 쓰이던 커다란 술독은 마당의 테이블이 됐다. 자전거에 막걸리 통 여덟 개를 매달고 배달을 다녔다는 이야기도, 이곳에서는 전설이 아니라 기억이다. 그 기억 위에 지금은 네 번째 세대의 손길이 더해지고 있다. 해남 삼산주조장의 막걸리는 빠르게 변하지 않는다. 대신 물을 지키고, 사람을 잇는다. 6개월마다 검사받는 지하수, 720시간을 기다리는 발효, 4대가 이어온 손길. 그 수고 덕분에 해남막걸리는 오늘도 믿고 마실 수 있는 술이 된다. 물에서 시작된 한 사발의 막걸리, 그 깊은 맛은 그렇게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
- 여행종합
- 테마여행
-
[우리술여행] 삼산주조장 해남막걸리, 두륜산 지하수가 빚은 깊은 맛의 계보
-
-
‘2025 광화문 마켓’ 역대 최고 흥행...357만 명이 만든 마켓의 기록
-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서울의 겨울이 가장 빛난 자리, 광화문광장이 다시 기록을 썼다. 서울관광재단은 지난해 12월 12일부터 31일까지 20일간 열린 ‘2025 광화문 마켓’이 총 357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118% 증가한 수치로, 2022년 첫 개최 이후 최고 흥행이다. 올해 마켓은 ‘겨울동화 속 산타마을’을 주제로 꾸며졌다. 개막과 동시에 인파가 몰리며 운영시간은 매일 밤 10시까지 연장됐고, 마지막 날인 31일에는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특별 운영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크리스마스 시즌(12월 21~25일)에만 100만 명 이상이 찾으며 성탄 시즌 최고의 축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장은 참여형 콘텐츠로 살아 움직였다. 크리스마스 소원 분수대, 무료 네컷 사진, 산타클로스와의 사진 촬영, 소망 편지 보내기 등 체험 프로그램이 연일 이어졌다. 가장 큰 인기를 끈 것은 4곳의 포토존 스탬프 투어를 완료하면 탑승할 수 있는 ‘루돌프 회전목마’. 요정의 집, 산타마을 동화책, 행운의 목마, 거울 포토존 등 10곳이 넘는 포토존이 소셜 미디어를 달궜다. 경제적 성과도 뚜렷했다. 45개 부스에서 3개 시즌으로 운영된 135개 소상공인 팀과 기획부스는 하루 평균 약 4시간의 운영에도 총 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부스 규모가 줄었음에도 부스당 평균 매출은 54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87% 이상 증가했다. 축제가 지역 상권과 상생하는 모델임을 입증한 셈이다. 파트너십 역시 확장됐다. 월트 디즈니 코리아의 영화 ‘아바타: 불과 재’, 바버, 네스프레소 등 3개 브랜드가 협업해 특별 포토존과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방문객과의 직접 소통으로 브랜드 가치를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유엔난민기구, 옥스팜 코리아, 소상공인진흥공단, 해남문화관광재단, 안동시 등 민간·공공 파트너 부스도 참여해 공익과 지역 홍보를 동시에 펼쳤다. 올해는 ‘산타마을 초대전’이 확대돼 먹거리와 굿즈의 완성도를 높였다. 독일 전통 소시지와 비프파이를 선보인 ‘블루메쯔’, ‘웅파이’, 지역 농가와 협업한 ‘서로장터’, 초청 작가들의 콜라보 굿즈까지 더해져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성했다. 길기연 대표이사는 “357만 명이라는 역대 최고 방문객으로 축제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광화문 마켓이 서울을 대표하는 겨울 축제로 더 성장하도록 다방면의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겨울동화가 현실이 된 광화문, 그 장면은 내년을 다시 기다리게 한다.
-
- 여행종합
- 테마여행
-
‘2025 광화문 마켓’ 역대 최고 흥행...357만 명이 만든 마켓의 기록
-
-
[우리술여행] 가평에서 만난 1인 양조가 정의현의 국도막걸리
-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가평 연인산과 명지산 자락, 물 맑은 하천을 끼고 자리한 국도양조장에는 유난히 고요한 시간이 흐른다. 이곳에서 정의현 대표는 지금도 혼자 막걸리를 빚는다. 쌀을 고르고, 네 번의 담금을 거쳐 술을 완성하는 전 과정이 그의 손을 거친다. 사람을 늘리기보다, 속도를 높이기보다, 그는 끝까지 ‘혼자 책임지는 방식’을 선택했다. “술은 결국 누가 어떻게 빚었는지가 남습니다. 손이 많아질수록 맛은 평균으로 가더라고요.” 정 대표의 말에는 지난 시간이 응축돼 있다. 가평산 멥쌀과 찹쌀, 우리밀로 만든 전통누룩, 토종 효모만을 사용하는 사양주. 인공감미료와 첨가물은 배제한다. 국도막걸리는 그렇게 가장 원초적인 방향으로만 나아간다. 11.5°는 요거트처럼 진득하고 농익은 단맛이 깊다. 9°는 균형과 매끄러움이 편안하고, 6°는 우유처럼 부드럽다. “얼음을 넣으면 술의 결이 또렷해집니다.” 이 고집은 우연에서 시작됐다. 스물넷, 고문헌을 바탕으로 빚은 전통주 연구가의 동동주 한 잔. 그날 이후 그는 15년을 전통주에 바쳤다. 민간 교육기관에서 전통주 공부를 시작해 전국의 술대회를 2년동안 섭렵한 그는 국립농업과학원에 들어가 전문연구원으로 8년간 전통주와 전통발효제, 한국와인연구에 매진했다. 또한 동시에 전북대 식품공학과에 진학해 석사학위를 받고 졸업했다. 정 대표는 그 시간 동안 전국의 술과 쌀을 몸으로 익혔다. “ 전문 연구원으로 일하며 대학을 다닐때에도 양조장과 제품의 구상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쌀의 양조적성을 연구하면서 삼광쌀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국도의 뼈대가 된 쌀이죠.” 본격적으로 양조장을 시작하기 위해 2019년 말에 연구원을 그만두고 가평으로 올라와 양조장을 준비한 정대표는 1년여간 직접 공사, 시공하며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만든 국도양조장을 21년 8월 오픈했다. 그렇게 시작한 국도막걸리는 가평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입소문을 타며 알려졌다. 그 결과 23년도 경기술페스타-경기주류대상에서 탁주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상을 목표로 하진 않았어요. 다만 그간의 노력이 인정받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 그 수상은 국도막걸리가 취향이 아닌 ‘완성도’로 인정받았다는 증명이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정 대표는 양조장의 시작부터 술을 빚는 양조가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상품화를 시작했다. 국도(麴稻)라는 이름의 의미를 정리하고 로고 디자인을 기획하고, 병 라벨과 패키지 굿즈의 디자인까지 모두 직접했다. “술이 소비자에게 닿는 순간까지가 양조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려면 직접 할 수밖에 없었어요.” 가평군청과 가평농업기술센터의 지원으로 꾸준히 설비를 확장하고 지자체가 성심껏 준비한 지역 축제의 농민 장터를 통해 폭넓은 소비자와 만났다. 국도양조장의 성장에 지자체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정 대표는 말했다. 국도막걸리를 꾸준히 찾는 이들 대부분은 가평을 여행하다 우연히 이 술을 만난 사람들이다. 로컬의 시간과 손맛이 전국으로 퍼져나간 셈이다. 정 대표는 앞으로 체험 양조장, 막걸리와 어울리는 스모크 하우스, 가평의 자두와 사과로 확장하는 증류주 구상까지 하고 있다. “막걸리는 아직 보여줄 게 많습니다. 이 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끝까지 보고 싶어요.” 정의현 대표는 마지막으로 조용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2024년에 결혼한 아내의 도움이 정말 큽니다. 혼자 술을 빚고, 브랜드를 지켜오는 과정이 쉽지 않았는데 곁에서 묵묵히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큰 힘이 됩니다.” 1인 양조가의 고된 일상 뒤에는 이제 든든한 동반자가 함께하고 있다. 새해를 맞은 그는 또 하나의 목표를 밝혔다. “지금까지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천천히 왔다면, 이제는 국도막걸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생산량을 조금씩 늘리고, 유통도 단계적으로 확장해볼 생각입니다.” 혼자서 빚어온 술, 혼자서 지켜온 철학. 그리고 이제는 함께 나아갈 시간. 국도막걸리는 그렇게 또 한 번의 담금을 준비하고 있다.
-
- 여행종합
- 테마여행
-
[우리술여행] 가평에서 만난 1인 양조가 정의현의 국도막걸리
-
-
도심에 눈이 내리다…울산 성남동, 겨울 축제로 거리를 채우다
-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울산 중구 성남동 일대가 겨울이면 눈꽃으로 물든다.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 사이 열리는 울산 성남동 눈꽃축제는 인공눈 연출과 체험형 프로그램, 공연을 결합해 도심 속 겨울 풍경을 만들어온 지역 대표 축제다. 거리와 상권이 함께 호흡하는 이 축제는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게 하는 생활형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성남동 눈꽃축제의 중심은 ‘거리 경험’이다. 상점가와 보행로를 따라 조성된 트리숲과 인공눈 연출은 평소의 도심을 잠시 다른 공간으로 바꾼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참여하는 눈사람 만들기 체험은 축제의 가장 직관적인 장면이다. 손에 쥔 눈덩이가 완성될수록 거리에는 웃음과 사진 셔터 소리가 늘어난다. 무대 프로그램도 축제의 결을 단단하게 만든다. 크리스마스 합창대회와 지역 예술 공연은 성남동의 밤을 채우며, 지나치던 방문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공연은 전문성과 생활성이 공존한다. 동네 예술가의 무대와 참여형 합창이 이어지며, 관객은 자연스럽게 축제의 일부가 된다. 상권 연계는 성남동 눈꽃축제를 지속시키는 동력이다. 플리마켓과 푸드존은 거리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겨울철에 어울리는 먹거리는 축제의 감각을 완성한다. 지역 상점과 임시 부스가 함께 구성되며, 소비가 곧 지역 응원이 되는 구조다. 이는 단기 이벤트를 넘어 지역경제와 맞물린 축제 운영의 전형을 보여준다. 울산 도심의 접근성 역시 장점이다. 대중교통으로 쉽게 닿는 성남동은 외지 방문객에게도 부담이 적다. 낮에는 체험과 시장을, 밤에는 조명과 공연을 즐기는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계절 축제가 도심 일상과 분리되지 않고 스며드는 방식이다. 최근 국내 도시들이 겨울철 관광 콘텐츠를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성남동 눈꽃축제는 ‘인공 연출’의 장점을 현실적으로 활용한다. 눈이 귀해진 겨울에도 안정적인 연출로 분위기를 만들고, 프로그램의 밀도를 높여 반복 방문을 유도한다. 화려함보다 지속성을 택한 선택이다. 성남동 눈꽃축제는 멀리 떠나지 않아도 겨울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거리 위에 내려앉은 눈과 음악, 먹거리와 체험이 이어지며 도심은 잠시 여행지가 된다. 계절이 남긴 흔적을 생활 속으로 끌어들인 이 축제는, 울산 겨울의 한 장면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
- 여행종합
- 테마여행
-
도심에 눈이 내리다…울산 성남동, 겨울 축제로 거리를 채우다
-
-
안성 살구나무책방에서 하룻밤, 책이 여행이 되는 순간
-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12월은 1년 중 책이 가장 많이 팔리는 달이다. 독서는 이동하지 않아도 떠날 수 있는 여행이고, 문장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멀리 갈 수 있다. 그래서 독서는 ‘가장 조용한 여행’이라는 말이 붙는다. 경기관광공사도 연말을 맞아 붐비는 관광지 대신, 사색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조용한 여행지’를 12월 추천 코스로 제안했다. 자연과 문화,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공간들이다. 경기도 안성에 자리한 살구나무책방은 그런 추천 취지와 맞닿아 있는 장소다. 시골마을 한켠에서 책을 읽고, 하룻밤을 머물며 시간을 천천히 되감는 공간. 독서가 여행이 되고, 여행이 다시 일상이 되는 풍경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한때 동네마다 몇 곳씩 있던 책방은 어느새 기억 속 풍경이 됐다.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일상이 된 시대지만, 최근 들어 작은 책방을 일부러 찾아 나서는 이들이 다시 늘고 있다. 안성 금광면에 자리한 살구나무책방도 그런 흐름 속에서 탄생했다. 살구나무책방은 분주한 도심과 거리가 멀다. 차를 타고 굽이굽이 시골길을 지나 도착하면, 한때 허물어질 뻔했던 폐가가 조용히 손님을 맞는다. 4년 전 책방으로 다시 태어난 이 공간은 옛 집의 골격을 그대로 살렸다. 삐뚤빼뚤한 서까래와 낮은 천장은 일부러 손대지 않았다. 새로 꾸민 공간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시간이 이곳에 흐른다. 책방의 이름은 실제로 마당 옆에 서 있는 살구나무에서 따왔다. 봄이면 꽃이 피고, 계절마다 창밖 풍경이 달라진다. 책을 읽다 고개를 들면 보이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준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것은 새 책이 아닌 중고책이지만, 책방에서는 이를 ‘지난책’이라 부른다. 누군가의 시간을 품고 건너온 책이라는 의미다. 살구나무책방의 가장 큰 특징은 ‘북스테이’다. 책방 안쪽 작은 방에서 하룻밤 머물 수 있다. 휴대전화와 일상에서 잠시 떨어져, 조용한 밤을 책과 함께 보내는 경험이다. 소음도, 일정도 없다.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만 남는다. 다만 겨울철에는 북스테이가 잠시 쉬어가니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책방을 찾았다면 주변 여행지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차량으로 10여 분 거리의 안성맞춤랜드는 산책하기 좋은 공원과 문화시설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는 안성팜랜드가 제격이다. 계절마다 다른 풍경과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조금 더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서운산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완만한 산세 덕분에 겨울에도 부담 없이 걷기 좋다. 살구나무책방은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다. 대신 책 한 권이 여행이 되는 순간을 선물한다. 빠르게 소비하는 여행이 아니라, 오래 남는 시간을 찾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곳이다. 책을 품고 떠나는 하룻밤, 안성의 조용한 시골에서 문장이 길이 되는 경험을 만나볼 수 있다. [살구나무책방 정보] 주소: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신양복길 47-5 전화: 0507-1354-3798 운영: 사전 예약제(당일 예약 가능) 이용요금: 1만 원(음료 포함) SNS: 인스타그램 @salgunamu_books
-
- 여행종합
- 테마여행
-
안성 살구나무책방에서 하룻밤, 책이 여행이 되는 순간
실시간 테마여행 기사
-
-
청양...면암 최익현 기념관, 새 역사 여행지로 뜬다
-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충남 청양군이 지난달 말, 지역 항일 의병장 겸 유학자 면암 최익현 선생을 기리는 ‘면암 최익현 기념관’의 콘텐츠 개발을 완료하고, 2026년 1월 시범 운영을 앞두고 있다. 단순한 기념관이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과 관광객이 함께 체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역사 문화 공간을 추구하면서, 청양이 ‘체류형 역사여행지’로 거듭날 채비를 마쳤다. 청양군은 지난 11월 28일, 기념관 건립과 운영을 담당한 관계자 및 전문가들과 함께 최종보고회를 개최해 프로그램 구성과 통합 이미지(MI)를 최종 확정했다. 이 자리에서는 면암 최익현을 중심으로 한 7종의 교육·체험형 콘텐츠가 발표됐다. 프로그램은 연령과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설계됐다. 예컨대, 문제 해결형 활동인 ‘임금님의 비밀편지를 해독하라’는 참여자들이 조선시대 관료가 되어 가상의 편지를 풀어보는 방식이고, 창작형 ‘면암의 등불-꺼지지 않는 선비의 등불’은 선비정신을 주제로 한 창작 활동을 통해 역사와 현재를 잇는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인문학 프로그램 ‘면암의 정원-나를 가꾸는 작은 철학의 시간’은 조용히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시간을 제안한다. 이밖에 다양한 연령을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학생, 관광객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될 전망이다. 기념관의 공간 설계도 주목된다. 단순한 전시실을 넘어, 교육체험실, 숙박동, 조경 누각, 고택과 연못을 포함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되며, 한식 목구조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와 전통미를 살려 방문 자체가 ‘느림과 사유의 여행’이 되도록 기획됐다. 이는 청양이 단순히 관광객을 ‘흘러가는 방문자’로 여기지 않고, ‘머무르며 체험하는 여행자’로 맞이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역사와 자연, 체험이 결합된 ‘인문 여행’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면암 최익현 기념관은 그 흐름을 타기에 적절한 무대다. 면암 최익현은 조선 말기를 살다간 선비이자 의병장이다. 모덕사에 모신 그의 위패와 초상, 관복 등 유품들은 이미 지역과 국가 단위 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다. 청양군은 이러한 유산을 바탕으로 기념관을 조성해, 단편적 추모의 공간을 넘어서 살아있는 기억과 교육의 터전으로 확장하려 하고 있다. 군은 이번 기념관이 앞으로 청양을 대표하는 역사문화 명소이자, 후손과 관광객이 함께 참여하는 체험형 학습‧여행지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고 있다. 잊혀진 이름이 아닌, 오늘의 여행 지도로 다시 태어난 면암 최익현. 단풍 지는 논길, 천년 고택의 나무 향, 그리고 조용히 울리는 선비의 등불 아래서 오래된 가치가 새롭게 살아난다. 2026년부터 청양에서 맞이할 ‘느림과 사유의 여행’에 주목해볼 만하다.
-
- 여행종합
- 테마여행
-
청양...면암 최익현 기념관, 새 역사 여행지로 뜬다
-
-
만다이 레인포레스트 리조트, 여행자의 로망이 되다
-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싱가포르가 또 하나의 여행 명소를 품었다. 반얀트리가 선보인 ‘만다이 레인포레스트 리조트 바이 반얀트리’가 문을 열며, 동남아 대표 자연·체험형 리조트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울창한 열대우림과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그대로 끌어안은 이 리조트는 잠시 멈추어 자연과 교감하는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번 리조트는 반얀그룹이 싱가포르에서 처음 선보이는 호텔이자, 그룹의 100번째 호텔이다. 반얀그룹 에디 시(CEO)는 “여행이 사람·장소·지역사회를 고양시키는 힘이 있다”며 이번 리조트가 자연친화적 호스피탈리티를 실현하는 상징적 공간임을 강조했다. 싱가포르가 오랜 기간 추진해 온 국가 비전인 ‘자연 속 도시(City in Nature)’를 대표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더했다. 리조트가 자리한 만다이 야생동물 보호구역(Mandai Wildlife Reserve) 은 싱가포르 관광의 핵심축 중 하나다. 만다이 와일드라이프 그룹은 싱가포르 동물원, 나이트 사파리, 리버 원더스, 버드 파라다이스 등을 운영하며 10년 넘게 이 지역을 세계적 자연 체험지로 키워왔다. 그룹 CEO 베넷 네오는 “새 리조트가 숙박 이상의 역할을 하며, 방문객이 자연 속에 오래 머물고 자신만의 속도로 탐험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열대우림 속에 숨겨진 ‘바이오필릭 리조트’ 리조트는 4.6헥타르 울창한 숲 위에 지어졌다. 건물은 가능한 한 땅을 건드리지 않고 띄워 올려, 부지의 자연지형과 12m 높이의 수령 깊은 나무들을 그대로 보존했다. 반얀트리가 추구해온 바이오필릭(Biophilic) 디자인이 본격 적용된 셈이다. 특히 퍼플 밀레티아 씨앗 꼬투리를 모티프 삼은 트리하우스 형태의 고층 구조물이 인상적이다. 캐노피 사이에 매달린 형태로 설계돼 숲의 층위를 직접 느낄 수 있고, 객실에서는 어퍼 셀레타 저수지의 고요한 수면이 한눈에 들어온다. 객실 내부에서는 싱가포르 예술가 도나 옹(Donna Ong)의 작품이 열대우림 생태 구조를 시각화하며 공간의 분위기를 더한다. 토종 동물의 석판화도 곳곳에 배치돼 리조트 자체가 작은 생태 박물관처럼 느껴진다. 또한 리조트는 싱가포르 최초 그린마크 플래티넘 초저에너지(SLE) 인증을 받을 만큼 지속가능성 기준을 강화했다. 자연 환기 시스템, 에너지 알림 디스플레이, 빗물 재활용 설계까지 세세한 부분에 친환경 원칙이 녹아 있다. 자연 속 미식·웰니스·연회 공간 옥상 레스토랑 포리지(Forage) 에서는 ‘수확에서 식탁까지(Harvest to Table)’를 콘셉트로, 옥상 식용 정원과 인근 농가에서 조달한 재료를 활용한다. 방문객은 식용 정원을 직접 산책하며 요리에 쓰인 토종 허브를 둘러볼 수 있다. 이곳은 30종 이상의 새가 서식하는 조류 관찰 명소이기도 하다. 어퍼 셀레타 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옥상 수영장, 숲속 신화를 모티프로 한 메란티 볼룸, 천산갑 비늘에서 영감을 받은 반얀트리 스파 등 자연과 감각을 결합한 시설도 눈길을 끈다. 어린이가 즐길 수 있는 체험형 놀이터 역시 리조트의 명물이다. 캐논볼 과일·버트레스 루트를 본뜬 구조물이 숲에서 뛰노는 생생한 감각을 구현하며, 움직임과 탐험을 중심으로 설계돼 전 연령층이 자연 속에 몰입할 수 있다. 야생 체험과 연계된 ‘머무는 여행’ 만다이 레인포레스트 리조트의 가장 큰 특징은 숙박이 야생동물 체험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리조트 투숙객은 나이트 사파리, 리버 원더스, 버드 파라다이스, 새롭게 문을 연 실내 자연 테마 공간 큐리어시티 코브(Curiosity Cove) 등 다양한 시설을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와일드 주 데이 캠프’, 성인을 위한 몰입형 웰빙 프로그램 등도 운영되며, 자연을 중심으로 한 장기 체류형 여행이 가능하다. 만다이 레인포레스트 리조트는 단순한 리조트가 아니라, ‘자연 속 도시’를 표방하는 싱가포르의 미래 전략을 여행 콘텐츠로 구현한 공간이다. 현대적 감성과 생태 감수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며, 동남아 여행 트렌드를 바꿀 새로운 힐링 스폿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
- 여행종합
- 테마여행
-
만다이 레인포레스트 리조트, 여행자의 로망이 되다
-
-
담양에 들어선 유럽형 예술 단지, 소아르떼
-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전남 담양에 위치한 소아르떼(SOARTTE)는 미디어아트센터와 갤러리, 공방, 카페, 주거 공간이 결합된 복합문화예술 단지로, 담양 여행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약 1만5천 평 규모의 이곳은 8개의 미디어아트 전시관을 중심으로, 빛·영상·음향이 어우러진 몰입형 콘텐츠를 선보인다. 관람객은 ‘태초의 풍경’, ‘빛의 회랑’, ‘별빛 산책’ 등 테마별 전시를 거닐며 감각적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소아르떼를 운영하는 김화영 센터장은 “소아르떼는 소아르떼 이사장인 조의현 전남대 미대 교수가 직접 기획·설계한 곳으로, 유럽형 주거복합문화예술공간을 지향한다”며 “예술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열린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단지 곳곳에는 유럽의 작은 마을을 연상시키는 붉은 지붕 건물과 분수광장이 펼쳐져 여행객들의 ‘인생샷’ 명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미디어아트 관람과 문화체험, 산책이 한 번에 가능한 소아르떼는 담양의 자연 풍경에 새로운 예술적 감성을 더하며 지역의 대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 여행종합
- 테마여행
-
담양에 들어선 유럽형 예술 단지, 소아르떼
-
-
[우리술 여행] 담양 추성주...양대수 명인이 들려주는 추성주 복원 이야기
-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담양 용면으로 향하는 길, 대숲 사이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는 마치 오래된 시간을 한 장씩 넘기는 소리처럼 들렸다. 천년을 이어온 술, 추성주를 찾아가는 길이어서 그 때문이었을까. 이 술에는 전설이 있고, 명맥이 끊길 뻔한 역사가 있고, 무엇보다 한 사람의 집요한 복원이 담겨 있다. 양대수 명인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아버지 이야기를 천천히 꺼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몇 달 전, 추성주 레시피를 제게 주셨어요. 아주 간단한 메모였죠.” 그 레시피가 장남이 아닌 자신에게 전해진 이유를 아버지는 끝내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명인은 담담하게 말했다. “형은 그때 교사였고, 술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도 그걸 알고 계셨겠지요.” 그 말 속에서 ‘왜 나였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정확한 비율도, 발효 온도도 적혀 있지 않은 한 장의 레시피. 아버지는 그 막막함까지 함께 건넸다. 그리고 양대수 명인은 그 한 장짜리 단서를 붙들고 몇 년을 오롯이 술독 앞에서 씨름했다. 천년 술의 부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천년의 술 복원...잃어버린 천년을 되찾기까지 양대수 명인이 처음 받은 레시피는 ‘비법’이라기보다 ‘흔적’에 가까웠다. 재료 이름 몇 개, 단계가 간단히 적힌 문장 몇 줄. “사실 그걸 보고 술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저를 믿으신 거죠. 장남이 아닌 차남인 저에게 주셨으니까요.” 퇴근 후, 새벽에 일어나고, 시간을 쥐어짜며 그는 이 레시피와 싸웠다. 약재를 더 넣었다 줄여보며 술을 다시 만들고, 다시 버리는 날들이 이어졌다. 술독에서 올라오는 향을 맡으며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어느 날, 마을 어르신이 숟가락으로 술을 떠먹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래, 이게 옛날 그 맛이여.” 그 한마디가 천년 술의 숨을 다시 틔웠다. 연동사에서 태어난 술, 제세팔선주 추성주의 뿌리는 금성산성 아래 연동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 스님들은 산에서 채취한 약초를 넣어 몸을 보하는 술을 빚었다. 이름하여 ‘제세팔선주(濟世八仙酒)’—세상을 이롭게 하는 여덟 신선의 술. 양 명인의 증조부가 연동사 주지 스님에게서 주방문을 넘겨받으면서, 술은 가문에 전승됐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가양주 금지, 산업화의 파고 속에서 술은 끊겼고, 명맥이 사라지기 직전이었다. 그 레시피를 다시 품은 사람이 바로 양대수 명인이다. “그 한 장의 종이는 단순한 레시피가 아니라 책임이었어요. 조상들이 남긴 유산이고, 아버지가 남기고 가신 마지막 유언이기도 했죠.” 추성주...단맛과 약성의 고요한 균형 명인이 건네준 잔을 코끝에 가져가는 순간, 구기자와 오미자, 두충과 갈근, 상심자 등 각종 약재의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은근하게 달콤하면서도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향은 마치 겨울 난로 앞에서 천천히 따뜻함이 번지는 느낌이었다. 첫 모금은 부드럽다. 혀끝에서 처음 느껴지는 달큰함은 짧고, 이내 약초 특유의 깊은 맛이 서서히 퍼진다. 목을 넘어갈 때는 25도라는 도수가 믿기지 않을 만큼 매끄럽고, 마지막엔 한약재의 쌉쌀한 여운이 길게 남아 뒷맛이 깔끔하다. 이 술이 옛 스님들의 ‘신선주’로 불리던 이유가 무엇인지, 한 모금이면 바로 느껴진다. 죽력고...대나무의 숨결을 품은 술 죽력고는 대나무에서 추출한 진액 ‘죽력’을 넣어 빚는, 담양이기에 가능한 술이다. 죽력은 깊은 산 대나무를 구워 얻는데, 전통 방식 그대로 불에 직접 굽다 보면 타르나 중금속이 생겨 안전성이 떨어진다. 양대수 명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간접 가열식 죽력 추출기’를 고안했다. “대나무 향을 온전히 담으면서도 안전한 죽력을 얻고 싶었어요. 연구실처럼 실험하다 보니 기계가 나오게 됐죠.” 이렇게 추출한 깨끗한 죽력을 넣어 만든 죽력고는 한 모금 들이키면 처음엔 맑고 단정한 물맛처럼 가볍게 시작되지만, 곧 대나무 특유의 은은한 풀향이 입안에 퍼진다. 뒤이어 약재의 따뜻한 기운이 서서히 몸속으로 번져오고, 마지막에는 긴장이 풀리듯 잔잔한 온기가 길게 남는다. 그래서 이 술만 찾는 단골들이 많다는 말이 이해된다. 한 잔만 마셔도 마치 산길을 천천히 걸어 내려온 듯한 산뜻함이 오래도록 이어진다. 대잎술과 대통대잎술...대숲의 향이 술이 되다 추성주의 발효가 끝날 무렵, 여기에 대나무 진액(죽력)을 더해 만든 술이 바로 ‘대잎술’이다. 잔을 가까이 대면 산뜻한 풀향이 먼저 올라오고, 목을 타고 내려갈 때 특유의 시원한 청량감이 퍼진다. 목넘김이 가볍고 뒷맛이 깔끔해 여름철 얼음을 넣어 즐기기에도 좋다. 이 신선한 매력 덕분에 2020년에는 청와대 추석 선물세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통대잎술’은 한층 더 특별하다. 실제 대나무 통에 술을 붓고 숙성시키는데, 입을 대면 대나무 결 사이에서 스며 나온 향이 함께 퍼지며 한 모금마다 숲속에서 숨을 들이키는 듯한 생생함이 전해진다. 다만 개봉 후 실온에 두면 향이 빠르게 날아가므로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하지만, 그만큼 대나무의 숨결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술이다. 타미앙스...한국식 위스키라 불리는 프리미엄 증류주 명인이 가장 아낀다는 술은 프리미엄 증류주 ‘타미앙스’다. 추성주 원주를 감압 방식으로 두 번 증류해 만든 40도 술로, 이름은 ‘담양(Damyang)’을 프랑스식으로 변주해 붙였다. 잔에 따르면 은은한 황금빛이 돌고, 한약재와 전통 누룩, 대나무에서 온 향이 겹겹이 피어난다. 입에 머금으면 먼저 달콤한 기운이 은근하게 퍼지고, 이어 깊고 따뜻한 향이 천천히 밀려와 마치 한국식 위스키를 마시는 듯한 풍미를 남긴다. 끝맛은 놀라울 만큼 깨끗해 다시 한 모금이 절로 이어진다. “이건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술입니다.” 양재창 전수자의 말에는 부자의 자부심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티나와 프루즈 ...부자가 함께 만든 미래의 전통주 추성고을이 요즘 가장 힘을 쏟는 술은 과실주 ‘프루즈’다. 처음에는 양대수 명인이 담양 딸기로 만든 리큐르 ‘티나’가 있었다. 진한 향과 은근한 단맛이 조화를 이루던 술이었지만, 아들 양재창 전수자는 그 맛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 싶었다. “딸기 향은 온전히 남기고, 색만 없앨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그의 실험 끝에 탄생한 술이 바로 ‘프루즈’, 즉 투명한 딸기 리큐르다. 정밀 여과 기술을 통해 붉은 색을 완전히 제거해 투명하게 만들었지만, 잔을 코에 대면 시원하면서도 산뜻한 딸기 향이 은은하게 피어나고, 입안에서는 달지 않고 깔끔하게 퍼지며 마지막엔 청량한 과실 향이 잔잔하게 남는다. 담양이라는 지역성과 현대적인 감각을 결합한 술로, 젊은 세대뿐 아니라 칵테일을 즐기는 이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시장에 출시되는 과실주는 '티나'와 ‘프루즈’ 다.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서서 술을 설명하던 순간, 그들의 표정에는 전통을 이어가는 자부심과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려는 설렘이 함께 담겨 있었다. 양 전수자가 “전통은 그대로 두고, 표현만 조금 바꿔본 겁니다.”라고 말하자, 양 명인은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덧붙였다. “전통을 지키는 건 기본이고, 시대에 길을 열어줘야 오래갑니다. 술도 사람이니까요.” 천년의 술이 내일로 걸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 추성고을을 나올 때, 대숲 사이로 부는 바람이 가볍게 귓가를 스쳤다. 천년을 건너 이어져 온 술, 한 장의 레시피에서 시작된 차남의 고된 복원, 그리고 그 곁에서 오늘을 잇는 아들의 손길까지, 추성주에는 한 가족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한 지역의 역사, 한 시대의 삶이 담겨 있다. “전통주를 지키고 싶습니다. 그리고 술을 통해 농촌이 계속 살아 있었으면 좋겠어요.” 양대수 명인의 마지막 말은 술잔보다 묵직하게 마음에 남았다. 천년을 넘어 다시 깨어난 술, 추성주. 그 술을 잔에 따르는 순간,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우리의 전통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
-
- 여행종합
- 테마여행
-
[우리술 여행] 담양 추성주...양대수 명인이 들려주는 추성주 복원 이야기
-
-
“지금 나는 DMZ”로 떠나는 평화감성 여행
-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경기관광공사가 ‘2025 한국 공공브랜드 대상’ 관광 부문에서 2년 연속 대상을 거머쥐었다. DMZ(비무장지대)와 경기 북부의 평화·생태·공존 가치를 디지털 콘텐츠로 담아낸 전략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공사는 올해 “지금 나는 DMZ(Now I Am DMZ)”라는 통합 슬로건 아래 ‘지금 신나는 DMZ’, ‘지금 만나는 DMZ’, ‘지금 바라는 DMZ’ 등 세 콘셉트를 통해 DMZ의 브랜드 메시지를 새롭게 다듬었다. 이 슬로건은 ‘평화·생태·공존’이라는 핵심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 지역의 진정성을 스토리텔링 콘텐츠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사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인스타그램 ‘올댓디엠지(ALL THAT DMZ)’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DMZ 접경지역 소개, 평화누리피크닉페스티벌의 현장 스케치, 리마인드 카드뉴스, 방문자 후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해서 올리며 팔로워와의 소통을 강화했다. 또한 DMZ 공식 캐릭터 ‘누리’를 활용한 웹툰, 일러스트, 짧은 영상 시리즈를 만들어 MZ세대가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특히, DMZ 프렌즈 기자단을 운영해 현장 콘텐츠의 생동감을 살리고, 지역 공동체와의 연결고리를 넓혔다. 이런 활동은 정량적 성과로도 이어졌다. 공식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는 전년 대비 2.2배 증가해 약 1.4만 명을 기록했으며, 온·오프라인 이벤트 참여자는 무려 13배나 늘어났다. 디지털 성과는 현실에서도 가시화되었다. 임진각 관광지 방문객 수가 전년보다 약 6%, 평화누리길 종주자는 15% 증가했고, 평화누리 피크닉 페스티벌 참여자는 50%나 늘었다는 보고가 나왔다. 조원용 경기관광공사 사장은 “웹툰, 밈, 짧은 영상처럼 디지털 중심 소통을 통해 DMZ의 생태적·문화적 가치를 쉽고 재미있게 전하고자 했다”면서, “앞으로도 DMZ의 매력을 내외에 폭넓게 알리고 지역의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 공공브랜드 대상’은 한국공공브랜드진흥원(KAPB)이 중앙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공기업 등을 대상으로 공공 이익에 기여한 활동을 기준으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올해 시상식은 28일 잠실 광고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지금 나는 DMZ” 프로젝트는 디지털 세대의 언어로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담아낸 성공적인 브랜드 전략이다. 단순한 관광 홍보를 넘어, DMZ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재해석한 이 접근은 지역 관광을 단단하게 만들며 새로운 평화 관광의 길을 열었다.
-
- 여행종합
- 테마여행
-
“지금 나는 DMZ”로 떠나는 평화감성 여행
-
-
호시노 리조트...발리 우붓 숲속 리셋타임‘일상 탈주’ 선언한 나만의 힐링 스테이
-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인도네시아 발리 우붓 계곡에 자리한 HOSHINOYA Bali가 프랑스 생활문화지 ‘Hôtel & Lodge’가 주관한 2025년 어워즈 웰니스 부문에서 1위에 선정되며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찾는 여행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숲의 숨결과 강물의 흐름이 함께하는 이곳은 단순히 머무는 숙소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재정비되는 리셋 공간이다. HOSHINOYA Bali의 스파룸은 우붓 계곡 중턱, 성스러운 Pakerisan River가 흐르는 숲 속에 자리해 자연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흡수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또한 발리 왕실의 치유 전통과 힌두교 양생법이 접목된 웰니스 프로그램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수상이 의미하는 것은 단지 ‘좋은 호텔’이라는 인식이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나 나를 돌볼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기능이다. 프로그램은 보디 스크럽·팩·오일에 유기농 자무(jamu), 쌀가루, 허브 등 인도네시아 생약 성분을 사용하며 전통적인 테크닉으로 섬세하게 구성됐다. 예컨대 ‘Balinese Traditional Boreh’ 트리트먼트는 왕실의례에 사용되던 기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아준다. 또한 이 리조트가 제공하는 ‘Holistic Ritual of Sacred Valley’라는 5일 4박 프로그램은 요가·아침 스트레칭·멜루카트(Melukat) 정화식·발리 전통무용 레슨·스파 트리트먼트·영양식까지 포함해 종합적인 웰니스 경험을 제안한다. 하루의 일정으로는 계곡 속 슈퍼 이른 요가로 몸을 깨우고, 고아가자(Goa Gajah) 방문과 정화의식으로 마음을 정리한 뒤 깊은 스파 휴식으로 마무리하는 흐름이다. 식음(食音) 경험도 이 리조트의 큰 매력이다. 발리 전통 식재료를 일본식 감각으로 풀어낸 요리로, 각 프로그램 일정에 맞춰 몸을 회복하도록 설계됐다. 예컨대 단백질이 풍부한 사테 플래터와 코코넛 밀크 라이스, 인도네시아식 꼬리곰탕(sop buntut) 등이 웰니스 여정의 밸런스를 맞춘다. 리조트 총지배인 Ryuichi Karakawa는 “2017년 개장 이후 이곳 우붓의 자연·문화·전통을 담은 체류 경험을 만들어 왔으며 이번 수상을 통해 그 진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대인의 여행은 단순한 ‘떠남’이 아니라 ‘변화’와 ‘회복’을 동반한다. 이곳 HOSHINOYA Bali는 바로 그 요구에 부응한다. 숲속 거닐기, 강물 소리 듣기, 전통 테크닉으로 몸 풀기 등의 경험들이 평범한 주말을 특별한 리셋타임으로 바꾼다. 우붓의 숲이, 강이, 그리고 전통이 나를 부른다. HOSHINOYA Bali는 그저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나를 마주하고 회복하는 무대로서, 일상 속에서 지쳐 있던 몸과 마음에 새 숨을 불어넣는다. 비행기 시간 알람이 아닌 내 안의 리듬이 깨어나는 여행을 꿈꾼다면, 이곳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
- 여행종합
- 테마여행
-
호시노 리조트...발리 우붓 숲속 리셋타임‘일상 탈주’ 선언한 나만의 힐링 스테이
-
-
시간을 걷다, 청계천의 사람들을 만나다
-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서울역사박물관 분관 청계천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기획전시 ‘청계천 사람들: 삶과 기억의 만남’을 연다. 조선시대 ‘개천’부터 현대 복원까지 청계천의 변천사와 그 속에 살았던 사람들의 일상을 유물과 사진으로 담아냈다. 전시는 11월 18일부터 내년 3월 29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서울의 한복판을 흐르는 청계천은 도시의 시간과 기억을 품고 있는 공간이다. 이번 기획전은 청계천이 단순한 하천이 아니라, 서울의 역사와 경제, 민중의 삶이 켜켜이 쌓인 장소였음을 보여준다. 전시는 1부 ‘개천에서 청계천으로’, 2부 ‘개천 사람들’, 3부 ‘청계천 사람들’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먼저 1부에서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개천’이라 불렀던 시절부터 일제강점기, 복개와 복원을 거치며 변화해 온 청계천의 역사를 다룬다. 1958년 복개공사로 물길은 사라지고 ‘청계로’가 대신 들어섰고, 2000년대 들어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시민의 품에 다시 돌아왔다. 복원 과정과 도시 재생의 의미가 자료와 영상으로 정리돼 청계천의 도시사적 가치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2부는 조선시대 개천 주변의 ‘중촌’ 지역과 거기서 살아갔던 중인, 시전상인들의 삶에 주목한다. 특히 청진동 유적에서 발굴된 유물들이 전시돼 당시의 경제활동과 생활문화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조선시대 시전이 설치되었던 이 지역은 한양의 상업 중심지로, 개천을 따라 형성된 시장의 풍경과 상인들의 생업이 입체적으로 소개된다. 3부에서는 20세기 청계천의 또 다른 얼굴, 판잣집과 동대문 일대 상가들의 모습을 담았다. 당시을 기록한 사진과 전시 그래픽을 통해, 청계천 변에서 삶을 일구던 서민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지금은 사라진 풍경들이 도시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되돌아보게 한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 관장은 “이번 전시가 청계천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을 기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하는 박물관이 되겠다”고 밝혔다. 전시는 무료로 운영되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월요일은 휴관이지만 공휴일과 겹치면 정상 개관한다. 관련 정보는 서울역사박물관·청계천박물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도시가 바뀌어도 사람의 기억은 남는다. 이번 전시는 청계천이라는 한 줄기의 물길을 따라 흐른 서울의 삶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전시장에서, 오래된 시간 속 사람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
- 여행종합
- 테마여행
-
시간을 걷다, 청계천의 사람들을 만나다
-
-
‘손대지 않은 자연’의 감동… 고창 운곡람사르습지로 떠나는 힐링 트레킹
-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전북 고창의 운곡람사르습지는 인간의 손길이 사라진 자리에서 자연이 스스로 생태를 복원한 국내 대표 생태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2009년 모습을 드러낸 이 습지는 자연 회복의 과정을 고스란히 간직하며 탐방객에게 ‘비우고 기다린다’는 보전 철학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생태 교과서다. 고창 운곡람사르습지(오베이골습지)는 람사르협약에 의해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습지다. 과거 이곳은 계단식 논과 158세대, 360여 명이 모여 살던 마을이었다. 그러나 1981년 인근 발전소의 공업용수 확보를 위해 운곡저수지가 조성되면서 마을은 사라졌고, 출입이 금지된 채 2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단단한 자연의 회복력이었다. 경작이 중단된 폐경지는 시간이 흐르며 산지형 저층습지로 전환되었고, 다양한 생물종이 돌아오면서 습지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복원됐다. 운곡람사르습지는 인간의 간섭 없이 자연이 스스로 복원된 보기 드문 사례로, 람사르 습지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현장이다.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이 만든 소리와 빛이 순차적으로 감각을 깨운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물빛, 숲 사이를 스치는 바람, 멀리서 들리는 새소리까지… 여유로운 속도로 걸을수록 자연의 리듬이 몸 안으로 스며드는 듯하다. 좁은 덱길을 걷다 보면 과거 마을 흔적을 상상하게 되고, 장기간 방치된 땅이 어떻게 생명의 거점으로 변모했는지 그 변화의 시간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종점부의 운곡생태공원은 ‘생태+문화’라는 독특한 여행 동선을 완성한다. 홍보관에서는 복원 과정과 서식 생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며, 생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해 아이들과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교육적 의미를 더한다. 특히 인근에 자리한 동양 최대 규모의 고인돌은 운곡습지가 가진 ‘문화적 층위’를 더하는 상징적 장소로, 고창이 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도시인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운곡람사르습지는 단순한 산책 코스를 넘어 자연 보전의 철학을 직접 체험하는 공간이다. 개발 대신 기다림을 선택했을 때 자연은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 회복되는지, 그리고 그 회복이 인간에게 어떤 가치로 돌아오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은 이곳을 “소리 없이 가르침을 주는 자연 교실”이라 부르기도 한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지켜낸 풍경이 어떤 무게를 지니는지 여행자에게 잔잔하게 전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운곡람사르습지는 화려한 볼거리보다 자연의 ‘본래 모습’을 보여주는 여행지다. 고요한 습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이 스스로 쓴 복원 일기의 문장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인위적인 손길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되살아나는 생명력—그 속에서 여행자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
- 여행종합
- 테마여행
-
‘손대지 않은 자연’의 감동… 고창 운곡람사르습지로 떠나는 힐링 트레킹
-
-
걷기만 해도 리셋되는 숲, 경기도의 가을을 담다
-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가을이 깊어간다. 초록의 숲이 가장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는 계절이다. 잠깐 머물다 사라지는 단풍의 순간을 놓치기엔 너무 아쉽다. 요즘처럼 선선한 날씨는 숲길을 걷기 딱 좋다. 조금 쌀쌀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지만, 덥지도 춥지도 않아 발걸음이 가볍다.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숲속을 걸으면 마음이 한결 느긋해진다. 숲이 겨울을 준비하듯, 우리도 잠시 쉬어가며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경기관광공사에서는 이번 주말, 차를 몰고 한 두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경기도권 숲 여행지 5곳을 소개한다. 도심의 소음과 스크린에서 잠시 벗어나 ‘걷기’, ‘멍때리기’, ‘호흡하기’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숲이 선사하는 풍경과 호흡이 우리에게 조금 더 진하게 다가오는 이 계절에, 마음의 온도를 낮추고 다시 켜보는 리셋 모먼트를 경험해보자. 호반의 풍경이 아름다운 ‘청평자연휴양림’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호반의 흔들림과 숲의 숨결이 맞닿아 있는 이곳은 입장권을 내면 숲과 계곡 사이 카페에서 무료 음료 한 잔을 마실 수 있어 ‘천천히 머무르는 숲’으로 바로 접속된다. 휴양림 입구부터 시작되는 호수 옆 드라이브 길은 창밖으로 반짝이는 물빛이 여행의 설렘을 고조시킨다. 숲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다람쥐 마실길’은 숙박동 사이를 잇는 약 1 km의 짧은 코스로 가볍게 둘러보기 적당하고, ‘약수터 왕래길’은 왕복 약 5 km의 임도 산책로로 숲을 천천히 품고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약 15 분쯤 걷다 보면 전망대를 만난다. 여기서 바라보는 북한강은 마치 거울처럼 반짝이며 주변 숲까지 품은 듯하다. 그 뒤로 10 여 분 더 오르면 임도의 정상이고, 이후 내리막을 따라 걷다 보면 깊은 숲속 약수터가 나타난다. 땅속에서 솟아나는 시원한 물을 한 모금 마시면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여행자 리뷰도 이곳의 매력을 말해준다. “산책길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니 시원하게 흐르는 북한강을 한눈에 볼 수 있었고, 돌아오는 길에 스친 가을바람이 행복했다.” 주소: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북한강로2246번길 8‑6 전화: 031‑584‑0528 / 이용요금: 성인 5,000원, 청소년·어린이 4,000원. 숲속 위로가 함께 하는 ‘고대산자연휴양림’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에 자리한 이 숲은 도시의 소음을 완전히 잊게 해주는 휴식처다. 2017년 개장해 무장애 산책로를 갖추고 있어 누구나 편안히 걸을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돋보인다. 숲속 산책길이 숙박동 뒤편에서 시작되고, 숲 사이로 데크길이 깔려있다. 북쪽 지역인 만큼 가을빛이 더 빠르고 짙게 물들며, 숲길 양옆 나무들 사이로 ‘잘 될 거야’ 또는 ‘잘하고 있어’라는 문구가 달린 나뭇가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숲이 건네는 작지만 따뜻한 위로다. 주소: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고대산길 84‑79 전화: 031‑834‑2200.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국립양평치유의숲’ 양평군 양동면에 자리한 이 치유의 숲은 ‘걷기’ 이상의 체험을 제안한다. 1.1 km 데크로드 ‘사부작길’을 따라 걷고, 중간 쉼터엔 해먹이 놓여 있어 누워서 숲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른바 ‘숲멍해먹’ 프로그램이다. 또한 편백향기테라피, 온열치유, 반려동행 숲치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면역력 증진이나 스트레스 해소를 목표로 하는 산림치유의 숲으로 설계되었다. 치유에 집중하고 싶다면 이곳에서 숲과 함께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경험해보자. 모든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는 점 유의하자. 주소: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황거길 262‑10 전화: 031‑8079‑7950. 도심 속 작은 낙원, 부천 무릉도원수목원 도시 한복판에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숲이 있다. 경기도 부천시 길주로에 위치한 ‘무릉도원수목원’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잠시 눈을 맞출 수 있는 숨은 쉼터다. 부천자연생태공원 내에 자리한 이 수목원은 부천식물원, 자연생태박물관, 농경유물전시관 등과 함께 조성돼 있어 하루 종일 머물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 부천식물원은 울창한 열대식물로 채워져 있어, 도심에서 이국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무릉도원수목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주상절리형 인공폭포와 동물 토피어리가 반긴다. 그 너머로는 1,300여 종의 나무가 자라는 본격적인 숲이 펼쳐진다. 사계절 꽃과 나무가 교차하는 이곳은 지금 단풍으로 물들어 가장 화려한 순간을 맞고 있다. 숲 깊숙한 곳에는 ‘숲속의 작은 서재’가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책 한 권을 펼치면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배경음악이 되는 힐링의 순간이 찾아온다. 또한, ‘누구나숲길’이라는 이름의 무장애 산책로는 유모차, 휠체어 이용자도 불편 없이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가까운 지하철역과 연계된 접근성, 도심 속 조용한 자연, 그리고 사계절 바뀌는 풍경. 무릉도원수목원은 그 이름처럼 작지만 진짜 ‘이상향’이다. 주소: 경기도 부천시 길주로 660운영시간: 3~10월 09:30~18:00 / 11~2월 09:30~17:00 (월요일 휴관)이용요금: 성인 4,000원 / 중고생 3,000원 / 초등생 2,000원 걷기 좋은 날, 광명 구름산으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숲 내음이 폐 깊숙이 들어온다. 경기도 광명시의 ‘구름산산림욕장’은 그 이름처럼 가볍게 걷기 좋은 숲길이 가득한 힐링의 공간이다. 이곳은 산책, 트레킹, 가벼운 등산까지 모두 가능한 복합 숲 공간이다. 접근성도 뛰어나다. 하안동과 소하동, 광명시 보건소 등 다양한 출입로가 있어 누구든 편한 위치에서 숲을 시작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산림욕장 구간이 적격이다. 통나무 놀이시설과 ‘숲속 도서관’은 아이들에게 자연 속 놀이와 배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곳곳의 피크닉 벤치와 썬베드는 어른들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한다. 산림욕장 중심에는 울창한 전나무숲이 있다. 피톤치드 향이 진하게 퍼지는 이 구간은 깊은 호흡만으로도 심신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더 깊이 걷고 싶다면 등반로를 따라 오르면 광명동굴 방향의 둘레길과 구름산 정상 방향 갈림길이 나타난다. 구름산 정상까지는 약 2.2km. 걷는 거리보다 중요한 건 걷는 속도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자기 호흡에 맞춰 걸을 수 있다. 걸음은 느려지고 마음은 차분해지는 경험. 바로 구름산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주소: 경기도 광명시 오리로619번길 34 141-7운영시간: 연중무휴, 24시간 개방이용요금: 무료 깊어가는 가을, ‘잠깐 멈춤’이 주는 여유는 크다. 숲길을 걷는 동안 느끼게 되는 바람의 결, 물소리, 나무 그림자 하나하나가 우리의 마음을 천천히 풀어준다. 위의 세 숲은 각각 다른 매력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호반의 풍경과 약수터를 만나는 청평, 무장애 데크길로 편안히 걷는 고대산, 그리고 숲과 치유 프로그램으로 머무는 양평. 어느 길을 선택해도 ‘쉼’이라는 가치엔 앞뒤가 없다.
-
- 여행종합
- 테마여행
-
걷기만 해도 리셋되는 숲, 경기도의 가을을 담다
-
-
겨울에도 따뜻한 여수 실내여행, 디오션리조트에서 예술과 체험을 즐기다
-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겨울 바다의 낭만이 짙어지는 여수에 예술과 체험, 휴식이 어우러진 실내 여행지가 주목받고 있다. 여수 디오션리조트가 겨울철을 맞아 다채로운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호텔과 워터파크, 골프장, 아트갤러리 등 다양한 인프라를 갖춘 디오션리조트는 ‘머무는 즐거움’을 테마로 따뜻한 겨울 여행을 제안한다. ■ 아트디오션 갤러리, 박진우 작가 개인전 디오션 호텔 1층에 위치한 ‘아트디오션 갤러리’에서는 현재 박진우 작가의 개인전이 한창이다. 지난 11월 3일 개막해 오는 12월 3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온 ‘기억’과 ‘감정’을 주제로, 인간 내면의 흔적을 시각화한 회화 작품들로 구성됐다. 전시 작품에는 꽃과 화병, 원형의 기호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는 감정의 흐름과 시간의 층위를 상징하며, 작가는 이를 통해 삶의 잔상을 예술적으로 풀어낸다. 박진우 작가는 “예술은 인간이 잊고 있던 감정과 기억의 본질을 일깨우는 일”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자신의 내면과 다시 마주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트디오션 갤러리는 리조트 내에서 예술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매 시즌 국내외 작가들의 전시를 이어가며 여수의 문화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 《앨리스, 마이 원더랜드》 특별전 디오션 특별전시장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탄생 16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앨리스, 마이 원더랜드>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동화 속 환상적인 세계를 미디어아트와 인터랙티브 체험으로 구현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실내 전시다. 관람객은 직접 ‘앨리스’가 되어 원더랜드를 탐험하며, 빛과 영상, 사운드가 어우러진 공간에서 상상 속 모험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자신만의 색으로 앨리스 세계를 완성하는 컬러링 이벤트에 참여하면 풍성한 경품도 받을 수 있다. 특히 겨울철 추운 날씨에도 아이와 함께 안전하고 따뜻하게 즐길 수 있는 실내형 콘텐츠로 가족 단위 여행객들의 호응이 높다. ■ ‘아쿠아가든 & 신비동물원’, 12월 중 오픈 디오션리조트는 오는 12월, 새로운 체험형 전시 공간인 ‘아쿠아가든&신비동물원’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막바지 공사 중인 이 공간은 ‘자연과 생명’을 주제로 한 복합 전시로 꾸며진다. ‘아쿠아가든’은 수생 생태계를 예술적으로 구성한 공간으로, 관람객은 수중 생물의 움직임을 감상하고 식물과 어류를 직접 꾸미는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신비동물원’에서는 카피바라, 수달, 펭귄 등 30여 종의 동물을 가까이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먹이주기 체험과 관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생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 겨울에도 따뜻한 ‘디오션 워터파크’ 미온수로 운영되는 ‘디오션 워터파크’는 겨울에도 인기가 높다. 다양한 온도대의 풀과 유수풀, 스파 시설이 마련돼 있어 추운 계절에도 쾌적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실내 워터파크는 주말과 공휴일에 운영되며,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여수의 대표적인 겨울 실내 관광 코스로 자리 잡았다. 워터파크 내부에는 힐링존과 온수 스파존도 운영돼 가족 단위 이용객뿐 아니라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다. 디오션리조트 관계자는 “겨울철에도 쾌적한 환경 속에서 전시와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다채로운 실내 콘텐츠를 마련했다”며 “예술과 상상,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관람객 모두가 따뜻한 겨울의 추억을 쌓길 바란다”고 전했다. 따뜻한 온수풀, 환상적인 미디어아트 전시, 그리고 감성적인 예술 체험까지—겨울의 여수는 이제 바다만큼이나 실내에서도 풍성한 즐길 거리로 가득하다. 이번 겨울, 디오션리조트에서 예술과 휴식이 어우러진 ‘머무는 여행’을 경험해보자.
-
- 여행종합
- 테마여행
-
겨울에도 따뜻한 여수 실내여행, 디오션리조트에서 예술과 체험을 즐기다












![[술여행] 세계 최초 오미자 와이너리 '오미나라'…문경새재의 명주를 만나다](https://traveli.net/data/news/2410/360x231/c54f6f75215740fef8f99eafa8b153cf_MHQWyiSsekrrL.png)






![[9월 여행] 홍천 수타사 산소(O2)길,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힐링 트레킹 코스](https://traveli.net/data/news/2409/360x231/c54f6f75215740fef8f99eafa8b153cf_6mEdUUvftQW9k.png)





![[8월여행] 별밤투어 시즌2: 전주와 익산의 매력적인 밤 여행](https://traveli.net/data/news/2408/360x231/9ac2d38e9d95f6e5da4a58e41f139cd6_y5IWDxaT6QjH9A.jpg)





![[6월 추천 여행] 경기도 도보여행 길, 다채로운 매력과 접근성 최고](https://traveli.net/data/news/2406/360x231/5448282d83ced873c07c23611f0c5e7c_vzqSBbWBaQjyOzlxs6h1.jpg)

















![[문경시] 신나는 체험 여행, 문경에코랄라 '복합 생태 문화 테마파크'로 탈바꿈](https://traveli.net/data/news/2404/360x231/154abc072437a1dd807cd2e456dff42d_XcLTLtANWVv9veStKKc.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