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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이 몰린 서울, 결국 송파였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서울에서 요즘 가장 뜨거운 동네를 하나만 꼽으라면, 송파를 빼기 어렵다. 낮에는 롯데월드타워와 석촌호수로 사람이 모이고, 밤에는 호숫가 조명과 미디어아트가 발길을 붙잡는다. 여행자는 잠실역에서 쏟아져 나와 호수를 한 바퀴 돌고, 골목과 쇼핑몰, 공연장과 전시 공간을 잇는다. 송파구가 서울시 관광특구 활성화 평가에서 2년 연속 ‘최우수’ 특구로 선정돼 시비 1억원을 확보한 것은 이런 흐름이 숫자로도 확인됐다는 뜻이다. 실제 외국인 관광객 증가 폭도 눈에 띈다. 한국관광데이터랩 기준으로 송파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023년 약 212만명에서 2024년 298만명으로 늘었다. 1년 사이 80만명 넘게 증가한 셈이다. 여기에 잠실역은 서울 지하철 1~8호선 역사 가운데 3년 연속 가장 많은 이용객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안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오가고, 가장 많은 여행객이 스쳐 가는 거점이 송파라는 이야기다. 송파의 힘은 단순히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구는 최근 몇 년 사이 석촌호수를 중심으로 계절 축제와 문화예술 콘텐츠를 꾸준히 키워왔다. 벚꽃철이면 호수 둘레가 사람으로 가득 차고, 가을과 겨울에는 빛 축제가 야경 명소의 분위기를 더한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더 스피어’가 새로운 장면을 만들었다. 지름 7m의 구형 LED 미디어아트 조형물인 더 스피어는 3096개의 LED 패널로 다양한 영상을 구현하며, 낮보다 밤에 더 강한 송파의 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더 스피어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다. 태양계, 석촌호수의 사계, 동서양 명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상영하고,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양방향 체험도 갖췄다. 송파구 관광해설 코스에도 포함될 만큼 상징성이 커졌고, 석촌호수 일대의 야간 경관을 끌어올린 대표 요소로 꼽힌다. 서울시도 올해 초 석촌호수 루미나리에를 소개하며 더 스피어를 축제의 시각적 중심으로 언급했다. 호수 위에 비친 빛과 구형 스크린의 영상이 겹치면서, 잠실의 밤 풍경은 이전보다 훨씬 선명해졌다. 송파가 관광특구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배경에는 이런 ‘볼거리의 확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구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프로그램과 안내 서비스도 넓혀왔다. 송파관광정보센터를 운영하고, 관광서포터즈를 통해 현장 정보를 제공하며, 봄과 가을에는 찾아가는 관광안내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주요 관광지 편의시설을 담은 국문·영문 가이드북과 지도 제작도 이어왔다. 잠실관광특구가 쇼핑과 놀이시설 중심 공간에서, 실제 여행 편의를 갖춘 도심형 관광지로 다듬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송파는 ‘한 장소의 힘’이 아니라 ‘이어지는 동선의 힘’을 가진 곳이다. 석촌호수와 롯데월드타워, 송리단길과 방이동, 올림픽공원과 공연장, 백제 유적과 박물관이 비교적 짧은 이동 안에서 이어진다. 송파구 관광자원 소개에서도 더 스피어, 석촌동 고분군, 송파책박물관 같은 공간이 함께 엮여 있다.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현대적 도시 풍경과 역사 자원이 한 동선 안에 겹쳐지는 셈이고, 서울을 이미 한두 번 다녀간 여행자에게도 다시 올 이유가 생긴다. 디스커버 시대의 관광은 더 이상 ‘유명한 곳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진 한 장이 퍼지고, 야경 한 컷이 저장되고, 계절 축제가 반복되며 도시 이미지를 키운다. 송파의 최근 성과는 바로 그 축적의 결과에 가깝다. 석촌호수 벚꽃과 겨울 루미나리에, 더 스피어 같은 시각적 상징물이 쌓이면서 잠실관광특구는 서울 동남권의 대표 관광축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지난해 송파구 보도에 따르면 더 스피어가 설치된 뒤 석촌호수 벚꽃축제 기간 방문객은 크게 늘었고, 구는 이를 새로운 관광 동력으로 평가했다. 서울은 넓지만, 사람은 결국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 곳으로 몰린다. 송파는 그 장면을 꾸준히 만들어온 동네다. 봄이면 벚꽃이 호수를 감싸고, 밤이면 빛과 영상이 수면 위에 번진다. 쇼핑과 산책, 전시와 공연, 역사와 야경이 한곳에서 겹치니 외국인 관광객도, 서울 시민도 자꾸 다시 찾게 된다. 잠실관광특구의 2년 연속 최우수 평가는 행정 성적표라기보다, 지금 서울에서 가장 강하게 움직이는 여행 지도가 어디를 향하는지 보여주는 결과에 가깝다. 송파의 밤은 이미 서울의 새로운 얼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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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6
  • 시흥시...바다 위를 달리자, 전기도 함께 달렸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시흥의 바닷길이 조금 낯선 얼굴로 다시 열렸다. 탁 트인 시화호와 서해 바람을 맞으며 달리던 시화방조제 자전거길 위에, এবার은 태양빛으로 전기를 만드는 지붕이 얹혔다. 시흥시는 3월 16일 시화방조제 자전거길에서 ‘경기 햇빛 자전거길 1호’ 준공식을 열었다. 자전거길 위 유휴공간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그 아래에는 시민이 쉬고 머무를 수 있는 편의시설과 경관 요소를 더한 사업이다. 바다를 보며 달리던 길이 이제는 에너지를 체감하는 길로도 바뀌기 시작했다. 이번에 조성된 구간은 시흥시 정왕동 일대, 오이도 인근 시화방조제 자전거길 약 0.8㎞다. 설치 용량은 761.6kW 규모로, 연간 약 100만kWh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약 300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으로 추산된다. 사업에는 약 17억원 규모의 민간 자본이 투입됐고, 발전 수익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이익공유 모델도 도입됐다.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설이면서도 시민이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생활 인프라라는 점이 이 사업의 핵심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단지 숫자만이 아니다. 기존 태양광 시설이 대체로 기능 중심이었다면, 이곳은 시화호의 물결과 갈매기 비상을 형상화한 웨이브형 디자인을 입혔다. LED 경관조명도 함께 적용해 낮에는 바다와 하늘에 어울리고, 해 질 무렵에는 또 다른 표정을 만들도록 설계됐다. 태양광 패널이 풍경을 해치지 않도록 하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풍경이 되도록 공들인 셈이다. 시화방조제가 원래도 노을과 바닷바람으로 기억되는 길이었다면, 이제는 그 위에 에너지 전환의 상징까지 포개진다. 이 길의 매력은 본래부터 분명했다. 시화방조제는 시흥과 안산, 대부도를 잇는 대표적인 바닷길이고, 차도와 구분된 자전거도로 덕분에 초보자도 비교적 편하게 달릴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왔다. 경사가 심하지 않고 바다와 호수를 동시에 볼 수 있어, 수도권에서 짧게 떠나는 라이딩 코스로 꾸준히 사랑받았다. 특히 해 질 무렵 달전망대와 시화나래휴게소 일대 풍경은 이미 잘 알려진 포인트다. 이번 햇빛 자전거길 조성은 그 익숙한 코스에 새로운 이유 하나를 더한 셈이다. 시민 편의시설도 함께 달라졌다. 구간 안에는 쉼터와 자전거 거치대, 공기주입기, 경관조명, CCTV 등이 설치됐다. 단순히 지나가는 길이 아니라 잠시 멈춰 바다를 보고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을 넓힌 것이다. 태양광이 만들어내는 그늘 아래서 쉬고, 밤에는 조명이 켜진 길을 따라 걷거나 달릴 수 있다는 점도 이전과는 다른 변화다. 재생에너지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식이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시민이 몸으로 느끼는 편리함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 길이 보여준다. 이번 사업은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이 주관하고, 공공기관들과 민간 발전사가 함께한 협력 방식으로 추진됐다. 시흥시는 행정 지원과 함께 시화호 경관을 반영한 디자인 개발, 시민 체감형 에너지전환 모델 구축에 힘을 보탰다. 경기도와 시흥시가 오래 이야기해 온 기후정책과 친환경 이동, 시화호권 관광 활성화가 한 지점에서 만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지난해 시흥시가 시화방조제 자전거도로 정비와 자전거 라이딩 관광 프로그램을 이어온 흐름을 감안하면, 이번 조성은 단발성 시설 설치보다 더 긴 흐름 위에 놓여 있다. 자전거길은 원래 지나가는 공간이다. 하지만 어떤 길은 풍경 때문에 기억되고, 어떤 길은 그곳이 품은 생각 때문에 오래 남는다. 시화방조제의 새 자전거길은 두 가지를 함께 노리고 있다. 바다를 보며 달리는 시원한 해방감과, 그 길 위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말해주는 미래의 감각이 한데 놓인다. 관광지와 인프라, 풍경과 정책이 멀지 않게 겹쳐지는 장면이다. 시흥의 바다는 늘 열려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바다를 보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 페달을 밟으면 풍경만 스쳐가는 것이 아니라, 태양빛이 전기가 되고 그 수익이 다시 시민의 편의로 돌아오는 구조까지 함께 지나간다. 시화방조제 자전거길은 이제 단순한 라이딩 코스가 아니라, 바다와 에너지, 쉼과 이동이 겹쳐진 새로운 생활 풍경이 됐다. 수도권에서 가장 시원한 자전거길 가운데 하나가, 이번에는 가장 미래적인 길이라는 이름까지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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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6
  •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강화도, 이 장면 하나로 마음이 멈췄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꽃으로 달리는 거대한 자전거 하나가 숲의 시간을 깨운다. 강화도 화개정원에서 만난 이 조형물은 단순한 포토존이 아니었다. 한 번 스쳐 지나가면 끝날 풍경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내 삶의 속도를 돌아보게 하는 낯설고도 다정한 질문 같았다. 강화도 화개정원의 초록은 유난히 깊었다. 산자락을 따라 번지는 나무의 숨결과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는 풀잎들 사이로, 거대한 바퀴를 굴리듯 선 한 조형물이 시야를 붙든다. 검은 모자를 눌러쓴 인물이 긴 다리를 뻗은 채 꽃의 바퀴 위에 올라선 모습은 익살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주 오래된 동화의 한 페이지 같기도 하다. 현실의 정원 한가운데서 이토록 비현실적인 상상력이 피어났다는 사실이 먼저 마음을 흔든다. 나는 한동안 그 앞에 서서 바퀴를 바라보았다. 실제로 움직이지 않는 조형물인데도 이상하게 저 바퀴는 계속 굴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그것은 풍경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 앞에 선 사람의 시간이 움직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바쁘게 지나온 날들, 너무 빨리 결론 내렸던 마음들, 쉬지 않고 달려온 생각들이 저 거대한 꽃바퀴 위로 하나씩 올라타는 느낌이었다. 화개정원의 조형미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 화려하지만 과장되지 않고, 동화 같지만 유치하지 않다. 숲은 숲대로 푸르고, 꽃은 꽃대로 환하며, 조형물은 그 사이에서 조용히 상상의 문을 연다. 그래서 이곳의 풍경은 보기보다 오래 남는다. 눈으로 본 장면보다 마음에 찍힌 장면이 더 선명해지는 곳, 강화도 화개정원은 그렇게 여행자의 감정을 천천히 흔들어 놓는다. 돌아서는 길에 다시 한번 뒤를 돌아봤다. 꽃으로 만든 바퀴 위의 작은 인물은 여전히 어디론가 떠나는 중이었다. 어쩌면 여행이란 멀리 가는 일이 아니라, 멈춰 있던 마음을 다시 굴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날 화개정원에서 나는 풍경을 본 것이 아니라, 오래 잊고 지낸 내 안의 상상력을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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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5
  •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달을 보러 갔는데, 바다가 먼저 말을 걸었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안산의 하늘 아래, 거대한 달이 먼저 서 있고 그 뒤로 전망대가 솟아오른다. 달전망대 앞에 선 순간 이곳은 단순한 관람지가 아니라, 현실과 상상이 포개지는 문 앞처럼 느껴진다. 높은 곳에 오르면 바다가 보이고, 시화조력문화관 안으로 들어서면 고래가 헤엄치고 빛의 숲이 펼쳐진다. 그래서 안산의 이 풍경은 보는 여행이 아니라, 잠시 다른 세계에 들어가는 여행에 가깝다. 달전망대 앞의 거대한 달 조형물은 낯익은 천체를 땅 위로 끌어내린 듯하다. 표면의 분화구까지 세밀하게 새겨진 둥근 달은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눈앞의 풍경으로 바꿔놓는다. 그 곁에 선 전망대는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고, 그 아래의 사람은 문득 아주 작아진다. 그러나 작아진다는 것은 초라해지는 일이 아니라, 더 넓은 풍경 앞에서 마음의 크기를 다시 재보게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전망대에 오르면 시야는 멀리 열리고, 바다와 육지가 맞닿는 경계는 생각보다 부드럽다. 한쪽에서는 현실의 풍경이 펼쳐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문화관 안의 이미지들이 또 다른 바다를 만든다. 푸른 달빛 아래를 유영하는 고래는 정지된 벽면에 있으면서도 금방이라도 밖으로 헤엄쳐 나올 듯하고, 환상적인 빛의 숲은 아이들의 꿈속 장면처럼 반짝인다. 기술과 자연, 전시와 풍경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기대어 하나의 감각으로 이어진다. 안산 달전망대와 시화조력문화관이 오래 남는 이유는 화려해서만은 아니다. 이곳에는 현실을 잠시 비틀어 더 깊이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손에 닿지 않는 달을 가까이 세워두고, 닿을 수 없는 바다의 깊이를 빛으로 펼쳐 보이며, 우리 안의 상상까지 조용히 흔들어 깨운다. 그래서 이 여행의 끝에는 풍경보다 감정이 더 오래 남는다. 달을 보러 갔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바다와 빛, 그리고 잠시 커졌다가 다시 고요해진 마음 하나를 함께 데리고 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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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5
  •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정상에 서자 악어섬이 나타났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케이블카 문이 닫히자, 풍경은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아래로는 청풍호가 천천히 몸을 풀 듯 길게 펼쳐지고, 창밖의 산은 말없이 가까워졌다. 제천 청풍호반케이블카는 단순히 높은 곳으로 오르는 길이 아니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발을 떼어내, 호수와 산과 하늘이 한 장의 그림처럼 포개지는 순간 속으로 스며드는 짧고도 선명한 여정이었다. 출발지에서 올려다본 산은 아직 멀고 단정했다. 그러나 캐빈이 조금씩 고도를 높일수록 능선은 다른 얼굴을 드러냈고, 물빛은 더 깊어졌다. 붉은 케이블카가 산과 물 사이를 가르며 나아가는 동안, 시선도 함께 멀리 열렸다. 아래로 보이는 마을과 들판, 호숫가를 따라 누운 듯 이어지는 산줄기는 제천이라는 이름 안에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깊은 풍경이 숨어 있음을 조용히 일깨웠다. 정상에 도착해 옥순봉을 알리는 기둥 앞에 서는 순간, 이 여정의 이유는 분명해졌다. 청풍호반은 굽이굽이 물길을 열어 보이며 왜 이곳이 내륙의 다도해라 불리는지를 스스로 증명했다. 그 사이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붙드는 것은 악어섬이다. 물 위에 몸을 낮춘 형상이 너무도 또렷해 이름을 알고 보면 더욱 신기하고, 모르고 바라봐도 한참 동안 눈을 떼기 어렵다. 자연이 우연처럼 빚어낸 이 낯익고도 낯선 모양 앞에서 사람은 말보다 침묵에 가까워진다. 높은 곳에 오르면 세상이 더 크게 보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제천에서는 오히려 마음이 더 깊어졌다. 바람은 스쳐 지나가고, 호수는 아무 말 없이 빛을 받아 안는다. 그 고요 앞에 서 있으면 풍경을 본다기보다 내 안에 오래 가라앉아 있던 생각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 청풍호반케이블카 여행은 그래서 올라가는 시간이 아니라, 정상에서 한참 동안 발길을 멈추게 하는 시간으로 남는다. 눈앞의 절경은 사라져도, 그날의 물빛과 침묵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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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5
  •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해를 삼킨 원, 구봉도의 저녁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해가 지는 풍경은 많다. 그러나 해가 조형물의 한가운데로 들어와 한 장의 기적처럼 멈추는 순간은 흔치 않다. 안산 구봉도의 저녁은 바로 그 드문 장면으로 사람의 발길을 붙잡는다. 서해의 붉은 숨결과 금빛 구조물이 겹쳐지는 찰나, 풍경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오래 바라보게 되는 한 편의 사색이 된다. 안산 구봉도 낙조전망대에 서면, 저녁은 천천히 오지 않는다. 어느 순간 하늘이 붉게 물들고, 바다는 그 빛을 가만히 받아 안으며 하루의 끝을 넓게 펼쳐 보인다. 사진 속 조형물은 단지 전망대의 상징이 아니라, 지는 해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틀이다. 둥근 원의 중심에 해가 걸리는 순간, 사람은 저녁을 본다기보다 시간의 심장을 보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금속의 차가운 질감 위로 노을의 온기가 번지고, 주황과 분홍이 포개진 하늘은 말보다 깊은 감정을 남긴다. 구봉도의 낙조가 특별한 까닭은 장엄함보다 고요함에 있다. 이곳의 저녁은 소리 높여 감탄하게 하기보다, 오래 침묵하게 만든다. 수평선은 끝없이 평평하고, 바다는 서두르지 않으며, 해는 마지막까지 제 빛을 다 쏟아낸 뒤 천천히 물러난다. 그 짧은 시간 앞에서 사람은 오늘을 돌아보게 된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마음, 붙잡고 있던 근심, 다 전하지 못한 말들이 저 붉은 빛 아래에서는 조금씩 순해진다. 해가 지는 일이 끝이 아니라 하루를 가장 아름답게 정리하는 방식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이런 풍경 앞에 설 때마다 삶을 생각한다. 가장 찬란한 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내려놓는 법을 배우는 것이 우리의 시간과 닮았기 때문이다. 안산 구봉도의 저녁은 눈으로만 보는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속에 조용히 들어와 오래 머무는 위로다. 해는 바다로 사라졌는데, 이상하게도 사람의 마음은 그 뒤에 더 환해진다. 그래서 이 낙조는 단순한 명소의 저녁이 아니라, 하루를 견딘 이들에게 남겨지는 깊고 따뜻한 여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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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5
  • 태안, 일주일이면 반해버린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태안은 이번엔 서두르지 말자고 말한다. 반나절 바다 보고 돌아가는 여행이 아니라, 일주일쯤 눌러앉아 꽃과 바다, 치유와 로컬의 시간을 천천히 누려보라는 제안이다. 태안군이 장기 체류형 관광을 겨냥한 ‘태안 일주일 살기’ 참가자를 본격 모집한다. 충남 외 지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3월 16일부터 4월 8일까지 약 25팀을 뽑고, 선정된 참가자는 4월 20일부터 5월 31일 사이 6박 7일 동안 태안에 머물며 필수·선택 관광 과제를 수행한 뒤 SNS 등에 여행 후기를 남기게 된다. 이번 사업이 눈길을 끄는 건 지원 방식이 꽤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군은 숙박비를 하루 5만원, 식비·교통비를 하루 2만원씩 지원하고, 1인당 체험비 10만원과 여행자보험비 2만원도 더한다. 사후 정산 기준으로 1인 팀은 최대 56만원, 2인 팀은 최대 68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여행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참가자가 태안을 직접 경험하고 자기 언어로 홍보하게 만드는 구조다. 태안군이 노리는 것은 단순한 방문객 숫자보다 체류 시간이다. 여행 범위는 충남 전역으로 넓게 열어두되, 정산을 받으려면 전체 청구 금액의 50% 이상을 태안군 내에서 결제해야 한다. 결국 숙박과 식사, 체험 소비가 실제 지역 상권으로 이어지도록 짜인 셈이다. 짧게 들렀다 떠나는 여행보다,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지역경제의 온기도 오래 남는다. 시기도 절묘하다. 참가 기간은 ‘2026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와 맞물린다. 박람회는 4월 25일부터 5월 24일까지 꽃지해안공원 일원에서 열리며, 원예와 치유를 주제로 내세운다. 봄꽃이 무르익는 시기에 태안을 찾은 참가자들은 바다와 정원, 치유가 겹쳐지는 장면을 가장 선명하게 만날 수 있다. 태안군이 박람회 방문을 핵심 과제로 엮은 이유도 분명하다. 지역의 대표 이벤트를 체류형 관광과 붙이면 파급력은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태안해양치유센터도 이번 프로그램의 또 다른 축이다. 해양수산부는 이 센터가 2025년 11월 개관식을 가진 뒤 시범 운영을 거쳐 2026년 3월 정식 개관 예정이라고 밝혔고, 이후 지역 보도에서는 2026년 1월 정식 운영 시작 소식도 전했다. 피트와 소금, 염지하수 등 태안의 해양 자원을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이 강점으로 꼽힌다. 바다를 보는 여행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몸을 쉬게 하고 회복하는 여행으로 확장하려는 태안의 방향이 이 시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원래도 태안은 머물 이유가 많은 곳이었다. 꽃지의 노을, 안면도의 숲, 해안길의 바람, 제철 해산물의 맛이 이미 충분히 강했다. 하지만 이번 ‘일주일 살기’는 그 익숙한 자원을 다른 방식으로 다시 묶는다. 바다만 보고 돌아가는 대신, 일주일 동안 천천히 걷고 먹고 쉬고 기록하게 만든다. 여행지가 아니라 잠시 살아보는 곳으로 태안을 제안하는 셈이다.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은 지원금보다 ‘시간의 방식’을 바꾸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태안은 아름다운 곳이지만, 이번엔 그 아름다움을 급히 소비하지 말자고 한다. 6박 7일 동안 머물며 바다를 보고, 꽃을 만나고, 치유를 체험하고, 지역의 시간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보라는 권유다. 올봄 태안은 잠깐 다녀오는 여행지보다, 잠시 살아보는 여행지로 더 오래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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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4
  • 경주...잡초밭에 봄을 심었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잡초만 무성하던 빈터에 봄이 먼저 내려앉았다. 경주 안강읍이장협의회가 북경주행정복지센터 주변에 방치돼 있던 공터를 ‘황금 미니꽃정원’으로 바꾸는 작업에 나서면서다.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이런 변화는 늘 예상보다 오래 남는다. 주민이 매일 오가는 길목, 행정복지센터를 찾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풍경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안강읍이장협의회는 3월 12일 자발적으로 ‘아름다운 안강 만들기 사업’에 참여해 북경주행정복지센터 인근 유휴공간을 정비하고 꽃씨를 뿌리는 활동을 펼쳤다. 이번 작업은 거창한 개발 사업이 아니라, 사람 손으로 마을의 인상을 다시 쓰는 일에 가깝다. 그동안 잡초만 우거졌던 공터를 이장들이 직접 정리하고, 트랙터로 땅을 고른 뒤 보라색 유채 꽃씨를 하나하나 뿌렸다. 삭막했던 땅에 계절을 심는 순간이었다. 경주시 공식 소식에 따르면 이번에 조성된 황금 미니꽃정원은 앞으로 북경주행정복지센터를 찾는 주민과 방문객에게 계절의 변화를 전하고, 잠시 발걸음을 멈춰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작은 꽃정원이 더 눈길을 끄는 이유는 장소성 때문이다. 행정복지센터 주변은 마을 주민들에게 가장 생활적인 공간 가운데 하나다. 민원을 보러 오고, 각종 행정 서비스를 이용하고, 오가며 얼굴을 마주치는 일상의 중심부에 가깝다. 그래서 이곳의 풍경이 바뀐다는 것은 단순한 미관 개선 이상의 뜻을 가진다. 주민들에게는 익숙한 일상의 공기를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드는 일이고, 외지인에게는 안강이라는 곳의 첫인상을 달리 보여주는 일이다. 이번 사업이 ‘아름다운 안강 만들기’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강읍이장협의회는 이번 활동을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을 계획이다. 경주시 공식 게시물에는 협의회가 앞으로도 유휴공간을 활용한 환경정비와 꽃정원 조성 활동을 통해 아름답고 살기 좋은 안강 만들기에 지속적으로 힘을 보탤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버려진 공간을 정원으로 바꾸는 일은 겉보기에 소박하지만, 쌓이면 마을 전체의 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 길 하나, 공터 하나, 화단 하나가 달라질수록 생활권의 표정도 조금씩 달라진다. 경주는 이미 꽃과 정원, 경관을 도시 이미지의 중요한 축으로 키워온 곳이기도 하다. 경주시의회 회의록을 보면 지역에서 ‘황금정원나들이’ 같은 꽃축제와 경관 사업을 연계하려는 논의가 이어져 왔다. 꽃은 가장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시민 체감 효과가 큰 콘텐츠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안강의 황금 미니꽃정원은 대형 축제와는 규모가 다르다. 하지만 도시의 브랜드가 늘 큰 프로젝트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생활권 안의 작은 정원이 주민에게는 훨씬 직접적인 위로가 되곤 한다. 이번 활동은 주민 주도의 힘을 다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정연석 안강읍이장협의회장은 방치된 공간이 꽃이 피는 정원으로 바뀔 모습을 떠올리며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고,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꽃을 보며 잠시라도 마음의 여유를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원학 북경주행정복지센터장 역시 지역을 아끼는 마음으로 뜻을 모아준 협의회에 감사를 표하며, 센터를 찾는 주민들이 꽃이 피어나는 공간 속에서 따뜻한 봄의 기운을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행정과 주민이 함께 공터를 생활 풍경으로 바꿔가는 모습이어서 더 반갑다. 사실 마을의 품격은 거대한 랜드마크보다, 이런 일상적인 장면에서 먼저 드러난다. 아무도 돌보지 않던 공간이 꽃이 피는 자리로 바뀌고, 삭막한 동선이 잠시 눈길 머무는 장소가 될 때 주민들은 자기 동네를 조금 더 다정하게 느끼게 된다. 관광지의 화려함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생활 속 풍경을 다듬는 일은 지역의 체온을 높인다. 경주 안강의 이번 정원 조성은 ‘얼마나 큰가’보다 ‘얼마나 가까운가’에서 의미를 찾게 한다. 누구나 지나치던 공터가, 이제는 계절을 기다리게 하는 장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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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4
  • 대저페리, KTX 타고 바다 건너 3시간대...초쾌속선과 KTX 묶은 ‘레일쉽’ 출시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울릉도 가는 길이 한층 짧아졌다. 기차를 타고 포항까지 내려간 뒤 초쾌속선을 갈아타면, 이제 울릉도는 ‘멀어서 망설이는 섬’보다 ‘마음먹으면 훌쩍 떠날 수 있는 섬’에 가까워졌다. 경북 포항과 울릉도를 잇는 대저페리가 KTX와 초쾌속선을 연계한 관광상품 ‘레일쉽(Rail-Ship)’을 내놓으면서다. 한 번에 예약하고, 할인까지 받는 구조라 교통의 번거로움을 줄였다는 점이 이번 상품의 핵심이다. 이번 상품의 중심에는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가 있다. 포항여객선터미널과 울릉 도동항 사이 217㎞ 항로를 2시간 50분대에 주파하는 대형 초쾌속선으로, 최대 51노트(시속 약 95㎞) 속도를 낼 수 있다. 코레일이 지난해 공개한 상품 안내에 따르면 서울역에서 오전 6시 43분 KTX를 타고 포항역에 도착한 뒤 무료 셔틀버스로 여객선터미널로 이동하면, 오전 10시 10분 출항하는 배를 타고 오후 1시 무렵 울릉도에 닿는 동선이 가능하다. 울릉도가 더는 ‘하루를 통째로 써야 하는 목적지’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가격 경쟁력도 눈에 띈다. 코레일은 이 상품을 내놓으면서 KTX와 선박을 한 번에 예약할 수 있도록 했고, 서울 출발 기준 편도 정상가보다 할인된 운임을 제시했다. 교통편을 따로따로 끊어야 했던 불편을 줄인 데다, 수도권뿐 아니라 충청·호남권 수요까지 끌어안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울릉도 여행의 가장 큰 장벽이 늘 ‘시간’과 ‘접근성’이었다면, 레일쉽은 그 문턱을 낮추는 카드에 가깝다. 무엇보다 반가운 대목은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의 운항 재개다. 대저페리 예매 사이트와 관련 운항 안내에 따르면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는 2026년 4월 10일부터 포항~울릉 항로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다. 최근까지는 대체 선박이 일부 구간을 맡아왔지만, 초쾌속선이 다시 투입되면 울릉도 접근 시간은 다시 크게 단축된다. 장거리 이동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주말 1박 2일이나 짧은 평일 일정으로도 울릉도를 계획하는 여행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선박 규모도 만만치 않다.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는 총톤수 3158t, 여객 정원 970명, 화물 25t 규모의 파랑 관통형 쌍동 초쾌속 여객선으로 소개돼 있다. 빠를 뿐 아니라 비교적 큰 선박이라는 점에서, 성수기 수송력과 파도 대응력에서도 기대를 모은다. 대저페리 측은 이 배를 앞세워 울릉도를 오가는 해상 이동의 효율을 높이고, 관광과 생활 물류를 함께 떠받치는 교통축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비치고 있다. 울릉도는 원래도 한번 발을 디디면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섬이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과 깊은 바다색, 해안도로를 따라 달라지는 풍경의 밀도는 육지 여행과 전혀 다른 호흡을 만든다. 하지만 늘 변수는 이동이었다. 파도와 날씨, 긴 항해 시간, 복잡한 예약이 여행의 결심을 늦추곤 했다. 그래서 이번 레일쉽은 단순한 할인 상품이라기보다, 울릉도 여행을 현실적인 선택지로 다시 끌어내리는 변화에 가깝다. 서울에서 출발한 여행자가 같은 날 낮 울릉도 바람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섬의 체감 거리는 확실히 달라진다. 더 멀리 보면, 이번 상품은 ‘철도+배’ 연계 여행의 가능성을 다시 보여준다. 역에서 항구로, 항구에서 섬으로 이어지는 이동을 한 장의 여정처럼 묶어내면 국내 섬 관광은 훨씬 넓게 열릴 수 있다. 울릉도처럼 분명한 목적성을 지닌 여행지일수록 이런 연결은 더 강한 힘을 낸다. 이동이 쉬워질수록 체류 시간은 늘고, 체류 시간이 늘수록 여행의 깊이도 달라진다. 울릉도가 다시 봄 여행의 무대 위로 올라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울릉도는 늘 아름다웠지만, 늘 쉽게 가닿는 곳은 아니었다. 이번 레일쉽 출시는 그 오래된 거리감을 조금 덜어내는 소식이다. KTX와 초쾌속선이 한 줄로 이어지자 섬은 더 가까워졌고, 여행은 더 구체적인 계획이 됐다. 오는 4월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가 다시 바다를 가르면, 울릉도는 올봄 가장 궁금한 섬여행지 가운데 하나로 다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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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3
  • 57년 만에 열린 그 벚꽃길…올해도 진해에서 다시 만난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한 번 열리자 사람들은 곧바로 몰려들었다. 50년 넘게 닫혀 있던 벚꽃길이 지난해 처음 모습을 드러내자, 진해의 봄은 익숙한 군항제 너머에서 한 장 더 펼쳐졌다. 그리고 그 길이 올해도 다시 열린다. 57년 만에 일반에 개방돼 큰 호응을 얻은 창원 진해 웅동벚꽃단지가 오는 27일부터 다시 상춘객을 맞는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따르면 웅동벚꽃단지는 제64회 진해군항제 개막일인 3월 27일부터 4월 19일까지 일반에 개방된다. 군항제는 3월 27일부터 4월 5일까지 진해구 일원에서 열리는데, 웅동벚꽃단지는 축제 기간을 넘어 그 이후까지 문을 열어 보다 여유로운 벚꽃 동선을 제공하게 된다. 진해의 대표 벚꽃 명소들이 군항제 기간에 집중되는 것과 비교하면, 이곳은 축제의 열기와 한 박자 늦은 봄 풍경을 함께 품는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웅동벚꽃단지가 특별한 이유는 단지 벚꽃이 많아서만은 아니다. 이곳을 포함한 웅동수원지는 국방부 소유지로, 1968년 이른바 김신조 사건 이후 50년 넘게 출입이 통제돼 왔다. 오랫동안 철문 너머로만 존재하던 공간이 2021년 해군 진해기지사령부와 지역 주민들 간 협약을 계기로 개방사업의 물꼬를 텄고, 지난해 봄 마침내 일반에 모습을 드러냈다. 닫힌 시간의 길이가 길었던 만큼, 다시 열린 풍경이 주는 상징성도 컸다. 실제 반응도 뜨거웠다. 지난해 봄 한 달 동안 웅동벚꽃단지를 찾은 방문객은 4만2천 명을 넘었다. 진해군항제라는 초대형 축제가 이미 자리 잡은 지역에서, 새로 열린 한 벚꽃 명소가 이 정도의 발길을 끌어냈다는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 잘 알려진 여좌천과 경화역, 진해루와는 또 다른 결의 풍경을 찾는 여행자들이 이곳으로 흘러들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개방 준비도 한층 세밀해진다. 진해구는 군과 협의를 마치고 시비 2000만원을 들여 피크닉 테이블과 안내판 등 편의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개방이 끝난 직후에는 7일가량 ‘주민 초청의 날’을 한시 운영해 웅동1동 주민들에게 인근 제방 둑 공간을 여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지난해 첫 개방이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불편을 줄이고 체류 만족도를 높이는 운영의 해에 가깝다. 진해의 봄을 여행하는 이들에게도 선택지는 더 넓어졌다. 공식 군항제는 중원로터리와 진해루 일원에서 열리고, 도심 곳곳의 왕벚나무와 대표 벚꽃 명소들이 매년 많은 인파를 모은다. 여기에 웅동벚꽃단지가 다시 열리면서, 진해의 벚꽃 여행은 이제 익숙한 명소 순례에서 조금 더 깊고 조용한 방향으로 가지를 뻗게 됐다. 군항제의 흥겨움 속에서 봄을 만끽할 수도 있고, 축제 막바지 이후 조금 느슨해진 시간에 웅동 쪽으로 발길을 돌릴 수도 있다. 진해의 봄이 한층 길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무엇보다 이곳은 단순한 계절 명소를 넘어, 닫혀 있던 공간이 시민과 여행자에게 다시 돌아오는 장면을 보여준다. 오래 통제됐던 장소가 지역과 협의를 거쳐 새로운 공공의 풍경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봄꽃 자체만큼이나 인상적이다. 벚꽃은 해마다 피지만, 어떤 벚꽃길은 시대가 바뀌어야 비로소 열린다. 웅동벚꽃단지가 올해 다시 주목받는 까닭도 바로 거기에 있다. 진해의 봄은 원래도 화려했지만, 웅동벚꽃단지가 열리면서 그 봄은 조금 더 깊어졌다. 오래 닫혀 있던 길이 사람들에게 돌아오고, 한때 금지의 공간이었던 자리가 이제는 도시의 계절을 대표하는 풍경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진해를 찾는다면, 벚꽃은 결국 얼마나 많이 피었는가보다 어디서 다시 열렸는가를 먼저 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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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2

실시간 국내여행 기사

  • 외국인이 몰린 서울, 결국 송파였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서울에서 요즘 가장 뜨거운 동네를 하나만 꼽으라면, 송파를 빼기 어렵다. 낮에는 롯데월드타워와 석촌호수로 사람이 모이고, 밤에는 호숫가 조명과 미디어아트가 발길을 붙잡는다. 여행자는 잠실역에서 쏟아져 나와 호수를 한 바퀴 돌고, 골목과 쇼핑몰, 공연장과 전시 공간을 잇는다. 송파구가 서울시 관광특구 활성화 평가에서 2년 연속 ‘최우수’ 특구로 선정돼 시비 1억원을 확보한 것은 이런 흐름이 숫자로도 확인됐다는 뜻이다. 실제 외국인 관광객 증가 폭도 눈에 띈다. 한국관광데이터랩 기준으로 송파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023년 약 212만명에서 2024년 298만명으로 늘었다. 1년 사이 80만명 넘게 증가한 셈이다. 여기에 잠실역은 서울 지하철 1~8호선 역사 가운데 3년 연속 가장 많은 이용객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안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오가고, 가장 많은 여행객이 스쳐 가는 거점이 송파라는 이야기다. 송파의 힘은 단순히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구는 최근 몇 년 사이 석촌호수를 중심으로 계절 축제와 문화예술 콘텐츠를 꾸준히 키워왔다. 벚꽃철이면 호수 둘레가 사람으로 가득 차고, 가을과 겨울에는 빛 축제가 야경 명소의 분위기를 더한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더 스피어’가 새로운 장면을 만들었다. 지름 7m의 구형 LED 미디어아트 조형물인 더 스피어는 3096개의 LED 패널로 다양한 영상을 구현하며, 낮보다 밤에 더 강한 송파의 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더 스피어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다. 태양계, 석촌호수의 사계, 동서양 명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상영하고,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양방향 체험도 갖췄다. 송파구 관광해설 코스에도 포함될 만큼 상징성이 커졌고, 석촌호수 일대의 야간 경관을 끌어올린 대표 요소로 꼽힌다. 서울시도 올해 초 석촌호수 루미나리에를 소개하며 더 스피어를 축제의 시각적 중심으로 언급했다. 호수 위에 비친 빛과 구형 스크린의 영상이 겹치면서, 잠실의 밤 풍경은 이전보다 훨씬 선명해졌다. 송파가 관광특구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배경에는 이런 ‘볼거리의 확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구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프로그램과 안내 서비스도 넓혀왔다. 송파관광정보센터를 운영하고, 관광서포터즈를 통해 현장 정보를 제공하며, 봄과 가을에는 찾아가는 관광안내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주요 관광지 편의시설을 담은 국문·영문 가이드북과 지도 제작도 이어왔다. 잠실관광특구가 쇼핑과 놀이시설 중심 공간에서, 실제 여행 편의를 갖춘 도심형 관광지로 다듬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송파는 ‘한 장소의 힘’이 아니라 ‘이어지는 동선의 힘’을 가진 곳이다. 석촌호수와 롯데월드타워, 송리단길과 방이동, 올림픽공원과 공연장, 백제 유적과 박물관이 비교적 짧은 이동 안에서 이어진다. 송파구 관광자원 소개에서도 더 스피어, 석촌동 고분군, 송파책박물관 같은 공간이 함께 엮여 있다.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현대적 도시 풍경과 역사 자원이 한 동선 안에 겹쳐지는 셈이고, 서울을 이미 한두 번 다녀간 여행자에게도 다시 올 이유가 생긴다. 디스커버 시대의 관광은 더 이상 ‘유명한 곳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진 한 장이 퍼지고, 야경 한 컷이 저장되고, 계절 축제가 반복되며 도시 이미지를 키운다. 송파의 최근 성과는 바로 그 축적의 결과에 가깝다. 석촌호수 벚꽃과 겨울 루미나리에, 더 스피어 같은 시각적 상징물이 쌓이면서 잠실관광특구는 서울 동남권의 대표 관광축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지난해 송파구 보도에 따르면 더 스피어가 설치된 뒤 석촌호수 벚꽃축제 기간 방문객은 크게 늘었고, 구는 이를 새로운 관광 동력으로 평가했다. 서울은 넓지만, 사람은 결국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 곳으로 몰린다. 송파는 그 장면을 꾸준히 만들어온 동네다. 봄이면 벚꽃이 호수를 감싸고, 밤이면 빛과 영상이 수면 위에 번진다. 쇼핑과 산책, 전시와 공연, 역사와 야경이 한곳에서 겹치니 외국인 관광객도, 서울 시민도 자꾸 다시 찾게 된다. 잠실관광특구의 2년 연속 최우수 평가는 행정 성적표라기보다, 지금 서울에서 가장 강하게 움직이는 여행 지도가 어디를 향하는지 보여주는 결과에 가깝다. 송파의 밤은 이미 서울의 새로운 얼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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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6
  • 시흥시...바다 위를 달리자, 전기도 함께 달렸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시흥의 바닷길이 조금 낯선 얼굴로 다시 열렸다. 탁 트인 시화호와 서해 바람을 맞으며 달리던 시화방조제 자전거길 위에, এবার은 태양빛으로 전기를 만드는 지붕이 얹혔다. 시흥시는 3월 16일 시화방조제 자전거길에서 ‘경기 햇빛 자전거길 1호’ 준공식을 열었다. 자전거길 위 유휴공간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그 아래에는 시민이 쉬고 머무를 수 있는 편의시설과 경관 요소를 더한 사업이다. 바다를 보며 달리던 길이 이제는 에너지를 체감하는 길로도 바뀌기 시작했다. 이번에 조성된 구간은 시흥시 정왕동 일대, 오이도 인근 시화방조제 자전거길 약 0.8㎞다. 설치 용량은 761.6kW 규모로, 연간 약 100만kWh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약 300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으로 추산된다. 사업에는 약 17억원 규모의 민간 자본이 투입됐고, 발전 수익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이익공유 모델도 도입됐다.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설이면서도 시민이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생활 인프라라는 점이 이 사업의 핵심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단지 숫자만이 아니다. 기존 태양광 시설이 대체로 기능 중심이었다면, 이곳은 시화호의 물결과 갈매기 비상을 형상화한 웨이브형 디자인을 입혔다. LED 경관조명도 함께 적용해 낮에는 바다와 하늘에 어울리고, 해 질 무렵에는 또 다른 표정을 만들도록 설계됐다. 태양광 패널이 풍경을 해치지 않도록 하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풍경이 되도록 공들인 셈이다. 시화방조제가 원래도 노을과 바닷바람으로 기억되는 길이었다면, 이제는 그 위에 에너지 전환의 상징까지 포개진다. 이 길의 매력은 본래부터 분명했다. 시화방조제는 시흥과 안산, 대부도를 잇는 대표적인 바닷길이고, 차도와 구분된 자전거도로 덕분에 초보자도 비교적 편하게 달릴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왔다. 경사가 심하지 않고 바다와 호수를 동시에 볼 수 있어, 수도권에서 짧게 떠나는 라이딩 코스로 꾸준히 사랑받았다. 특히 해 질 무렵 달전망대와 시화나래휴게소 일대 풍경은 이미 잘 알려진 포인트다. 이번 햇빛 자전거길 조성은 그 익숙한 코스에 새로운 이유 하나를 더한 셈이다. 시민 편의시설도 함께 달라졌다. 구간 안에는 쉼터와 자전거 거치대, 공기주입기, 경관조명, CCTV 등이 설치됐다. 단순히 지나가는 길이 아니라 잠시 멈춰 바다를 보고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을 넓힌 것이다. 태양광이 만들어내는 그늘 아래서 쉬고, 밤에는 조명이 켜진 길을 따라 걷거나 달릴 수 있다는 점도 이전과는 다른 변화다. 재생에너지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식이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시민이 몸으로 느끼는 편리함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 길이 보여준다. 이번 사업은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이 주관하고, 공공기관들과 민간 발전사가 함께한 협력 방식으로 추진됐다. 시흥시는 행정 지원과 함께 시화호 경관을 반영한 디자인 개발, 시민 체감형 에너지전환 모델 구축에 힘을 보탰다. 경기도와 시흥시가 오래 이야기해 온 기후정책과 친환경 이동, 시화호권 관광 활성화가 한 지점에서 만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지난해 시흥시가 시화방조제 자전거도로 정비와 자전거 라이딩 관광 프로그램을 이어온 흐름을 감안하면, 이번 조성은 단발성 시설 설치보다 더 긴 흐름 위에 놓여 있다. 자전거길은 원래 지나가는 공간이다. 하지만 어떤 길은 풍경 때문에 기억되고, 어떤 길은 그곳이 품은 생각 때문에 오래 남는다. 시화방조제의 새 자전거길은 두 가지를 함께 노리고 있다. 바다를 보며 달리는 시원한 해방감과, 그 길 위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말해주는 미래의 감각이 한데 놓인다. 관광지와 인프라, 풍경과 정책이 멀지 않게 겹쳐지는 장면이다. 시흥의 바다는 늘 열려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바다를 보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 페달을 밟으면 풍경만 스쳐가는 것이 아니라, 태양빛이 전기가 되고 그 수익이 다시 시민의 편의로 돌아오는 구조까지 함께 지나간다. 시화방조제 자전거길은 이제 단순한 라이딩 코스가 아니라, 바다와 에너지, 쉼과 이동이 겹쳐진 새로운 생활 풍경이 됐다. 수도권에서 가장 시원한 자전거길 가운데 하나가, 이번에는 가장 미래적인 길이라는 이름까지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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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6
  •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강화도, 이 장면 하나로 마음이 멈췄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꽃으로 달리는 거대한 자전거 하나가 숲의 시간을 깨운다. 강화도 화개정원에서 만난 이 조형물은 단순한 포토존이 아니었다. 한 번 스쳐 지나가면 끝날 풍경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내 삶의 속도를 돌아보게 하는 낯설고도 다정한 질문 같았다. 강화도 화개정원의 초록은 유난히 깊었다. 산자락을 따라 번지는 나무의 숨결과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는 풀잎들 사이로, 거대한 바퀴를 굴리듯 선 한 조형물이 시야를 붙든다. 검은 모자를 눌러쓴 인물이 긴 다리를 뻗은 채 꽃의 바퀴 위에 올라선 모습은 익살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주 오래된 동화의 한 페이지 같기도 하다. 현실의 정원 한가운데서 이토록 비현실적인 상상력이 피어났다는 사실이 먼저 마음을 흔든다. 나는 한동안 그 앞에 서서 바퀴를 바라보았다. 실제로 움직이지 않는 조형물인데도 이상하게 저 바퀴는 계속 굴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그것은 풍경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 앞에 선 사람의 시간이 움직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바쁘게 지나온 날들, 너무 빨리 결론 내렸던 마음들, 쉬지 않고 달려온 생각들이 저 거대한 꽃바퀴 위로 하나씩 올라타는 느낌이었다. 화개정원의 조형미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 화려하지만 과장되지 않고, 동화 같지만 유치하지 않다. 숲은 숲대로 푸르고, 꽃은 꽃대로 환하며, 조형물은 그 사이에서 조용히 상상의 문을 연다. 그래서 이곳의 풍경은 보기보다 오래 남는다. 눈으로 본 장면보다 마음에 찍힌 장면이 더 선명해지는 곳, 강화도 화개정원은 그렇게 여행자의 감정을 천천히 흔들어 놓는다. 돌아서는 길에 다시 한번 뒤를 돌아봤다. 꽃으로 만든 바퀴 위의 작은 인물은 여전히 어디론가 떠나는 중이었다. 어쩌면 여행이란 멀리 가는 일이 아니라, 멈춰 있던 마음을 다시 굴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날 화개정원에서 나는 풍경을 본 것이 아니라, 오래 잊고 지낸 내 안의 상상력을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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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5
  •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달을 보러 갔는데, 바다가 먼저 말을 걸었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안산의 하늘 아래, 거대한 달이 먼저 서 있고 그 뒤로 전망대가 솟아오른다. 달전망대 앞에 선 순간 이곳은 단순한 관람지가 아니라, 현실과 상상이 포개지는 문 앞처럼 느껴진다. 높은 곳에 오르면 바다가 보이고, 시화조력문화관 안으로 들어서면 고래가 헤엄치고 빛의 숲이 펼쳐진다. 그래서 안산의 이 풍경은 보는 여행이 아니라, 잠시 다른 세계에 들어가는 여행에 가깝다. 달전망대 앞의 거대한 달 조형물은 낯익은 천체를 땅 위로 끌어내린 듯하다. 표면의 분화구까지 세밀하게 새겨진 둥근 달은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눈앞의 풍경으로 바꿔놓는다. 그 곁에 선 전망대는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고, 그 아래의 사람은 문득 아주 작아진다. 그러나 작아진다는 것은 초라해지는 일이 아니라, 더 넓은 풍경 앞에서 마음의 크기를 다시 재보게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전망대에 오르면 시야는 멀리 열리고, 바다와 육지가 맞닿는 경계는 생각보다 부드럽다. 한쪽에서는 현실의 풍경이 펼쳐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문화관 안의 이미지들이 또 다른 바다를 만든다. 푸른 달빛 아래를 유영하는 고래는 정지된 벽면에 있으면서도 금방이라도 밖으로 헤엄쳐 나올 듯하고, 환상적인 빛의 숲은 아이들의 꿈속 장면처럼 반짝인다. 기술과 자연, 전시와 풍경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기대어 하나의 감각으로 이어진다. 안산 달전망대와 시화조력문화관이 오래 남는 이유는 화려해서만은 아니다. 이곳에는 현실을 잠시 비틀어 더 깊이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손에 닿지 않는 달을 가까이 세워두고, 닿을 수 없는 바다의 깊이를 빛으로 펼쳐 보이며, 우리 안의 상상까지 조용히 흔들어 깨운다. 그래서 이 여행의 끝에는 풍경보다 감정이 더 오래 남는다. 달을 보러 갔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바다와 빛, 그리고 잠시 커졌다가 다시 고요해진 마음 하나를 함께 데리고 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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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5
  •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정상에 서자 악어섬이 나타났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케이블카 문이 닫히자, 풍경은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아래로는 청풍호가 천천히 몸을 풀 듯 길게 펼쳐지고, 창밖의 산은 말없이 가까워졌다. 제천 청풍호반케이블카는 단순히 높은 곳으로 오르는 길이 아니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발을 떼어내, 호수와 산과 하늘이 한 장의 그림처럼 포개지는 순간 속으로 스며드는 짧고도 선명한 여정이었다. 출발지에서 올려다본 산은 아직 멀고 단정했다. 그러나 캐빈이 조금씩 고도를 높일수록 능선은 다른 얼굴을 드러냈고, 물빛은 더 깊어졌다. 붉은 케이블카가 산과 물 사이를 가르며 나아가는 동안, 시선도 함께 멀리 열렸다. 아래로 보이는 마을과 들판, 호숫가를 따라 누운 듯 이어지는 산줄기는 제천이라는 이름 안에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깊은 풍경이 숨어 있음을 조용히 일깨웠다. 정상에 도착해 옥순봉을 알리는 기둥 앞에 서는 순간, 이 여정의 이유는 분명해졌다. 청풍호반은 굽이굽이 물길을 열어 보이며 왜 이곳이 내륙의 다도해라 불리는지를 스스로 증명했다. 그 사이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붙드는 것은 악어섬이다. 물 위에 몸을 낮춘 형상이 너무도 또렷해 이름을 알고 보면 더욱 신기하고, 모르고 바라봐도 한참 동안 눈을 떼기 어렵다. 자연이 우연처럼 빚어낸 이 낯익고도 낯선 모양 앞에서 사람은 말보다 침묵에 가까워진다. 높은 곳에 오르면 세상이 더 크게 보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제천에서는 오히려 마음이 더 깊어졌다. 바람은 스쳐 지나가고, 호수는 아무 말 없이 빛을 받아 안는다. 그 고요 앞에 서 있으면 풍경을 본다기보다 내 안에 오래 가라앉아 있던 생각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 청풍호반케이블카 여행은 그래서 올라가는 시간이 아니라, 정상에서 한참 동안 발길을 멈추게 하는 시간으로 남는다. 눈앞의 절경은 사라져도, 그날의 물빛과 침묵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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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5
  •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해를 삼킨 원, 구봉도의 저녁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해가 지는 풍경은 많다. 그러나 해가 조형물의 한가운데로 들어와 한 장의 기적처럼 멈추는 순간은 흔치 않다. 안산 구봉도의 저녁은 바로 그 드문 장면으로 사람의 발길을 붙잡는다. 서해의 붉은 숨결과 금빛 구조물이 겹쳐지는 찰나, 풍경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오래 바라보게 되는 한 편의 사색이 된다. 안산 구봉도 낙조전망대에 서면, 저녁은 천천히 오지 않는다. 어느 순간 하늘이 붉게 물들고, 바다는 그 빛을 가만히 받아 안으며 하루의 끝을 넓게 펼쳐 보인다. 사진 속 조형물은 단지 전망대의 상징이 아니라, 지는 해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틀이다. 둥근 원의 중심에 해가 걸리는 순간, 사람은 저녁을 본다기보다 시간의 심장을 보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금속의 차가운 질감 위로 노을의 온기가 번지고, 주황과 분홍이 포개진 하늘은 말보다 깊은 감정을 남긴다. 구봉도의 낙조가 특별한 까닭은 장엄함보다 고요함에 있다. 이곳의 저녁은 소리 높여 감탄하게 하기보다, 오래 침묵하게 만든다. 수평선은 끝없이 평평하고, 바다는 서두르지 않으며, 해는 마지막까지 제 빛을 다 쏟아낸 뒤 천천히 물러난다. 그 짧은 시간 앞에서 사람은 오늘을 돌아보게 된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마음, 붙잡고 있던 근심, 다 전하지 못한 말들이 저 붉은 빛 아래에서는 조금씩 순해진다. 해가 지는 일이 끝이 아니라 하루를 가장 아름답게 정리하는 방식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이런 풍경 앞에 설 때마다 삶을 생각한다. 가장 찬란한 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내려놓는 법을 배우는 것이 우리의 시간과 닮았기 때문이다. 안산 구봉도의 저녁은 눈으로만 보는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속에 조용히 들어와 오래 머무는 위로다. 해는 바다로 사라졌는데, 이상하게도 사람의 마음은 그 뒤에 더 환해진다. 그래서 이 낙조는 단순한 명소의 저녁이 아니라, 하루를 견딘 이들에게 남겨지는 깊고 따뜻한 여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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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5
  • 태안, 일주일이면 반해버린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태안은 이번엔 서두르지 말자고 말한다. 반나절 바다 보고 돌아가는 여행이 아니라, 일주일쯤 눌러앉아 꽃과 바다, 치유와 로컬의 시간을 천천히 누려보라는 제안이다. 태안군이 장기 체류형 관광을 겨냥한 ‘태안 일주일 살기’ 참가자를 본격 모집한다. 충남 외 지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3월 16일부터 4월 8일까지 약 25팀을 뽑고, 선정된 참가자는 4월 20일부터 5월 31일 사이 6박 7일 동안 태안에 머물며 필수·선택 관광 과제를 수행한 뒤 SNS 등에 여행 후기를 남기게 된다. 이번 사업이 눈길을 끄는 건 지원 방식이 꽤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군은 숙박비를 하루 5만원, 식비·교통비를 하루 2만원씩 지원하고, 1인당 체험비 10만원과 여행자보험비 2만원도 더한다. 사후 정산 기준으로 1인 팀은 최대 56만원, 2인 팀은 최대 68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여행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참가자가 태안을 직접 경험하고 자기 언어로 홍보하게 만드는 구조다. 태안군이 노리는 것은 단순한 방문객 숫자보다 체류 시간이다. 여행 범위는 충남 전역으로 넓게 열어두되, 정산을 받으려면 전체 청구 금액의 50% 이상을 태안군 내에서 결제해야 한다. 결국 숙박과 식사, 체험 소비가 실제 지역 상권으로 이어지도록 짜인 셈이다. 짧게 들렀다 떠나는 여행보다,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지역경제의 온기도 오래 남는다. 시기도 절묘하다. 참가 기간은 ‘2026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와 맞물린다. 박람회는 4월 25일부터 5월 24일까지 꽃지해안공원 일원에서 열리며, 원예와 치유를 주제로 내세운다. 봄꽃이 무르익는 시기에 태안을 찾은 참가자들은 바다와 정원, 치유가 겹쳐지는 장면을 가장 선명하게 만날 수 있다. 태안군이 박람회 방문을 핵심 과제로 엮은 이유도 분명하다. 지역의 대표 이벤트를 체류형 관광과 붙이면 파급력은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태안해양치유센터도 이번 프로그램의 또 다른 축이다. 해양수산부는 이 센터가 2025년 11월 개관식을 가진 뒤 시범 운영을 거쳐 2026년 3월 정식 개관 예정이라고 밝혔고, 이후 지역 보도에서는 2026년 1월 정식 운영 시작 소식도 전했다. 피트와 소금, 염지하수 등 태안의 해양 자원을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이 강점으로 꼽힌다. 바다를 보는 여행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몸을 쉬게 하고 회복하는 여행으로 확장하려는 태안의 방향이 이 시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원래도 태안은 머물 이유가 많은 곳이었다. 꽃지의 노을, 안면도의 숲, 해안길의 바람, 제철 해산물의 맛이 이미 충분히 강했다. 하지만 이번 ‘일주일 살기’는 그 익숙한 자원을 다른 방식으로 다시 묶는다. 바다만 보고 돌아가는 대신, 일주일 동안 천천히 걷고 먹고 쉬고 기록하게 만든다. 여행지가 아니라 잠시 살아보는 곳으로 태안을 제안하는 셈이다.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은 지원금보다 ‘시간의 방식’을 바꾸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태안은 아름다운 곳이지만, 이번엔 그 아름다움을 급히 소비하지 말자고 한다. 6박 7일 동안 머물며 바다를 보고, 꽃을 만나고, 치유를 체험하고, 지역의 시간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보라는 권유다. 올봄 태안은 잠깐 다녀오는 여행지보다, 잠시 살아보는 여행지로 더 오래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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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4
  • 경주...잡초밭에 봄을 심었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잡초만 무성하던 빈터에 봄이 먼저 내려앉았다. 경주 안강읍이장협의회가 북경주행정복지센터 주변에 방치돼 있던 공터를 ‘황금 미니꽃정원’으로 바꾸는 작업에 나서면서다.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이런 변화는 늘 예상보다 오래 남는다. 주민이 매일 오가는 길목, 행정복지센터를 찾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풍경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안강읍이장협의회는 3월 12일 자발적으로 ‘아름다운 안강 만들기 사업’에 참여해 북경주행정복지센터 인근 유휴공간을 정비하고 꽃씨를 뿌리는 활동을 펼쳤다. 이번 작업은 거창한 개발 사업이 아니라, 사람 손으로 마을의 인상을 다시 쓰는 일에 가깝다. 그동안 잡초만 우거졌던 공터를 이장들이 직접 정리하고, 트랙터로 땅을 고른 뒤 보라색 유채 꽃씨를 하나하나 뿌렸다. 삭막했던 땅에 계절을 심는 순간이었다. 경주시 공식 소식에 따르면 이번에 조성된 황금 미니꽃정원은 앞으로 북경주행정복지센터를 찾는 주민과 방문객에게 계절의 변화를 전하고, 잠시 발걸음을 멈춰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작은 꽃정원이 더 눈길을 끄는 이유는 장소성 때문이다. 행정복지센터 주변은 마을 주민들에게 가장 생활적인 공간 가운데 하나다. 민원을 보러 오고, 각종 행정 서비스를 이용하고, 오가며 얼굴을 마주치는 일상의 중심부에 가깝다. 그래서 이곳의 풍경이 바뀐다는 것은 단순한 미관 개선 이상의 뜻을 가진다. 주민들에게는 익숙한 일상의 공기를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드는 일이고, 외지인에게는 안강이라는 곳의 첫인상을 달리 보여주는 일이다. 이번 사업이 ‘아름다운 안강 만들기’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강읍이장협의회는 이번 활동을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을 계획이다. 경주시 공식 게시물에는 협의회가 앞으로도 유휴공간을 활용한 환경정비와 꽃정원 조성 활동을 통해 아름답고 살기 좋은 안강 만들기에 지속적으로 힘을 보탤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버려진 공간을 정원으로 바꾸는 일은 겉보기에 소박하지만, 쌓이면 마을 전체의 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 길 하나, 공터 하나, 화단 하나가 달라질수록 생활권의 표정도 조금씩 달라진다. 경주는 이미 꽃과 정원, 경관을 도시 이미지의 중요한 축으로 키워온 곳이기도 하다. 경주시의회 회의록을 보면 지역에서 ‘황금정원나들이’ 같은 꽃축제와 경관 사업을 연계하려는 논의가 이어져 왔다. 꽃은 가장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시민 체감 효과가 큰 콘텐츠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안강의 황금 미니꽃정원은 대형 축제와는 규모가 다르다. 하지만 도시의 브랜드가 늘 큰 프로젝트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생활권 안의 작은 정원이 주민에게는 훨씬 직접적인 위로가 되곤 한다. 이번 활동은 주민 주도의 힘을 다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정연석 안강읍이장협의회장은 방치된 공간이 꽃이 피는 정원으로 바뀔 모습을 떠올리며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고,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꽃을 보며 잠시라도 마음의 여유를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원학 북경주행정복지센터장 역시 지역을 아끼는 마음으로 뜻을 모아준 협의회에 감사를 표하며, 센터를 찾는 주민들이 꽃이 피어나는 공간 속에서 따뜻한 봄의 기운을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행정과 주민이 함께 공터를 생활 풍경으로 바꿔가는 모습이어서 더 반갑다. 사실 마을의 품격은 거대한 랜드마크보다, 이런 일상적인 장면에서 먼저 드러난다. 아무도 돌보지 않던 공간이 꽃이 피는 자리로 바뀌고, 삭막한 동선이 잠시 눈길 머무는 장소가 될 때 주민들은 자기 동네를 조금 더 다정하게 느끼게 된다. 관광지의 화려함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생활 속 풍경을 다듬는 일은 지역의 체온을 높인다. 경주 안강의 이번 정원 조성은 ‘얼마나 큰가’보다 ‘얼마나 가까운가’에서 의미를 찾게 한다. 누구나 지나치던 공터가, 이제는 계절을 기다리게 하는 장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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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4
  • 대저페리, KTX 타고 바다 건너 3시간대...초쾌속선과 KTX 묶은 ‘레일쉽’ 출시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울릉도 가는 길이 한층 짧아졌다. 기차를 타고 포항까지 내려간 뒤 초쾌속선을 갈아타면, 이제 울릉도는 ‘멀어서 망설이는 섬’보다 ‘마음먹으면 훌쩍 떠날 수 있는 섬’에 가까워졌다. 경북 포항과 울릉도를 잇는 대저페리가 KTX와 초쾌속선을 연계한 관광상품 ‘레일쉽(Rail-Ship)’을 내놓으면서다. 한 번에 예약하고, 할인까지 받는 구조라 교통의 번거로움을 줄였다는 점이 이번 상품의 핵심이다. 이번 상품의 중심에는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가 있다. 포항여객선터미널과 울릉 도동항 사이 217㎞ 항로를 2시간 50분대에 주파하는 대형 초쾌속선으로, 최대 51노트(시속 약 95㎞) 속도를 낼 수 있다. 코레일이 지난해 공개한 상품 안내에 따르면 서울역에서 오전 6시 43분 KTX를 타고 포항역에 도착한 뒤 무료 셔틀버스로 여객선터미널로 이동하면, 오전 10시 10분 출항하는 배를 타고 오후 1시 무렵 울릉도에 닿는 동선이 가능하다. 울릉도가 더는 ‘하루를 통째로 써야 하는 목적지’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가격 경쟁력도 눈에 띈다. 코레일은 이 상품을 내놓으면서 KTX와 선박을 한 번에 예약할 수 있도록 했고, 서울 출발 기준 편도 정상가보다 할인된 운임을 제시했다. 교통편을 따로따로 끊어야 했던 불편을 줄인 데다, 수도권뿐 아니라 충청·호남권 수요까지 끌어안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울릉도 여행의 가장 큰 장벽이 늘 ‘시간’과 ‘접근성’이었다면, 레일쉽은 그 문턱을 낮추는 카드에 가깝다. 무엇보다 반가운 대목은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의 운항 재개다. 대저페리 예매 사이트와 관련 운항 안내에 따르면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는 2026년 4월 10일부터 포항~울릉 항로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다. 최근까지는 대체 선박이 일부 구간을 맡아왔지만, 초쾌속선이 다시 투입되면 울릉도 접근 시간은 다시 크게 단축된다. 장거리 이동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주말 1박 2일이나 짧은 평일 일정으로도 울릉도를 계획하는 여행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선박 규모도 만만치 않다.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는 총톤수 3158t, 여객 정원 970명, 화물 25t 규모의 파랑 관통형 쌍동 초쾌속 여객선으로 소개돼 있다. 빠를 뿐 아니라 비교적 큰 선박이라는 점에서, 성수기 수송력과 파도 대응력에서도 기대를 모은다. 대저페리 측은 이 배를 앞세워 울릉도를 오가는 해상 이동의 효율을 높이고, 관광과 생활 물류를 함께 떠받치는 교통축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비치고 있다. 울릉도는 원래도 한번 발을 디디면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섬이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과 깊은 바다색, 해안도로를 따라 달라지는 풍경의 밀도는 육지 여행과 전혀 다른 호흡을 만든다. 하지만 늘 변수는 이동이었다. 파도와 날씨, 긴 항해 시간, 복잡한 예약이 여행의 결심을 늦추곤 했다. 그래서 이번 레일쉽은 단순한 할인 상품이라기보다, 울릉도 여행을 현실적인 선택지로 다시 끌어내리는 변화에 가깝다. 서울에서 출발한 여행자가 같은 날 낮 울릉도 바람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섬의 체감 거리는 확실히 달라진다. 더 멀리 보면, 이번 상품은 ‘철도+배’ 연계 여행의 가능성을 다시 보여준다. 역에서 항구로, 항구에서 섬으로 이어지는 이동을 한 장의 여정처럼 묶어내면 국내 섬 관광은 훨씬 넓게 열릴 수 있다. 울릉도처럼 분명한 목적성을 지닌 여행지일수록 이런 연결은 더 강한 힘을 낸다. 이동이 쉬워질수록 체류 시간은 늘고, 체류 시간이 늘수록 여행의 깊이도 달라진다. 울릉도가 다시 봄 여행의 무대 위로 올라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울릉도는 늘 아름다웠지만, 늘 쉽게 가닿는 곳은 아니었다. 이번 레일쉽 출시는 그 오래된 거리감을 조금 덜어내는 소식이다. KTX와 초쾌속선이 한 줄로 이어지자 섬은 더 가까워졌고, 여행은 더 구체적인 계획이 됐다. 오는 4월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가 다시 바다를 가르면, 울릉도는 올봄 가장 궁금한 섬여행지 가운데 하나로 다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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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3
  • 57년 만에 열린 그 벚꽃길…올해도 진해에서 다시 만난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한 번 열리자 사람들은 곧바로 몰려들었다. 50년 넘게 닫혀 있던 벚꽃길이 지난해 처음 모습을 드러내자, 진해의 봄은 익숙한 군항제 너머에서 한 장 더 펼쳐졌다. 그리고 그 길이 올해도 다시 열린다. 57년 만에 일반에 개방돼 큰 호응을 얻은 창원 진해 웅동벚꽃단지가 오는 27일부터 다시 상춘객을 맞는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따르면 웅동벚꽃단지는 제64회 진해군항제 개막일인 3월 27일부터 4월 19일까지 일반에 개방된다. 군항제는 3월 27일부터 4월 5일까지 진해구 일원에서 열리는데, 웅동벚꽃단지는 축제 기간을 넘어 그 이후까지 문을 열어 보다 여유로운 벚꽃 동선을 제공하게 된다. 진해의 대표 벚꽃 명소들이 군항제 기간에 집중되는 것과 비교하면, 이곳은 축제의 열기와 한 박자 늦은 봄 풍경을 함께 품는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웅동벚꽃단지가 특별한 이유는 단지 벚꽃이 많아서만은 아니다. 이곳을 포함한 웅동수원지는 국방부 소유지로, 1968년 이른바 김신조 사건 이후 50년 넘게 출입이 통제돼 왔다. 오랫동안 철문 너머로만 존재하던 공간이 2021년 해군 진해기지사령부와 지역 주민들 간 협약을 계기로 개방사업의 물꼬를 텄고, 지난해 봄 마침내 일반에 모습을 드러냈다. 닫힌 시간의 길이가 길었던 만큼, 다시 열린 풍경이 주는 상징성도 컸다. 실제 반응도 뜨거웠다. 지난해 봄 한 달 동안 웅동벚꽃단지를 찾은 방문객은 4만2천 명을 넘었다. 진해군항제라는 초대형 축제가 이미 자리 잡은 지역에서, 새로 열린 한 벚꽃 명소가 이 정도의 발길을 끌어냈다는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 잘 알려진 여좌천과 경화역, 진해루와는 또 다른 결의 풍경을 찾는 여행자들이 이곳으로 흘러들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개방 준비도 한층 세밀해진다. 진해구는 군과 협의를 마치고 시비 2000만원을 들여 피크닉 테이블과 안내판 등 편의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개방이 끝난 직후에는 7일가량 ‘주민 초청의 날’을 한시 운영해 웅동1동 주민들에게 인근 제방 둑 공간을 여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지난해 첫 개방이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불편을 줄이고 체류 만족도를 높이는 운영의 해에 가깝다. 진해의 봄을 여행하는 이들에게도 선택지는 더 넓어졌다. 공식 군항제는 중원로터리와 진해루 일원에서 열리고, 도심 곳곳의 왕벚나무와 대표 벚꽃 명소들이 매년 많은 인파를 모은다. 여기에 웅동벚꽃단지가 다시 열리면서, 진해의 벚꽃 여행은 이제 익숙한 명소 순례에서 조금 더 깊고 조용한 방향으로 가지를 뻗게 됐다. 군항제의 흥겨움 속에서 봄을 만끽할 수도 있고, 축제 막바지 이후 조금 느슨해진 시간에 웅동 쪽으로 발길을 돌릴 수도 있다. 진해의 봄이 한층 길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무엇보다 이곳은 단순한 계절 명소를 넘어, 닫혀 있던 공간이 시민과 여행자에게 다시 돌아오는 장면을 보여준다. 오래 통제됐던 장소가 지역과 협의를 거쳐 새로운 공공의 풍경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봄꽃 자체만큼이나 인상적이다. 벚꽃은 해마다 피지만, 어떤 벚꽃길은 시대가 바뀌어야 비로소 열린다. 웅동벚꽃단지가 올해 다시 주목받는 까닭도 바로 거기에 있다. 진해의 봄은 원래도 화려했지만, 웅동벚꽃단지가 열리면서 그 봄은 조금 더 깊어졌다. 오래 닫혀 있던 길이 사람들에게 돌아오고, 한때 금지의 공간이었던 자리가 이제는 도시의 계절을 대표하는 풍경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진해를 찾는다면, 벚꽃은 결국 얼마나 많이 피었는가보다 어디서 다시 열렸는가를 먼저 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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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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