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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의 밤, 모차르트로 갈라진다
- [트래블아이=문소지 기자] 봄 저녁의 순천이 이번에는 꽃이 아니라 음악으로 열린다. 3월 19일 오후 7시 30분, 순천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순천시립합창단 제102회 정기연주회 ‘모차르트의 빛과 어둠’이 열린다. 제목부터 선명하다. 한쪽에는 경쾌하고 눈부신 선율이, 다른 한쪽에는 삶의 끝을 응시하는 깊고 장엄한 울림이 놓인다. 익숙한 모차르트를 한 번에 다시 듣게 만드는 무대다. 이번 공연은 순천시립합창단이 고전부터 현대까지 합창 명작을 차례로 선보이겠다는 시리즈의 첫 출발점이다. 2026년이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이라는 점도 무대의 의미를 더한다. 잘 알려진 천재 작곡가의 이름을 기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의 음악 안에 공존하는 밝음과 어둠을 한 저녁의 흐름으로 묶어낸다는 점에서 기획의 결이 또렷하다. 잘 아는 음악도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올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한다. 1부는 ‘모차르트의 빛’이다. ‘코지 판 투테’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마술피리’에서 발췌한 곡들이 이어진다. 밝고 재치 있고 때로는 장난스럽기까지 한 모차르트 특유의 생기가 무대를 채운다. 사랑과 오해, 유혹과 웃음이 오가는 오페라의 세계는 봄밤 공연과도 잘 어울린다. 합창이 중심을 잡고 솔로와 중창이 리듬을 바꾸며 이어지는 구성이라,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비교적 편하게 빠져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2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무대는 모차르트의 마지막 걸작으로 꼽히는 ‘레퀴엠’으로 넘어간다. 생의 끝자락에서 남겨진 음악답게 이 작품은 늘 죽음과 구원, 두려움과 평안을 함께 품고 읽힌다. 순천시립합창단은 이 장엄한 곡을 통해 ‘모차르트의 어둠’을 정면으로 들려줄 예정이다. 밝음이 있어 더 깊어지는 어둠, 경쾌한 전반부를 지나 도착하는 후반부의 무게가 이날 공연의 인상을 오래 남길 듯하다. 무대를 받치는 얼굴들도 든든하다. 소프라노 강혜정,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테너 김효종, 바리톤 우경식이 협연하고, 합창 전문 연주단체 라퓨즈 필하모닉이 함께한다. 출연진의 밀도만 놓고 봐도 지역 공연이라고 가볍게 지나치기 어렵다. 공연 시간은 약 90분, 관람 연령은 만 6세 이상이다. 티켓은 R석 1만원, S석 6000원으로 책정됐다. 봄밤, 큰 부담 없이 수준 있는 합창 공연을 만날 기회라는 점에서도 반갑다. 순천의 문화 일정은 대개 자연과 정원, 계절 풍경 쪽으로 먼저 주목받지만, 이런 무대는 도시의 또 다른 결을 보여준다. 순천만국가정원이 낮의 얼굴이라면, 문화예술회관의 공연은 저녁의 표정에 가깝다. 관광객에게도 그렇다. 낮에는 정원과 습지를 걷고, 저녁에는 공연장에 앉아 도시의 문화적 호흡을 느끼는 일정이 가능해진다. 여행이 명소만 훑는 일이 아니라 한 도시의 시간을 입체적으로 만나는 일이라면, 이런 공연은 충분히 목적지가 될 수 있다. 모차르트는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낡게 들릴 때가 있다. 그러나 밝음과 어둠이라는 두 얼굴로 다시 꺼내 놓으면, 그의 음악은 여전히 지금의 감정에 닿는다. 웃다가도 금세 숙연해지고, 경쾌한 선율 뒤에 오래 남는 그림자를 보게 되는 경험. 순천시립합창단의 이번 공연은 그 오래된 음악을 새 봄의 공기 속으로 다시 데려오는 무대가 될 듯하다. 3월의 순천은 꽃만 피는 것이 아니라, 저녁이 되면 모차르트도 깊게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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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의 밤, 모차르트로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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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크루즈가 순천에 멈춘 이유
-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순천의 봄이 이번에는 바다가 데려온 손님으로 더 분주해졌다.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한 국제 크루즈 ‘아도라 매직시티호’가 3월 15일 여수엑스포항에 입항했고, 이 가운데 중국 관광객 212명이 순천을 찾아 국가정원과 습지, 전통마을을 돌아봤다. 정원과 생태, 역사마을을 한 번에 엮는 순천식 여행 동선이 해외 단체관광객에게도 통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장면이었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경유가 아니었다. 순천시는 민간업체와 손잡고 크루즈 관광객 유치 활동을 벌여 왔고, 그 결과 여수로 들어온 승객 가운데 일부를 순천으로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중국 크루즈 관광객 370여명이 순천을 찾은 데 이어, 올해 2월에도 여수항 크루즈 입항에 맞춰 순천이 현장 마케팅을 펼친 바 있어 외국인 크루즈 관광의 흐름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순천이 크루즈 기항지 주변의 ‘들르는 도시’가 아니라 따로 시간을 내 찾는 목적지로 자리를 넓혀 가는 셈이다. 관광객들이 둘러본 코스는 순천의 얼굴을 고르게 보여준다. 순천만국가정원에서는 계절이 막 올라오는 봄 정원의 결을 만났고, 순천만습지에서는 철새와 갈대가 어우러진 남도의 생태 풍경을 체감했다. 낙안읍성에 이르러서는 초가와 돌담, 옛 생활문화가 살아 있는 전통마을의 시간을 경험했다. 정원 하나, 습지 하나로 끝나는 도시가 아니라 자연과 도시, 전통이 한 동선 안에서 이어지는 점이 순천 관광의 힘으로 읽힌다. 특히 순천만국가정원은 봄철에 더 강하다. 공식 누리집에는 3월 들어 국가정원과 습지 일원에서 계절 프로그램과 탐조·치유 행사가 이어진 것으로 소개돼 있고, 최근 순천 관광 홍보물에서도 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는 봄철 수요가 집중되는 대표 축으로 제시된다. 이미 잘 알려진 장소이지만, 크루즈 관광객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한국적인 자연도시’를 압축해 보여주는 코스로 기능한다. 넓은 정원, 세계적 습지, 살아 있는 전통마을이 한 도시 안에 붙어 있다는 점은 외국인 단체여행에서 분명한 경쟁력이다. 경제적 파급도 가볍지 않다. 이번에 순천을 찾은 해외 단체 관람객들은 국가정원 안과 낙안읍성 인근 식당에서 식사하고 특산물을 구매했다. 크루즈 관광은 체류 시간이 짧더라도 한 번에 많은 인원이 움직인다는 점에서 지역 상권에 즉각적인 온기를 준다. 순천시가 해외 관광 네트워크 확대와 체험형 콘텐츠 강화를 함께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많이 오는 것 못지않게, 와서 먹고 사고 다음 방문을 떠올리게 만드는 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배경도 나쁘지 않다. 여수엑스포항은 올해 국제 크루즈 입항이 이어질 예정이고, 순천 관련 보도에서는 4월과 5월에도 대규모 크루즈 관광객의 추가 방문이 예고됐다. 여수로 들어오는 바닷길과 순천의 생태·정원 관광이 본격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3월 15일 여수항에 입항한 아도라 매직시티호는 13만톤급 대형 크루즈로, 여수 지역에도 수천명의 중국 관광객을 내려놓았다. 그 거대한 이동 흐름 속에서 순천이 일정 비율의 방문객을 안정적으로 끌어올 수 있다면, 크루즈 연계 관광은 올해 남해안 관광의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순천이 ‘육로 중심 관광도시’에서 ‘항만 연계 광역관광도시’로 확장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순천의 강점은 분명하다. 도시가 가진 자원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정원은 화려하고, 습지는 깊고, 읍성은 오래됐다. 하루 일정 안에서 서로 다른 감각을 건너갈 수 있다. 해외 단체관광객에게는 이 점이 특히 강하게 작동한다. 사진 찍기 좋은 곳, 이야기가 있는 곳, 한국의 자연과 전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 한 번에 이어지기 때문이다. 순천이 이번 크루즈 방문을 계기로 글로벌 관광도시 도약을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다만 관건은 한 번의 방문을 반복 방문으로 바꾸는 일이다. 봄의 순천은 본래도 강한 도시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봄이 바다를 타고 들어왔다. 여수엑스포항에 닿은 국제 크루즈가 순천으로 사람을 실어 나르면서, 국가정원과 습지, 낙안읍성은 남도의 명소를 넘어 국제 관광의 시험대에 올랐다. 순천이 보여준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잘 꾸민 도시보다 오래 기억되는 도시는, 결국 자연과 이야기가 함께 남는 곳이라는 것. 크루즈가 한 번 멈춘 자리에 다음 배가 다시 닿을 수 있다면, 순천의 봄은 올해 더 멀리 번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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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크루즈가 순천에 멈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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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서 만나는 봄, 순천만국가정원 다시 뜬다
-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순천의 봄은 꽃보다 먼저 물길에서 시작된다. 정원을 한 바퀴 걷는 대신 배에 올라 천천히 시선을 미끄러뜨리면, 익숙한 풍경도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순천만국가정원이 지난 13일부터 동천 물길을 따라 달리는 ‘정원드림호’ 운항을 다시 시작했다. 겨울 멈춤 뒤 4개월 만의 재개다. 봄빛이 번지는 정원을 가장 느리게, 그리고 가장 가까이 만나는 길이 다시 열린 셈이다. 정원드림호는 국가정원 호수정원에서 출발해 동천을 따라 왕복 약 5㎞를 오간다. 배 위에 머무는 시간은 약 40분. 발아래 물결이 흔들리고, 눈앞으로는 연둣빛으로 깨어나는 정원이 흐르듯 지나간다. 걸을 때는 놓치기 쉬운 수면의 반짝임과 강변의 결, 나무와 하늘이 한 장면으로 겹쳐지는 순간이 이 짧지 않은 항해 안에 담긴다. 순천만국가정원 누리집은 정원드림호를 정원과 도심을 잇는 연결고리로 소개하고 있다. 이 체험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단순히 배를 탄다는 데 있지 않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원래도 천천히 걷는 장소였지만, 정원드림호는 그 ‘천천함’을 물 위로 옮겨놓는다. 강바람을 맞으며 정원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뱃놀이에 가깝기보다 정원 감상의 결을 바꾸는 일에 가깝다. 순천이 정원을 보는 도시에서, 정원을 여러 방식으로 누리는 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원드림호는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본격 운영되며 국가정원의 대표 체험 콘텐츠 가운데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정원 내부를 걷는 관람과는 또 다른 동선을 만들었고, 국가정원과 동천, 도심의 관계를 다시 보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정원이 울타리 안 풍경에 머물지 않고 도시의 물길과 이어진다는 사실을 배 위에서 가장 선명하게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시기도 좋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이달 들어 튤립 개화를 시작으로 봄 손님맞이에 들어갔고, 3월부터 4월 사이에는 구근식물과 봄꽃들이 차례로 피며 정원 전역의 표정을 바꿔간다. 최근 순천시는 튤립을 시작으로 100만 송이 안팎의 봄꽃이 순차 개화하고, 3월 한 달 릴레이 꽃 풍경이 이어진다고 알렸다. 물 위에서 바라보는 정원은 땅 위에서 보는 꽃밭과 또 다르다. 화사함보다 먼저 계절이 움직이는 기척이 보인다. 이용 방법도 어렵지 않다. 정원드림호는 사전 예약 없이 현장 발권으로 탑승할 수 있고, 성인 요금은 1만원이다. 공식 안내에 따르면 동절기인 12월부터 3월까지는 운항을 쉬며, 올해 재개 이후에는 계절별 운영시간표에 따라 운행한다. 순천만국가정원은 10월부터 6월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관람할 수 있고, 입장 마감은 오후 7시다. 정원 나들이와 드림호 탑승 시간을 함께 맞춰 움직이면 훨씬 여유로운 하루가 된다. 순천만국가정원에는 원래도 꽃과 나무가 많았다. 그런데 정원드림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풍경은 비로소 입체가 된다. 강변을 스치는 바람, 물결 위에 비치는 정원의 그림자,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수목의 선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순천의 봄은 ‘보는 것’에서 ‘머무는 것’으로 바뀐다. 여행자는 그 안에서 잠깐 관람객이 아니라, 계절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승객이 된다. 순천의 봄을 기억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올해는 정원드림호가 그 답 가운데 하나가 될 듯하다. 꽃길을 걷는 일도 좋지만, 물길 위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는 시간은 좀 더 오래 남는다. 봄은 늘 같은 자리에서 오는 듯 보이지만,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계절이 된다. 순천만국가정원의 봄이 다시 출항했다. 이번에는 걸어서가 아니라, 천천히 떠가며 만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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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서 만나는 봄, 순천만국가정원 다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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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선의 포토에세이] 강화도, 이 장면 하나로 마음이 멈췄다
-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꽃으로 달리는 거대한 자전거 하나가 숲의 시간을 깨운다. 강화도 화개정원에서 만난 이 조형물은 단순한 포토존이 아니었다. 한 번 스쳐 지나가면 끝날 풍경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내 삶의 속도를 돌아보게 하는 낯설고도 다정한 질문 같았다. 강화도 화개정원의 초록은 유난히 깊었다. 산자락을 따라 번지는 나무의 숨결과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는 풀잎들 사이로, 거대한 바퀴를 굴리듯 선 한 조형물이 시야를 붙든다. 검은 모자를 눌러쓴 인물이 긴 다리를 뻗은 채 꽃의 바퀴 위에 올라선 모습은 익살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주 오래된 동화의 한 페이지 같기도 하다. 현실의 정원 한가운데서 이토록 비현실적인 상상력이 피어났다는 사실이 먼저 마음을 흔든다. 나는 한동안 그 앞에 서서 바퀴를 바라보았다. 실제로 움직이지 않는 조형물인데도 이상하게 저 바퀴는 계속 굴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그것은 풍경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 앞에 선 사람의 시간이 움직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바쁘게 지나온 날들, 너무 빨리 결론 내렸던 마음들, 쉬지 않고 달려온 생각들이 저 거대한 꽃바퀴 위로 하나씩 올라타는 느낌이었다. 화개정원의 조형미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 화려하지만 과장되지 않고, 동화 같지만 유치하지 않다. 숲은 숲대로 푸르고, 꽃은 꽃대로 환하며, 조형물은 그 사이에서 조용히 상상의 문을 연다. 그래서 이곳의 풍경은 보기보다 오래 남는다. 눈으로 본 장면보다 마음에 찍힌 장면이 더 선명해지는 곳, 강화도 화개정원은 그렇게 여행자의 감정을 천천히 흔들어 놓는다. 돌아서는 길에 다시 한번 뒤를 돌아봤다. 꽃으로 만든 바퀴 위의 작은 인물은 여전히 어디론가 떠나는 중이었다. 어쩌면 여행이란 멀리 가는 일이 아니라, 멈춰 있던 마음을 다시 굴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날 화개정원에서 나는 풍경을 본 것이 아니라, 오래 잊고 지낸 내 안의 상상력을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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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선의 포토에세이] 강화도, 이 장면 하나로 마음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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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천장을 보는 순간, 숨이 멎었다
-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눈앞의 풍경이 아니라, 머리 위의 빛이 사람을 멈춰 세우는 공간이 있다. 인스부르크 성야곱 대성당 내부가 그랬다. 한 번 올려다본 시선은 쉽게 내려오지 않았다. 둥근 돔 아래로 쏟아지는 빛, 분홍빛 대리석 기둥, 금빛 제단, 그리고 그 앞에 선 사람들의 작은 뒷모습까지. 여행자는 그 순간 관광객이 아니라 아주 오래된 시간의 증인이 된다. 화려함은 먼저 눈을 사로잡지만, 끝내 마음에 남는 것은 그 화려함 속에 스며 있는 침묵이다. 성당 안으로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규모가 아니라 높이였다. 인간이 세운 건축물이 하늘을 향해 얼마나 간절히 손을 뻗을 수 있는지, 이 공간은 조용히 보여주고 있었다. 바로크 양식 특유의 곡선과 장식은 넘치도록 화려했지만, 이상하게도 어지럽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과장된 아름다움은 인간의 연약함을 감추기보다 더 또렷하게 드러내는 듯했다. 제단 앞에 선 사람들은 한없이 작았고, 그 작음이야말로 이 성당이 품은 진짜 크기였다. 성야곱 대성당은 오랜 세월 인스부르크의 중심에서 신앙과 역사를 함께 견뎌온 공간이다. 수많은 전쟁과 겨울, 제국의 흥망과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이곳을 스쳐 갔을 것이다. 그러나 사진 속 풍경은 말해준다. 역사는 돌에 새겨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 올려다본 시선 속에 남는다고. 누군가는 이곳에서 용서를 빌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상실을 견디기 위해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나처럼 잠시 발걸음을 멈춘 채 자기 삶의 속도를 돌아보았을 것이다. 여행은 종종 바깥으로 떠나는 일처럼 보이지만, 어떤 장소는 끝내 사람을 자기 안쪽으로 데려간다. 인스부르크 성야곱 대성당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화려한 프레스코화와 황금빛 장식은 눈부셨지만, 오래 남은 것은 그 아래 흐르던 고요였다. 나는 그 침묵 속에서 알게 됐다. 사람은 웅장한 공간 앞에서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마음의 깊이를 조금 더 선명하게 보게 된다는 것을. 그래서 어떤 성당은 건물이 아니라, 한 편의 긴 여운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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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천장을 보는 순간, 숨이 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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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선의 포토에세이] “길이 사라졌다”
-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위에서 내려다본 순간 잠시 눈을 의심했다. 초록 나무로 만든 거대한 미로가 알프스 산자락 아래 조용히 숨겨져 있었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월드의 미로공원. 멀리서 보면 하나의 정원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길이 사라지는 공간이다. 한 발짝 들어서는 순간 사람은 자연스럽게 길을 찾는 여행자가 된다. 높은 곳에서 보면 미로는 하나의 패턴이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초록 담장이 곡선을 그리며 이어지고, 그 사이로 보이지 않는 길이 숨어 있다. 하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나무 벽이 시야를 가리고 방향 감각이 흐려진다. 사람은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늦추게 된다. 미로는 사람을 천천히 걷게 만든다. 길을 잃을지 모른다는 작은 긴장 때문일까. 아니면 눈앞에 보이는 길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일까. 초록 벽 사이의 좁은 길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린 시절 책에서 보던 미로 그림이 떠올랐다. 연필로 길을 찾던 그 순간처럼 마음도 조금 느려졌다. 멀리 알프스 숲과 마을이 조용히 풍경을 감싸고 있었다. 산과 들, 그리고 작은 집들이 이어지는 풍경 속에서 이 미로공원은 하나의 초록 조각처럼 놓여 있었다. 자연 속에 만들어진 인공의 길이지만, 이상하게도 이곳의 풍경은 낯설지 않았다. 어쩌면 여행도 미로와 닮았다. 처음에는 길이 분명해 보이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방향을 잃는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예상하지 못한 길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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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선의 포토에세이] “길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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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여기가 현실 맞나”… 인스부르크 크리스탈 정원의 구름 숲
-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하늘이 갑자기 열렸다. 구름이 머리 위에 매달려 있었다. 그런데 비를 내리지도, 바람에 흩어지지도 않는다. 대신 빛을 머금고 조용히 떠 있었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월드 ‘크리스탈 정원’. 그곳에서 나는 하늘이 조각으로 변하는 순간을 만났다. 금속 기둥 위에 얹힌 구름 같은 조형물들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결정(結晶)처럼 보였다. 물 위로 이어진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들어가자 풍경은 점점 더 고요해졌다. 발걸음이 멈출 때마다 수면이 잔잔하게 흔들렸고, 그 물결 속에는 또 하나의 하늘이 태어났다. 위에는 구름의 숲이 있고 아래에는 그 숲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은 물이 있었다. 멀리 알프스 산맥이 배경처럼 서 있었다. 인스부르크의 하늘은 유난히 투명했다. 구름 사이로 떨어지는 햇빛이 철망으로 만든 구름을 스치자 그것들은 실제 구름처럼 부드럽게 보였다. 바람이 스치면 구조물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움직임은 거의 들리지 않는 음악 같았다.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여행을 하다 보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순간’을 만나는 때가 있다. 사진은 그 순간을 붙잡기 위한 작은 장치일 뿐이다. 셔터를 누르는 찰나, 눈앞의 풍경은 마음속 또 다른 풍경으로 남는다. 이곳 크리스탈 정원은 단순한 조형 공간이 아니다. 빛과 물, 그리고 하늘이 함께 만든 거대한 예술 작품이다. 사람들은 천천히 걸었고, 아무도 크게 말하지 않았다. 마치 이 투명한 정원의 고요를 깨뜨리지 않으려는 것처럼. 그날 나는 알았다. 하늘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구름이 떠 있을 때가 아니라, 우리가 잠시 멈춰 바라볼 때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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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여기가 현실 맞나”… 인스부르크 크리스탈 정원의 구름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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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달을 보러 갔는데, 바다가 먼저 말을 걸었다
-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안산의 하늘 아래, 거대한 달이 먼저 서 있고 그 뒤로 전망대가 솟아오른다. 달전망대 앞에 선 순간 이곳은 단순한 관람지가 아니라, 현실과 상상이 포개지는 문 앞처럼 느껴진다. 높은 곳에 오르면 바다가 보이고, 시화조력문화관 안으로 들어서면 고래가 헤엄치고 빛의 숲이 펼쳐진다. 그래서 안산의 이 풍경은 보는 여행이 아니라, 잠시 다른 세계에 들어가는 여행에 가깝다. 달전망대 앞의 거대한 달 조형물은 낯익은 천체를 땅 위로 끌어내린 듯하다. 표면의 분화구까지 세밀하게 새겨진 둥근 달은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눈앞의 풍경으로 바꿔놓는다. 그 곁에 선 전망대는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고, 그 아래의 사람은 문득 아주 작아진다. 그러나 작아진다는 것은 초라해지는 일이 아니라, 더 넓은 풍경 앞에서 마음의 크기를 다시 재보게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전망대에 오르면 시야는 멀리 열리고, 바다와 육지가 맞닿는 경계는 생각보다 부드럽다. 한쪽에서는 현실의 풍경이 펼쳐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문화관 안의 이미지들이 또 다른 바다를 만든다. 푸른 달빛 아래를 유영하는 고래는 정지된 벽면에 있으면서도 금방이라도 밖으로 헤엄쳐 나올 듯하고, 환상적인 빛의 숲은 아이들의 꿈속 장면처럼 반짝인다. 기술과 자연, 전시와 풍경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기대어 하나의 감각으로 이어진다. 안산 달전망대와 시화조력문화관이 오래 남는 이유는 화려해서만은 아니다. 이곳에는 현실을 잠시 비틀어 더 깊이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손에 닿지 않는 달을 가까이 세워두고, 닿을 수 없는 바다의 깊이를 빛으로 펼쳐 보이며, 우리 안의 상상까지 조용히 흔들어 깨운다. 그래서 이 여행의 끝에는 풍경보다 감정이 더 오래 남는다. 달을 보러 갔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바다와 빛, 그리고 잠시 커졌다가 다시 고요해진 마음 하나를 함께 데리고 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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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달을 보러 갔는데, 바다가 먼저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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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정상에 서자 악어섬이 나타났다
-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케이블카 문이 닫히자, 풍경은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아래로는 청풍호가 천천히 몸을 풀 듯 길게 펼쳐지고, 창밖의 산은 말없이 가까워졌다. 제천 청풍호반케이블카는 단순히 높은 곳으로 오르는 길이 아니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발을 떼어내, 호수와 산과 하늘이 한 장의 그림처럼 포개지는 순간 속으로 스며드는 짧고도 선명한 여정이었다. 출발지에서 올려다본 산은 아직 멀고 단정했다. 그러나 캐빈이 조금씩 고도를 높일수록 능선은 다른 얼굴을 드러냈고, 물빛은 더 깊어졌다. 붉은 케이블카가 산과 물 사이를 가르며 나아가는 동안, 시선도 함께 멀리 열렸다. 아래로 보이는 마을과 들판, 호숫가를 따라 누운 듯 이어지는 산줄기는 제천이라는 이름 안에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깊은 풍경이 숨어 있음을 조용히 일깨웠다. 정상에 도착해 옥순봉을 알리는 기둥 앞에 서는 순간, 이 여정의 이유는 분명해졌다. 청풍호반은 굽이굽이 물길을 열어 보이며 왜 이곳이 내륙의 다도해라 불리는지를 스스로 증명했다. 그 사이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붙드는 것은 악어섬이다. 물 위에 몸을 낮춘 형상이 너무도 또렷해 이름을 알고 보면 더욱 신기하고, 모르고 바라봐도 한참 동안 눈을 떼기 어렵다. 자연이 우연처럼 빚어낸 이 낯익고도 낯선 모양 앞에서 사람은 말보다 침묵에 가까워진다. 높은 곳에 오르면 세상이 더 크게 보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제천에서는 오히려 마음이 더 깊어졌다. 바람은 스쳐 지나가고, 호수는 아무 말 없이 빛을 받아 안는다. 그 고요 앞에 서 있으면 풍경을 본다기보다 내 안에 오래 가라앉아 있던 생각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 청풍호반케이블카 여행은 그래서 올라가는 시간이 아니라, 정상에서 한참 동안 발길을 멈추게 하는 시간으로 남는다. 눈앞의 절경은 사라져도, 그날의 물빛과 침묵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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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정상에 서자 악어섬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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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선의 포토에세이] 해를 삼킨 원, 구봉도의 저녁
-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해가 지는 풍경은 많다. 그러나 해가 조형물의 한가운데로 들어와 한 장의 기적처럼 멈추는 순간은 흔치 않다. 안산 구봉도의 저녁은 바로 그 드문 장면으로 사람의 발길을 붙잡는다. 서해의 붉은 숨결과 금빛 구조물이 겹쳐지는 찰나, 풍경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오래 바라보게 되는 한 편의 사색이 된다. 안산 구봉도 낙조전망대에 서면, 저녁은 천천히 오지 않는다. 어느 순간 하늘이 붉게 물들고, 바다는 그 빛을 가만히 받아 안으며 하루의 끝을 넓게 펼쳐 보인다. 사진 속 조형물은 단지 전망대의 상징이 아니라, 지는 해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틀이다. 둥근 원의 중심에 해가 걸리는 순간, 사람은 저녁을 본다기보다 시간의 심장을 보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금속의 차가운 질감 위로 노을의 온기가 번지고, 주황과 분홍이 포개진 하늘은 말보다 깊은 감정을 남긴다. 구봉도의 낙조가 특별한 까닭은 장엄함보다 고요함에 있다. 이곳의 저녁은 소리 높여 감탄하게 하기보다, 오래 침묵하게 만든다. 수평선은 끝없이 평평하고, 바다는 서두르지 않으며, 해는 마지막까지 제 빛을 다 쏟아낸 뒤 천천히 물러난다. 그 짧은 시간 앞에서 사람은 오늘을 돌아보게 된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마음, 붙잡고 있던 근심, 다 전하지 못한 말들이 저 붉은 빛 아래에서는 조금씩 순해진다. 해가 지는 일이 끝이 아니라 하루를 가장 아름답게 정리하는 방식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이런 풍경 앞에 설 때마다 삶을 생각한다. 가장 찬란한 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내려놓는 법을 배우는 것이 우리의 시간과 닮았기 때문이다. 안산 구봉도의 저녁은 눈으로만 보는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속에 조용히 들어와 오래 머무는 위로다. 해는 바다로 사라졌는데, 이상하게도 사람의 마음은 그 뒤에 더 환해진다. 그래서 이 낙조는 단순한 명소의 저녁이 아니라, 하루를 견딘 이들에게 남겨지는 깊고 따뜻한 여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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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선의 포토에세이] 해를 삼킨 원, 구봉도의 저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