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지금은 벨기에의 수도인 브뤼셀과 북쪽지역에 속하는 플랜더스 관광청의 한국사무소를 맡고 있다.
김 이사가 손대는 사업마다 남다른 성과를 내면서 업계에서는 칭찬이 자자하다. 플랜더스를 여행하려는 한국인들에게 하나라도 더 홍보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김 이사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이미지에 비해 파워풀한 행동이 인상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UN본부와 NATO본부가 있는 작지만 강한 나라 벨기에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광화문 찻집에서 김 이사를 만났다.
“늦어서 죄송해요. 제가 주말에 운동을 하다 손을 다쳐서 병원에 급히 다녀오는 길이었어요.”
그녀의 말에 놀란 눈으로 손을 보았더니 정말 한쪽 손에 아직 퍼렇게 멍자국이 나 있었고 제법 부어 보였다.
“전화를 주시지 그러셨어요. 병원에서 충분히 치료 받고 인터뷰는 나중에 해도 되는데...”
김 이사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아니에요. 거의 다 나았어요. 처음엔 정말 많이 부어서 손을 움직일 수 없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멀쩡합니다.”
다행이었다. 김 이사의 호탕한 웃음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벨기에에 대해 궁금한 게 참 많았기에 앉자마자 질문부터 시작했다.
우선 벨기에와 플랜더스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벨기에는 우리나라 경상도 크기만한 면적에 인구는 약 1000만이 조금 넘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크기에 비해 속이 꽉찬 나라에요. 나토와 유럽연합 EU본부가 있고 유럽의 모든 나라로 가는 관문이기도 합니다. 허브라고 할 수 있죠. 특히, 제가 맡고 있는 플랜더스 는 아름다운 광장, 웅장한 중세 건축, 자갈이 깔린 거리와 박물관이 있는 도시와 마을들이 서로 가깝게 모여있는 벨기에의 북부지역입니다.
수도 브뤼셀은 벨기에 여행을 시작하기에 아주 편리한 곳 입니다. 브뤼셀에서 여장을 풀고 안트워프, 브뤼헤, 겐트, 루벤 또는 메헬렌으로 이동하며 특별한 시간을 즐겨보세요.”
플랜더스 여행 중 추천코스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플랜더스 여행의 시작점은 브뤼셀입니다. 벨기에의 수도이면서 동시에 벨기에의 다양한 문화를 한 번에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여행지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중세시대에서 딱 멈춘 듯한 브뤼헤를 여행한다면 플랜더스를 보다 생생하게 체험하실 수 있어요.”
플랜더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저는 한마디로 중세로 가는 시간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뤼셀의 그랑플라스(Grand-Place)는 성당, 시청사, 길드 하우스, 왕궁, 백조의 집 등 이야기로 가득한 중세에 지어진 건축물들이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입니다. 또한 세심한 안목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플랜더스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의 환희’는 아마도 플랜더스를 가장 잘 대변하는 표현일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플랜더스는 삶의 아름다움과 기쁨에 새로운 차원을 더하는 장인 정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방금 플랜더스의 장인정신이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플랜더스의 장인 정신은 찬란한 문화, 예술, 건축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플랜더스는 박물관에 전시된 소장품처럼 역사적인 것만이 아닙니다. 플랜더스는 당신이 보고 즐기는 모든 것에 살아 숨쉬는 그 모든 것입니다. 플랜더스는 독특한 경험입니다. 즉, 플랜더스 장인 정신은 패션, 디자인, 미식 그리고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플랜더스는 인생에서 좋은 모든 것을 누리고, 동시에 그런 것을 즐길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플랜더스가 낯선 한국인에게 좀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으세요?
“플랜더스는 아직 한국인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읽었던 [플란다스의 개]라는 동화와 만화를 떠올리시면 금방 와 닿을 것입니다. 그밖에 와플, 초콜릿, 맥주 등으로 유명하며,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한 축구 강국이기도 합니다.”
이사님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플랜더스 명소는 어디인가요?
“저는 플랜더스의 모든 곳이 다 좋지만 그 중에서도 브뤼해를 좋아합니다. 브뤼셀의 그랑플라스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면 1시간 거리의 브뤼헤(Brugge)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입니다. 도시라기보다는 마을 같은 브뤼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신비한 중세 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드는 곳이죠. 역사를 잘 보존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여행지이기도 합니다. 브뤼헤 역시 한가운데 있는 마르크트 광장을 중심으로 고딕, 바로크,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을 나란히 감상할 수 있습니다.
중세 시대부터 만들어진 자갈길을 천천히 걸으며 작고 예쁜 상점과 미로처럼 얽혀 있는 작은 거리와 종탑, 예배당 등을 감상하는 것이 이 도시를 이해하는 방법입니다. 물론, 도시 구석까지도 보고 싶다면 운하를 따라 운행하는 작은 보트를 타시기 바랍니다.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벨기에 맥주는 유럽에서 얼마나 유명한가요?
“플랜더스에서 중세 시대를 가장 먼저 만끽할 수 있는 것은 오래된 건축물들이 아니라 바로 맥주라고 합니다. 2016년 유네스코의 무형 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오랜 맥주 역사를 가진 벨기에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현재 약 5천 종 이상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는 대표적인 맥주 강국입니다. 브뤼셀에 있는 델리움 카페는 기네스북이 선정한 세계 최다 종류의 맥주를 판매하고 있는 맥주 술집으로 어떤 벨기에 맥주를 상상하던 이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한국 여행자들에게 벨기에의 맥주 중에서 일명 ‘수도원 맥주’라고 불리는 트라피스트 맥주를 꼭 경험해 보라고 추천합니다.
중세 시대 수도원에서 금식 기간에 영양 보충을 위해서 그리고 수도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접대용으로 양조 되었던 트라피스트 맥주는 특히 엄격한 규율이 있던 수도회에서 만들어진 맥주를 의미하는데 특별한 맛과 역사를 자랑합니다.
지금도 수도원 내의 양조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이 맥주들은 오랫동안 전수된 그곳만의 방법으로 만들어지고 있지요, 여행자들은 이런 트라피스트 맥주에 얽힌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플랜더스의 중세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시간이 없어서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플랜더스 맥주를 맛보고 싶다면 매일 운영되는 다양한 맥주 투어에 참가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맥주 명소가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브뤼헤의 전통 맥주입니다. 맥주 순례자들이 반드시 방문한다는 할브만 브루어리는 그중 가장 인기 있는 맥주 명소입니다. 광대와 반달이 그려진 라벨로 유명한 할브만 브루어리에는 양조 과정을 보여주는 투어도 있으며, 신선한 맥주를 쉬지 않고 마실 수 있는 바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맥주를 가장 멋지게 마실 수 있는 장소는 마르크트 중앙 광장 어딘가에 있는 카페 2층입니다. 이 도시의 모든 중세 건축물과 마차들이 지나가는 거리를 내려다보며,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맥주를 마시다 보면 어느새 중세로 가는 시간 여행자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맥주 다음으로 플랜더스를 대표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만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스머프’ 만화 영화와 우리나라에는 덜 알려졌지만 ‘틴틴’이라는 만화 캐릭터도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이들의 탄생지가 바로 벨기에 입니다. 벨기에가 만화로 유명해진 이유는 다양성 때문인 것 같아요. 오랫동안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섞여서 살다 보니 보다 편안하고 가벼운 방식으로 소통하고 어울리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이론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런 만화의 중심지 역시 브뤼셀입니다.
브뤼셀 공항 청사 한가운데에는 틴틴 만화에 나오는 대형 로켓이 상징처럼 세워져 있으며, 그랑플라스 바로 옆에는 틴틴 전문 매장이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틴틴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전시와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어요. 이런 만화에 대한 애정은 거리 곳곳에서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브뤼셀 건물 외벽에 그려진 만화 캐릭터를 찾아다니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코믹 루트까지 만들어졌고 시내 관광 안내 센터에서도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끝으로 플랜더스에 대해 여행자가 알아두면 좋은 정보 부탁드립니다
“플랜더스 지역에서 도시 간 이동은 기차가 가장 편리하고 운행 횟수도 많고 저렴합니다. 도시가 작아서 각 도시에서는 도보 또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합니다. 그밖에 좀 더 자세하게 여행준비를 하고 싶다면 벨기에 플랜더스 관광청, 브뤼셀 공항, 벨기에 플랜더스 네이버 카페 등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인터뷰를 끝내려는데 김연경 이사는 웃으면서 가장 중요한 걸 빠트렸다고 서둘러 입을 열었다.
“벨기에 하면 초콜릿이 정말 유명해요. 그 중심에 있는 곳이 바로 플랜더스입니다. 초콜릿은 세계가 인정하는 플랜더스의 아이콘입니다. 플랜더스 전역에 걸쳐 약 2130개의 수제 초콜릿 상점이 있습니다. 매년 30만t 이상의 초콜릿을 생산하는 초콜릿 수도로 불리는 플랜더스는 특히 일반 초콜릿보다 프랄린(Praline)이라 불리는 다양한 속을 넣은 초콜릿이 유명합니다. 아름답게 조각된 프랄린은 입에 넣으면 놀라운 질감과 풍미가 퍼집니다.
벨기에 플랜더스 이전에도 스페인, 프랑스에 이미 초콜릿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초콜릿을 대중화하고 명품 대열에 올리고 프랄린을 만들어낸 것은 다름아닌 플랜더스의 초콜릿 장인들입니다. 플랜더스에서 초콜릿의 시작은 예상외로 약국입니다. 한 약국의 약사가 쓰디쓴 약을 삼키기 어려워하는 환자를 위해 약의 겉면을 달달한 초콜릿으로 덮어 환자들 특히 어린이가 먹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후 반응이 좋아지자 약을 빼고 초콜릿만 판매하게 됐다고 해요. 문제는 무더운 여름의 날씨. 초콜릿을 주머니에 넣으면 더위에 다 녹아서 옷에 묻기도 하고, 들고 다니기에도 불편했습니다. 최초의 초콜릿 약을 제조한 약국에서 이것을 보고, 초콜릿별로 담아 보관하는 우리가 요즘 보고 있는 초콜릿 박스를 개발해낸 것이 초콜릿 판매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습니다.”
플랜더스의 초콜릿이 독특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풍부한 코코아 함량 때문입니다. 세계 어느 초콜릿보다 훨씬 더 높은 코코아 함량을 자랑합니다. 여기에 순수 코코아 버터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플랜더스 초콜릿은 최고급 코코아 콩을 사용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으며 유명한 장인들은 자신의 수제 초콜릿 질을 유지하기 위해 남미에 직접 코코아 농장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계 어느 초콜릿보다 품질이 우수하고 맛이 좋습니다.”
이렇게 초콜릿이 플랜더스에서 발전하게 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우선 초콜릿 장인이 가장 많습니다. 세계 초콜릿업계에서 대기업으로 불리는 칼리바우트비콜레이드는 물론 중소업체인 고디바 레오니다스 그리고 창의적인 초콜릿과 전통적인 방법으로 초콜릿을 제조하는 수많은 소규모 수제 초콜릿 장인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은 초콜릿 장인이 플랜더스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연경 이사의 플랜더스 초콜릿 소개는 봇물 터지듯 계속 이어졌다.
“플랜더스의 초콜릿은 대단히 창의적입니다. 전통적인 프랄린 초콜릿 장인들은 물론 디자인과 맛에서 창의적인 시도를 멈추지 않습니다. 생강 퓨레와 고추냉이 같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획기적인 초콜릿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초콜릿을 담은 상자도 초콜릿으로 제조해 박스까지 먹을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초콜릿은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특별한 경험 그 자체 입니다. 플랜더스에서는 초콜릿 박물관투어 시음워크숍 등 일반인이 참가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수많은 즐거움이 있으니 꼭 참석하시면 좋겠습니다.
벨기에 정부는 질 높은 초콜릿에 인증서를 주고 있습니다. 좀 더 품질 좋은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인증제도를 도입할 정도로 벨기에의 초콜릿 사랑은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플랜더스의 모든 주요 도시에는 그 도시를 대표하는 초콜릿 매장이 있으며, 매장마다 장인들이 만들어낸 독특한 프랄린을 맛볼 수 있습니다.
밸런타인데이에 플랜더스로 여행을 한다면 연인과 함께 초콜릿 도보 여행(chocolate walk)을 해보는 것도 좋아요.
플랜더스 각 도시에 있는 다양한 수제 초콜릿 매장은 매장마다 정열적인 초콜릿 장인이 활동하며 각자 자신만의 초콜릿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으로 초콜릿을 만들기도 하고, 초콜릿 비타민, 초콜릿 립스틱 등 흥미로운 아이템도 만날 수 있으며, 새로운 속 재료를 넣은 초콜릿 등이 있어 초콜릿 투어에 참가하면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있습니다.”
초콜릿 도보투어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세요.
“초콜릿 도보 투어는 현지에서 진행하는 전문 가이드와 함께하는 1일 투어에 합류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대부분 2시간 정도로 이뤄지는 투어는 우선 초콜릿의 기본 지식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 이후 초콜릿 매장을 직접 돌아보고 시식하며 설명을 들어보세요.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투어도 가능합니다. 각종 입장료, 모든 초콜릿 시식 등의 비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김연경 이사와의 인터뷰는 알차고 즐거웠다. 벨기에와 플랜더스 지방에 대해 자세히 알았고 플랜더스 도시의 특징과 문화, 맥주, 초콜릿이 유명하다는 사실도 새롭게 들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관광청 홍보를 하면서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서호주에 이어 벨기에 특히 플랜더스를 알리게 되어 기쁘고 보람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또 "앞으로 플랜더스를 좀 더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소개하고 새로운 명소들을 발굴해서 홍보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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