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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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로 시작되는 각설이 타령 등 구전 민요 20여곡을 구성지게 풀어내 관객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풀어주었던 ‘품바’가 새로운 내용으로 각색돼 인기몰이에 나섰다.

   
2011 품바의 한 장면.

   
'거짓말'이후 10년 만에  무대에 오른 배우 최일순.
지난 16일부터 대학로 상상 아트홀(블루)에서 시작된 ‘품바’는 국내 최장기, 최다 공연, 최다 관객으로 한국 기네스북에 등록 되었으며 올해 탄생 30주년을 맞이했다. 국민연극 '품바'는 흔히 각설히 타령으로 알려져 있으나 세상을 향한 풍자극이자 고통 받는 민중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시대극이다.
 
1981년 모노드라마로 출발한 '품바'는 2009년 6월, 5천회 공연을 돌파했다. 이제 서른 살이 된 '품바'는 대한민국 대표연극으로서 전 세계를 향해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그 새로운 출발점에 1인 각설이가 아닌 5인의 각설이들이 다양한 모습의 품바를 보여주고 있다. 공연 전부터 기존의 '품바'와 새롭게 각색되어 세상에 나온 '품바'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거짓말' 이후 10년 만에 외출을 한 배우 최일순(여행작가 겸 세계 오지여행 길잡이)의 무대라는 점도 호기심을 자극시켰다.
 
   
'품바' 취재와 인터뷰를 위해 공연 첫 날인 16일 저녁 5시가 조금 넘어서 상상아트홀을 찾았다. 마침 무대에서는 마지막 리허설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조용히 자리를 잡고 눈 앞에서 '품바'가 재현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기억도 아득한 90년 대 중반 ‘왕과시’ 소극장에서 본 ‘품바’와는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고 싶었다.
   
 
   
 
무대에는 서 있는 각설이와 벤치(나무의자)에 누워있는 각설이가 보인다. 누더기 차림의 영락없는 각설이는 천장근(최일순 분. 100년 전 각설이 패 대장)으로 그가 2011년 어느 날 2대 손인 천동근(최현준 분. 벤치에 누워있는 남자)의 현실에 나타난 것이다.
 
천동근은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역사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때부터 무대는 서사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주인공들이 펼치는 연기는 익살과 해학이 넘쳐난다. 특히, 천장근과 천동근의 주고받는 대화 속에는 일제시대와 6.25전쟁을 겪은 세대들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나라를 잃고 6.25사변 시 전장에서 아내마저 잃은 천장근은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가장 비천한 걸인의 삶을 살게 된다. 그렇게 소외된 밑바닥의 생활을 하면서 그 앞에 펼쳐졌던 파란만장한 삶의 애환과 희노애락을 동근을 통해 보여준다. 할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동근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잃어버렸던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된다.
 
새롭게 각색된 ‘품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여자 각설이로 분한 김추리의 등장이다. 고 김시라 연출가의 딸인 김추리 씨는 각설이뿐만 아니라 부잣집 사모님, 일본기녀, 천장근의 아내 등 1인 6역을 아주 잘 소화해 냈다. 특히, 그녀가 남자로 변장한 얼굴을 보는 순간 관객들은 큰 웃음이 ‘빵’ 터질 것이다. (김추리 씨가 맡은 역은 홍영미 씨와 더블 캐스팅이다.)
 
이렇게 남자 위주의 ‘품바’ 무대에 여자 주인공이 설 수 있게 된 것은 어머니인 박정재 씨(상상아트홀 대표)의 각색에 의해서 가능했다.
 
‘품바’의 세계화를 위해 박정재 대표는 “기존 ‘품바’ 원작은 일제시대와 6·25전쟁 등 옛날 일들이 대부분이어서 젊은 관객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어요. 시대와 세대가 변했기에 이번 ‘품바’는 젊은이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바꿨어요. 그래서 예전엔 품바를 나이든 배우가 맡았는데, 이번엔 역할도 나누면서 젊은 배우들을 참여시킨 것이죠.”라고 말했다.
 
‘품바’는 피지배계급을 대표하는 걸인들이 지배계급의 문전에서 ‘입방귀’인 “방귀나 처 먹어라! 이 더러운 놈들아!”라는 의미로 일반화 된 말이다. 30년 전 초연을 시작으로 올해 새로운 내용과 주인공들로 거듭난 ‘품바’ 역시 걸인들의 시각에서 바라 본 세태와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즉, 원작자인 고 김시라 선생의 연출의도를 훼손하지 않고 이를 발전시켜서 세계무대에 올리려는 뜻이 새로운 ‘품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품바' 의 연출자 장봉태 감독.
리허설이 끝난 후 연출자인 장봉태 감독을 만나 ‘품바’에 대해 들어 보았다.
 
“배우를 하다 연출을 하게 되었는데 ‘품바’처럼 정극은 처음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무용연출과 뮤지컬 등에서 얻었던 부분을 활용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품바’의 경우 장면 장면마다 디테일한 부분이 많은데 조명이나 등장인물들의 표정, 동선 등을 제대로 살려주어야 ‘품바’의 맛이 관객들에게 전달됩니다. 연출 역시 여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첫 공연을 앞두고 천장근 역을 맡은 최일순 씨가 제주가 되어 고사를 진행했다. 10년 만에 배우의 자리로 돌아온 그의 심정을 들어 보기 위해서 끝날 때까지 약 20분 정도 기다렸다. “정말 꼭 서보고 싶었던 무대였습니다. 존경하는 김시라 선생님의 작품에 참여 하게 된 것도 기쁘지만 선생님과 여러 선배님들이 하셨던 천장근의 역을 맡게 되어 더욱 의미가 큽니다.”
이번 무대가 연극으로 복귀를 의미하는 것인지 묻자 그는 ‘허허’ 웃음으로 답했다. ‘품바’ 공연을 보면서 세계일주 여행 작가이자 인사동 ‘푸른별 주막’의 사장이기도 한 그가 다시 배우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한편, 박정재 대표에 의해 5인의 각설이로 새롭게 재구성된 ‘품바’는 1차 공연이 다음 달 17일까지 이어지고, 이후 오픈 런으로 공연될 예정이다.
 
   
'품바'의 안무를 담당한 강환규 씨.
 
 
 
 
 
 
 
 
 
 
 
 
 
 
 
 
 
 
 
 
 
 
  

pumba '2011-Soul Friend <품바>

기  간 : 2011년 6월 16일~7.17(21일 이후 Open run)
시  간 : 평일 8시, 금요일 5시, 8시, 토요일/공휴일 3시, 6시, 일요일 3시 (월요일 쉼)
공연장 : 상상 아트홀 (블루)
관람료 : 일반 30,000원 / 초,중,고 15,000원 / 대학생 20,000원, 60세 이상 20,000원
             1981년 생 특별할인 10,000원/ 단체 10인 이상 20,000원/ 가족권(4인기준) 80,000원
원  작 : 김시라
각  색 : 박정재
연  출 : 장봉태
안  무 : 강환규
조명감독 : 김종호
출  연 : 최일순, 최현준, 홍영미, 김추리, 임인환, 이재근
문  의 : 02-747-7491
예매처 : 인터파크 1544-1544, 옥션 1566-1369, 메세나 티켓 549-6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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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가는 ‘품바’ 30주년 기념 대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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